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공교육의 신뢰회복’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는 참여정부의 일관된 교육정책 목표였다. 1974년 이래 유지된 고교 평준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성적 외에도 각자의 재능을 살려 대학에 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린 것은 이 같은 정책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덕분이다. 다양화·특성화 교육과 학생부 중심의 2008 대입제도의 정착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육 신뢰회복을 위해서 참여정부는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이른바 ‘대입 3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는 헌법과 교육 기본법상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약이다.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과 원칙이 지켜질 경우,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수업과 교내 시험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대한 부담은 반비례해 줄어든다.
대입 3원칙은 대학 최소한의 책무
참여정부의 이 같은 교육정책은 대학 자율과 내신 불신 등을 내세운 일부 대학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입 3원칙은 우리 사회가 공교육의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원칙과 책무였다. 2005년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현 호남대 총장)은 ‘대입전형, 세 가지 최소 제한사항의 법제화에 관한 연구’(교육부)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학생 선발 권한은 분명 대학에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의 공공성 강조에 따른 대학의 책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입 3원칙에 근거해 학생을 뽑아도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나타난다. 2003년 한국외국어대가 발표한 ‘입학성적과 학업성취도’ 보고서에 따르면 수능 점수보다 내신이 좋은 학생이 대학공부를 더 잘했다. 2004년 한양대가 발표한 ‘최근 5개년 한양대생의 특성 및 학업 성취도와 주요요인들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재명 입학관리팀장은 “대학생들의 학업 성취도(학점)가 수능성적보다는 내신성적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교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내신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더 높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대학 학업적성시험(SAT)보다 고교 성적이 대학 성적과 더 상관관계가 깊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내신이 본고사보다 대학성적과 더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참여정부는 학교 밖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했다. EBS 수능강의, 방과후학교 등은 사교육비를 줄여주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충분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 교육력 높이기에 주력했다. 교육 현실을 반영한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지정·운영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교원 전문성 향상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범 운영 결과 교사의 73.9%는 자신의 수업활동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회가 되었고, 학부모의 67.7%는 교사에 대한 신뢰감이 증진되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수업만족도는 서울지역의 경우 만족 이상이 초등 74%, 중등 57%, 전국적으로는 초·중·고교가 각각 72.8%, 60.9%, 56.8%로 나타났다.

소외계층 학습권 정부가 적극 보장
이와 함께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큰 성과 중 하나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외계층의 학습권 보장에 힘썼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생애초기 기본학습능력개발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고등교육이 계층 이동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짐에 따라 ‘학력의 대물림’ 및 이에 따른 ‘계층의 대물림’을 완화하기 위해 기회균형 선발제를 추진 중이다. 2009년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를 통해 총 2만여 명의 저소득층 학생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학생에게는 4년제 국·공립대 평균등록금 수준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차상위계층 이상 저소득층 학생은 각 대학에서 실시 중인 저소득층 수업료 면제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무이자 학자금 대출시 우선지원 대상이 된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대학생 멘토링,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사업을 통해 교육 안전망을 구축했으며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중이다.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 제 2단계 BK21, 누리사업 등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고,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에 대응하는 질 높이기에 주력해왔다.
참여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재양성 정책에 들어선 것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유치원 취원율은 참여정부 초기 28.4%에서 2006년 34.4%로 늘었다. 사회 소외계층 중 하나인 장애인에 대한 교육 참여는 2002년 56%에서 2006년 78.5%까지 증가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의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인적자원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선민 기자

2007년 한 신문사의 기자 채용 논술 시험. 문제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논하시오.’ 543명의 대학생들은 가장 심각한 교육 문제로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폐해를 들었다. 이들이 꼬집은 대학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깊이 없는 수업, 연구하지 않는 학자, 오로지 시험을 위한 기계적 공부만을 하는 학생만 있을 뿐.” “우리 대학은 공고한 서열구조 속에서 호의호식해 왔다.” “불량 대학생을 양산하는 대학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열쇠를 쥐고 있다. 어중이떠중이 불량대학과 그들이 양산한 불량 지식인으로는 불량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입학 성적에 따른 서열화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고질적 병폐다. 가르치기 경쟁, 배우기 경쟁 대신 뽑기 경쟁으로 서열을 유지하는 우리 대학은 국제사회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입시 위주 교육과 성적 중심의 인재선발 관행은 산업화시대 기능 인력을 대량공급하는 데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 혁신주도형 성장모델의 핵심인 창의적 인재 양성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교육의 질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문민정부는 5·31교육개혁안을 내놓았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학부제와 설립준칙주의, BK21과 의학·법학 전문대학원제, 국립대 법인화 등 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은 거의 이 때 그려진 밑그림이다. 그러나 학부제와 설립준칙주의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국민의 정부도 국립대 통폐합과 구조조정 등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교육의 질을 바꾸려면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문민정부부터 이어진 교육체질 바꾸기를 본격화했다.
