문화/생활

“대형 할인점에서 쌀을 팔고 있지 않습니까. 소비자로선 편리한 일이죠. 문제는 할인점에 진출하기 위해 지역농협들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만큼 교섭력이 없다는 의미인데요. 농협법 개정안에 따라 농협경제지주회사가 판매를 맡아준다면
교섭력도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협법 개정에 따른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농업인들이 이제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에 통과된 농협법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개혁을 위한 큰 틀이 생겼을 뿐이고 틀을 채워 농협의 경쟁력과 농업인들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진짜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먼저 지역농협과 중앙의 협력·조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새로운 체제가 도입되는 만큼 중앙과 지역의 관계설정, 역할분담, 책임과 권한을 분배하는 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이 농협법 개정 이후의 핵심 후속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앙회가 지역농협의 규모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도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사업을 하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지주사는 산하에 품목별, 브랜드별, 지역별로 광역화된 자회사를 두고 해당 품목 농업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각자 분리돼 사업하던 지역농협을 규모화, 광역화해서 산지와 소비지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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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지역농협의 역량 강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자립 능력이 없는 읍·면 단위의 지역농협은 통합을 통해 투자 여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합병을 위한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김 소장은 “지금처럼 중앙회가 지역농협의 손실을 지원하는 방식은 지역 농협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업적 관점에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혁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과제도 있다.
조합원들이 중앙회가 농업인들의 이익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손 사무총장은 “개정법이 시행되면 경제지주사가 지역의 사업을 평가해서 관리하게
된다”며 “대농업인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익을 지속적으로 환원하는 것이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화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협 조직 내부에서 혁신의 바람이 그침 없이 불어야 한다. 이에 대해 황의식 농협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타성과 과거의 방식에 사로잡혀 있으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혁신 리더십이 중요한데, 필요하다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양성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개혁을 성공시키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결국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의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유통, 판매, 마케팅 등 필요한 분야에 인력이 넉넉지 않다.
중앙회와 지주사의 직원은 물론 지역농협의 직원들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지주사 설립 시 경제지주회사로 우수한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지주 쪽으로 인력이 몰린다면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농협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사업 지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명감을
일깨우는 교육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례에 대한 분석과 연구도 요구됐다. 경제사업 개혁의 방향을 정확하게 정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연합마케팅, 산지법인화 등 시범적인 사업이 있다”며 “이 사업들의 성과와 어려움을 분석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번 농협법 개정은 농협 개혁의 출발선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대 역시 컸다. 농업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여겨진다. 수입농산물 시장의 개방과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 등으로 신음하던 농촌 경제에 활력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김 소장은 “EU는 이미 하나의 큰 자유무역협정(FTA) 지역으로 농업에 정부가 지원할 방법이 많지 않아 협동조합 등 민간을 통해 농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도 개정 농협법에 따라 농협이 경제사업 활성화에 나선다면 FTA 시대에 대응할 우리 농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개정 과제도 제시됐다. 먼저 지역농협의 신용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강구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지역농협의 신용사업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윤 교수는 “신경분리에 따라 신용사업이 분리됐는데 형식적으로만 협동조합 소속이고 실제로는 농업과 거리가 멀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상호신용조합을 묶은, 금융지주사와 별도의 상호신용금융연합회를 조직해 지역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향후 이를 지원할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변형주 기자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언급한 농업인 안홍석 씨
"좌절 않고 밤낮 연구… 최고 당도 기술 터득"
경북 영천에서 용수농원을 운영하는 안홍석 대표가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4일 농협법 개정의 의미와 정책방향을 전하는 라디오연설에서 그를 새로운 농업의 모범사례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안홍석 씨는)좌절하지 않고 유기농법을 익히고 밤낮으로 연구한 끝에, 당도를 최고로 높이는 기술을 터득했다”며 “지금은 한 해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배즙까지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한다”며 안 대표의 더 큰 성공을 기원했다.
사실 안 대표는 배농사 부문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농사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귀농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농사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였다. 먼저 친환경 재배법을 개척해 2002년 국립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농산물품질인증을 받았다.
그가 개발한 발효퇴비를 자양분 삼은 용수농원의 배는 당도가 높아 일반 배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 안 대표는 “용수농원의 배는 전량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된다”며 “가격은 지난 10년을 평균하면 일반 배보다 10배가량 비쌌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농업인이지만 ‘특허 벤처인’이기도 하다. 2003년 대구대 한의대와 배즙을 공동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가공 상품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불문가지. 국내에서만 판매하던 것을 지난해부터는 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올해는 캄보디아로 시장을 넓혔다.
농기계도 개발했다. 승용차에 앉아 풀을 깎는 ‘승용예초기’, 큰 경운기를 작게 개조한 ‘미니경운기’, 배나무 크기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층계식 작업대’를 스스로 개발했다. 이 가운데 승용예초기는 실용신안특허를 획득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으로 농원 안에 환경농업교육장을 열고 친환경 배농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배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며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용수농원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학생들에게 충실히 전수해 한국 배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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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