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 중에 요플레라는 브랜드가 있다. 요플레는 요구르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요플레는 단순한 상표명을 뛰어넘어 떠먹는 요구르트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요플레사(社)가 프랑스 협동조합(소디알 연합사업체)의 자회사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요플레를 생산하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협동조합들은 시장경쟁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선진 협동조합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동조합 산하에 자회사나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플레와 더불어 고품질 와인, 치즈 등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프랑스의 협동조합들은 산하에 다수의 자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전문화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사업상의 제약을 피하고, 생산을 효율화하며, 외부 자본조달이 용이해지는 등의 주식회사의 여러 장점을
협동조합 사업에 도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회사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협동조합과 자회사의 중간단계에 지주 회사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농협들은 자회사 체제의 도입을 통해 농산물의 단순 판매조직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비즈니스 조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 프랑스의 농협들은 1천5백여 개의 자회사를 통해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체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농산물 가공분야에서도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성공적인 조직으로 발돋움하면서 유럽연합 최대의 농업국인 프랑스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업에 있어서도 프랑스의 농협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 그룹은 2001년 금융지주회사(Credit Agricole S.A., CASA)를 만들어 전문 금융자회사의 설립과 인수를 통해 BNP파리바 등과 자웅을 겨루는 프랑스 최대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였고, 농업금융의 안정화와 선진화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자회사가 결합하는 양상은 독일의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협동조합은
사업조직과 연합회 조직이 분리되어 있는 소위 이종결합(Hybrid)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사업조직은 지역조합과 중앙단위 사업체의 형태로 2단계로 구성되고, 중앙사업체는 지역조합이 출자한 주식회사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사업체의 하나인 독일 협동조합 금융그룹은 2009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독일 최대, 유럽 10위권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자회사 체제를 기반으로 전문 경영인에 의한 사업운영방식을 채택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그리너리(Greenery) 농협은 네덜란드의 경매농협 9개가 합병하며 탄생한 협동조합이다. 유통자회사인 그리너리 BV 및 여타 자회사를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하여 생산자 조합원에게 농산물 유통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그리너리 농협은 조합원과 대형 유통업체들을 아우르는 정보 및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최고의 공급망을 구축하여 유럽 전역에 네덜란드의 신선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농축산물 생산부문에서도 전문 자회사 체제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덴마크의 데니시크라운(Danish Crown) 협동조합을 들 수 있다.
데니시크라운 협동조합은 양돈 중심의 축산업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 산하에 직접 10개의 자회사를 두고 축산물의 판매와 가공은 물론 도축기계 공급, 가죽 판매까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자회사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으나 경영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회사별로 이사회를 가지고 있어 자체 전략을 개발한다.
데니시크라운 협동조합은 전국 단위의 규모화와 자회사 체제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덴마크 축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농축산업 선진국의 협동조합은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설립 취지와 조합원의 인적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협동조합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실험하면서 진화해 왔다. 그리고 그 진화의 요체는 협동조합과 자회사 체제의 결합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조합원의 공동 소유와 민주적 사업운영을 통한 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인적 결합체이다. 즉 자본 결합체인 주식회사와 구별되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핵심은 지배구조의 민주성에 있다. 협동조합 지배구조의 민주성은 자본논리에 따른
분배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사회적 약자인 조합원의 경제적 지위를 제고하기 위한 공익적 성격에 기인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인적 결합체적 특성은 자본결합체인 주식회사에 비해 소유와 배분의 불일치에 따른 인센티브 구조의 왜곡 및 조직의 유연성 저하를 초래해 의사결정의 지연, 효율성 저하, 외부자본 접근성 제약 등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 체제의 문제점은 구미의 협동조합에서도 제기됐다. 자회사 체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형태다.
협동조합과 자회사 체제의 결합이 조합원,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조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협동조합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협동조합의 진화된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개정된 농협법에 따른 농협의 구조개편은 격심한 시장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구미 선진농협의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의 성과물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협동조합 진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글·박태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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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