혁신주도형 성장 위해 인재 양성 절실
과거 성장모델의 한계에 부딪힌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생산성 향상 위주의 혁신주도형 성장모델로 전환하는 길뿐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바로 사람, 인적자원이 있다. 인적자원 개발을 체계적으로 총괄 관리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8월 17일 ‘인적 자원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적자원정책본부를 출범시켰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시켜 국가인적자원개발정책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국민의 정부의 뒤를 이어 참여정부는 인적자원정책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2007년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번째 국가인적자원위원회의에서 획기적인 인적자원 개발정책이 발표됐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영유아(0~5세) 30만 명, 초·중학생(6~14세) 기초학력 미달학생 18만 명의 기본학습능력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의 ‘생애초기 기본학습능력 지원계획 추진안’, 전국 100개 공대에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설치하는 등 공학교육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는 ‘공학교육 글로벌 혁신추진방안’ 등.
교육부는 ‘학습사회, 인재 강국 건설 및 인적자원분야 국가경쟁력 10위권 달성’을 목표로 제 2차 국가인적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인력자원개발 체제를 더욱 튼튼히 하고 그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사업 대학 서열구조에 변화
참여정부는 역대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대학 경쟁력 강화를 밀고 나갔다. BK21 사업을 통해 입시 성적 위주로 고착화된 대학들의 서열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특성화해서 첨단과학기술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BK21은 소규모 지방대학을 발전시키고 대학원 중심의 대학들을 육성했다.
또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 사업인 누리사업은 대학을 거점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산업 육성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누리사업은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 등이 함께 사업단을 구성해 지역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참여정부의 대형 국책 사업이다.
정부는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늘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조 원 늘어난 4조7000억 원을 편성했고 2009년 이후는 5조700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 늘어난 1조 원은 5년 내 세계 200위권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데 투입한다. 또 산업체의 요구에 맞게 교육역량을 제고하고 국제화를 위한 외국인 교수, 외국학생 유치 확대 등에도 쓰인다. 아울러 기회균등할당제, 기초수급자 장학금 지원, 학습결손 지원 등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수도권 및 지방대학에도 배분해서 교육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 지원 방식도 대학총장이 창의적·자율적 대학발전계획에 따라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을 총액으로 지원하는 ‘포괄재정지원’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참여정부는 또 하나의 대학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각 대학의 주요 정보를 공개해 학생·학부모가 대학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학정보공시제다. 뽑기 경쟁에서 가르치기 경쟁으로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또한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와 함께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로 수출되는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교육수출이라면 의아하겠지만 호주의 경우 교육·지식 소프트웨어 수출이 3대 수출산업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우리나라의 교육수출은 국가 발전의 핵심동력인 교육·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자신감의 일환이기도 하다.
2003년 12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41개국 약 28만 명의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2003)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들은 문제 해결력에서 세계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함께 핀란드, 중국, 호주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2000년, 2001년 평가 역시 비슷하다.
또 교육의 보편화도 단기간에 이루어냈다. 1970년 대학 진학률 26.9%에서 1990년 33.2%, 2006년에는 82.1%를 기록해 36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e-러닝 준비도 세계 5위, 아시아 1위를 차지한다. 2005년 도이치뱅크의 연구보고서는 ‘한국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핵심요인은 인적 자본 확충’이라고 결론짓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외로부터 우리 교육에 대한 벤치마킹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교류 국가도 덴마크, 사우디아라비아, 콜롬비아, 라오스, 카자흐스탄, 브라질, 바레인 등 세계를 아우른다. 외국정부 국비유학생 유치가 늘어나고, 교육과정이나 국내 대학의 해외분교 설치, 교육 원조사업 등으로 고등 교육의 해외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유학 박람회도 매년 그 참여국가와 인원이 늘고 있다. 2004년 54개 대학 참여에서 2007년 현재 176개 대학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방문자수도 2004년에 비해 2006년은 13200명에서 26600명으로 증가했다.
e-러닝분야도 교류가 활발하다. 지난 1월 유네스코-바레인국왕 교육 정보화상을 수상했으며 18개 개발도상국에 중고 PC 지원 및 교원·교육행정가 교육정보화 연수를 실시했다.
이선민 기자
| 대입정책 4대 쟁점 정리
대학자율로 본고사를 실시해, 변별력을 높여 우수한 학생을 뽑아야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면 대학의 재정난을 줄여 더욱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다?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 특목고 1등급과 지방고등학교 1등급은 다르다? |

한국의 사교육비가 30조 원이 넘는다고들 한다. 유별난 교육열의 산물이라고 해석하지만 국가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가계에 부담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쏟아 붓는 사교육비를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렇게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입해 길러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대학 졸업생들이 다른 나라 대학 졸업생에 비해 ‘특별히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교육은 입시와 영어교육에 집중되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조기교육을 시작한다.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이미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표 아래 학습지, 과외, 학원 등 다양한 사교육에 투입된다. 그 중간 단계로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를 겨냥한 특수 사교육이 덧붙여진다.
결국 우리의 사교육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그 다음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의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 국제적인 비교에 따르면 우리 대학들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돈을 많이 들여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사교육비가 교육예산보다 많다’
교육부가 2006년 12월 전국 학생과 학부모 2만25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6년생의 88.2%, 중 3년생의 78.4%, 고 2년생의 63.1%가 각각 사교육을 받고 있다. 다른 학년보다 사교육 참여가 높은 학년임을 감안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간 1인당 사교육비는 초중고 60% 이상이 300만 원 이하였지만, 500만 원 이상이 각각 10%대를 기록했고 20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한 경우도 중 3년생의 1.2%, 고 2년생의 1.6%나 됐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학원비의 고액화 등으로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고소득층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밖에 초등학생의 60% 이상이 저학년 때 영어 사교육을 시작하고, 초등학교 6년 학부모의 30%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며 이들 중 94.2%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었다. 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액 사교육비 지출 집단이 형성돼 있었다.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사교육시장 총 규모를 33조5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2007년 정부의 교육예산 총액 31조 원보다 많다. 전국 1012가구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64만6000원으로, 가구소득의 19%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자녀 1인당 사교육비는 평균 38만1700원이었다. 조사가구의 26%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평가도 영어 실력도 ‘우수’하지 못해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가 최근 실시한 2007년 ‘세계 200대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작년(63위)보다 12단계 상승한 51위에 올랐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98위에서 132위로 올라, 국대 대학으로는 서울대와 KAIST가 상위 200위권 대학에 이름을 올린 반면 지난해 150위를 기록했던 고려대는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대 대학 가운데 미국 대학이 57곳, 영국 대학이 32곳이었고 일본 11곳, 중국 6곳이었다. 서울보다 작은 싱가포르에서 전체 3개 대학 중 2곳이, 홍콩은 8개 대학 가운데 3곳이 선정됐다. 대학진학률 82%로 양적으론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는 증거다.
지난해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100대 대학에는 국내 대학이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리고 200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산업계 만족도는 더욱 충격적이다.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50위로 평가된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폴 로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의 대학 교육은 지나치게 시험을 통과하는 데 맞춰져 있다”며 “창의력을 북돋아주지 못하는 대학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매달리는 영어 교육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영어실력은 ‘평균 이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4~05년 토플(TOEFL)시험을 치른 응시자는 세계적으로 55만4942명. 한국인은 전체 응시생의 18.5%인 10만2340명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토플성적은 전 세계 147개국 중 93위에 머물렀다.
특히 토익(TOEIC)시험 점수가 높아도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경우마저 있어 대기업들이 입사시험에서 토익점수를 배제하고 영어 말하기 시험을 치르는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약 10년간 학생 한 명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총 1만5000여 시간이고 유치원 등 조기교육을 포함하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사교육을 포함해 우리 교육은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암기식·주입식 선행학습에만 열중하고 창의력·사고력을 기르는 데 소홀한 결과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할지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할 때다.
김병훈 기자

‘배움·돌봄·나눔’을 주제로 하는 2007 방과후학교 페스티벌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고 부산시교육청을 비롯,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주관한 이번 축제에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방과후학교의 우수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우수사례로는 지역특성 프로그램을 개설·운영을 통한 지역사회 공동체 풍토를 조성한 제주 보목초등학교 등 12개 초등학교와 역할모델을 제공하는 대학생 도우미 방과후학교를 운영한 울산 문수중학교 등 10개 중학교, 무학년·수준별 선택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내놓은 인천 강화여고 등 10개 고등학교가 선정됐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교육부는 현장교원·전문가의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등 성공 모델을 확산시키며, 관련 협의회 및 모니터링단 운영을 통해 적극적으로 현장의 의견을 수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방과후학교의 질적 수준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방과후학교정책과의 김연석 연구관은 “전국 초·중·고 중 32개 학교가 우수사례로 선정돼 발표되는 등 방과후학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교가 계속 늘어가는 만큼 앞으로는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방과후학교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과후학교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방과후학교로 인한 학교 현장의 부담이 줄어들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의 확산을 위한 지원이 확대됨으로써 방과후학교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선민 기자

“난 한국사람인데 엄마가 중국사람이라고 친구들이 자꾸 놀렸어요. 그런데 방과후학교를 하면서 그런 놀림을 받지 않으니까 너무 좋아요.”
장수초등학교 1학년인 수인이는 요즘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밝게 웃는다. 수인이 같은 친구들이 장수초등학교에만 전교 350명 중 26명이니 적은 수가 아니다. 다문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위치한 장수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지내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오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습 결손과 학교 부적응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박성기 교장은 이를 위해 장수경찰서와 연계한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운영결과 다문화가정 자녀가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무료로 1:1 학습지원 활동이 이루어짐으로써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고 있다.
그렇다고 다문화가정이 혜택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학부모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듯이 성의 있는 수업 준비 때문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모두 효과에 대만족이다.

농촌이라고 해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덜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방일수록 원어민 교사의 질적인 문제와 과도한 사교육비가 큰 부담이 된다. 경북 칠곡에 위치한 왜관중앙초등학교는 이런 부담을 덜면서 영어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는 미군 기지Camp Carroll 부대 소속 16의무대대와 자매결연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Good Neighbor Program’을 통해 부대에서 지원한 원어민 교사가 3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을 만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웠다. 처음엔 문화의 차이나 색다른 외모로 인해 학생들이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음식 나누어 먹기, 우리 문화 체험, 학교 행사에 함께하기 등으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입학식, 졸업식 등 각종 행사에 미 16의무 보급대를 초대해 친밀감을 높였다. 또 학생들이 Camp Carroll 부대를 견학하며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극복하게 되었다.
원어민 교사의 수업 지도력 향상을 위해 본교 보조교사와 협의회를 만들어 학습활동을 계획하고 수업시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개선해나갔다. 또한 학부모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학기 중 2회 실시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방과후학교 정보를 올려 학부모들이 홈페이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했다.
김원필 교장은 “본교 교사 중 영어 전공 교사 6명이 교육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실시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지 않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 일곡중학교는 지난해부터 매달 둘째주 토요일이면 유치원, 초등학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일곡중학교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신나는 과학실험교실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다.
“아이를 위해 참석했는데 신나고 재밌는 실험을 직접 해보니까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제가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아이도 부모랑 함께 하니까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김영미(37·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로) 씨처럼 신나는 실험학교는 인근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과학교실은 과학탐구반 학생과 담당 교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기초수급자 학생 6명이 참여 중인 과학탐구반 아이들은 표정이 밝아지고 수업시간에도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등 변화가 컸다. 초기 18명이었던 반원이 30명으로 늘었고 더 많은 아이들이 방과후학교 과학탐구반에 참석하고 싶어할 정도다.
2007년 9월 현재 총 1070명이 참가할 만큼 지역사회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면서 서울에서도 벤치마킹하겠다고 방문하는 사례도 있다.
이효동 교장은 “어느 학교에서나 일반화가 가능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며 “지역사회 공동체 풍토 조성 및 공교육 신뢰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과 지도 교사 등이 부족하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위해 방학 중 인근 학교와 연합과학캠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서로 공부해야만 학교 성적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학교가 있다. 충남여중의 코스프레 반인 ‘이상한 나라의 여우별(여우별)’ 아이들은 일반 학생에 비해 적극적인 질문과 행동이 많고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코스프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알게 되고, 무대 공연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또 팀플레이로 공연하니까 의사소통 능력이나 배려심, 협동심, 유대감 같은 것이 남다르게 변해가더라고요.”
코스프레 반을 지도하고 있는 한유경 선생은 아이들이 원하는 문화코드를 적용한 방과후학교 덕분에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고 학교에 대한 신뢰와 즐거움을 배우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우별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옷으로 다양한 공연에 참가해왔다. 교내 ‘게릴라 공연’을 비롯해 교내 행사인 목련예술제에 참가했고 교외로 시도연합 동아리 축제, 대전 코스프레 축제인 디쿠에도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교사는 “일본문화 따라하기라는 오해를 받을 때면 안타깝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봉일천리는 일산, 교하 신도시와 가깝기 때문에 학구열이나 진학열은 대도시에 뒤지지 않지만 농어촌 지역이라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많은 학생이 비싼 수강료와 불편한 교통편을 감수하며 멀리 일산이나 금촌, 교하 등으로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서 그렇게 사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봉일천고가 마련한 것이 ‘One Stop-Extra Project’이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듣고 장소를 이동할 필요없이 학교시설 및 교실을 다시 활용해 방과후학교 강좌를 수강하는 시스템이다.
봉일천고는 방과후 학교에 교과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과 선택형 프로그램’과 특기 신장 및 소질 계발을 위한 ‘특기·적성 동아리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또 지역시설과 지역 전문가를 적극 활용했다. 원어민을 활용한 영어회화반(봉일천초 20명)을 운영했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파주 하나로 요가원(요가반), 청소년문화의 집(신문제작반), 중앙도서관(심층면접반), 파주 궁도장(국궁반)등 지역 시설과 지역 전문가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과목 분야에서 총 51개의 강좌를 개설했으며, 참여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가 약 81%였다. 그 중 학생선호도가 가장 높은 강좌는 창조교실의 ‘심층면접반’과 ‘논술 특강’이었다. 특기적성분야에서는 18개의 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했으며, 참여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가 약 94%였다. 그 중 학생 만족도가 가장 높은 강좌는 난타와 비보이, 록밴드 등으로 본인의 희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봉일천고 임봉규 교장은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강좌에 참여할 수 있어, 사교육비가 절감됐다”며 “학생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참여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의 사교육을 학교에서 흡수하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포항여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포항여고는 비평준화학교라서 중학교 때까지는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그러나 오히려 고민이 많다고 한다. “중학교까지는 잘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오니까 자꾸 성적이 떨어져요.”, “하숙을 하다보니 가족이 그리울 때가 많아요.”, “친구 때문에 고민인데 의논할 곳이 없어요.” 등등. 포항여고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학교의 상담교사는 전교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상담을 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그래서 포항여고는 지역 사회 단체와 연계한 상담 컨설팅사와 진로탐색반을 조직해 방과후학교의 일환으로 운영했다. 특히 상담 컨설팅사가 본교 졸업생 출신이라서 애정이 깃든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운영 결과 학생 80.6%, 학부모 73.3%가 만족을 표할 정도로 호응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교육만족도가 높아지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며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얻었다는 것이다.
김재승 교장은 “학생들에 대한 다채널의 입체적인 상담체계 운영으로 학생들의 갈등과 고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지적·정서적 발전을 도와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진로지도에도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금 우리사회는 각 부문에서 양극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부격차는 물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지방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양극화도 발생하고 있다. 여러 부문의 양극화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격차가 심해지면 학력수준도 벌어지고 이는 곧 사회진출에서 취업이나 소득과 연결되고, 이것이 바로 사회·경제적 계층을 결정짓는 원인이 된다. 교육격차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주범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빈곤의 대물림’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실마리는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대다수의 견해다. 교육을 통해서 계층간 이동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것이 바로 참여정부의 교육복지정책이다. 교육복지정책은 개인적, 가정적, 지역적, 사회적, 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적은 농어촌지역과 저소득층 자녀에게도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해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해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교육복지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사교육비 경감대책 △소외지역 교육복지 투자사업 △대학생 학자금 대출제도가 그것이다.

방과후학교 = 방과후학교와 같은 형태의 교육지원이 처음 이뤄진 것은 1996년. 이후 ‘특기·적성’과 ‘교과보충’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던 방과후학교는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프로젝트’로 추진되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특기·적성 계발을 위한 ‘보충’ 사교육은 물론, 교과 공부 중심의 ‘입시’ 사교육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맞벌이 부부 등으로 인해 사교육 수요가 큰 초등학교에서의 보육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박영숙 교육부 사교육대책추진 팀장은 “2·17대책의 핵심은 ‘학교 밖 교육(과외)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고 방과후 학교 정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전까지의 방과후 교육활동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등학교는 입시 공부 위주로 운영했고, 농산어촌 학교들은 우수한 강사를 구할 수 없었다.
학원비보다는 저렴했으나 ‘수요자 부담 원칙’ 탓에 저소득층 학생들은 그마저 부담스러워 했다. 보육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학교시설만으로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다.
2004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이 학부모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학교의 99.3%가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생 참여율은 31.3%에 그쳤다. 학부모의 32.4%가 특기·적성교육이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그런 방과후 프로그램이 일대 변신하는 계기를 맞았다. 교육부는 2004년 말에 방과후학교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에 48개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운영하면서 그해 11월에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후 교실 등 모든 방과후 교육활동을 포괄 운영하는 ‘방과후학교’를 도입·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특기적성, 수준별 보충학습 등으로 불리던 것을 ‘방과후 학교’로 통합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초등학교에는 방과후 보육과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중학교에는 수준별 교과 보충·심화학습과 특기적성 프로그램, 고등학교에는 교과보충·심화학습과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진로지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명칭뿐 아니라 개념과 성격 모두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또 방과후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운영 주체와 지도강사, 교육대상 등을 확대·개방했다. 특히 참여정부는 여기에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 완화라는 목표를 추가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부담스러워하던 저소득층을 위해 2007년부터 바우처(자유수강권)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농산어촌의 경우 시·군청과 공동 투자해 초등보육 시설비, 외부강사비, 프로그램 운영비, 차량비 등을 지원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으로 방과후학교는 기존의 방과후 교육활동이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280개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로 인한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1인당 월평균 6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만족도 또한 높았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학부모 74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과후 학교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46%가 만족을 표했고 41%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지속적으로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겠다는 학부모 역시 54%를 넘었다.
방과후 학교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프로젝트’로 추진되며 기존의 방과후 교육활동이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 확대도 큰 성과다. 2007년 10월 현재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 학교의 99.8%에 달한다.
프로그램 수도 방과후 보육은 2491학급,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9만813개, 교과 프로그램은 6만403개다. 현직 교원 외에 외부강사의 참여도 2003년 29.2%에서 2007년 38.5%로 증가했다.
e-러닝 체계 구축 EBS수능방송 = 방과후 학교와 함께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추진된 교육방송(EBS) 수능방송. 2004년 1월부터 시작된 EBS 수능방송은 수능과 연계하면서 안정적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내용적 보완을 거듭해 오면서 발전적으로 진화했고 사교육비 경감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발표한 ‘EBS 수능강의 2주년 성과분석 및 운영방안’에 따르면 수능강의를 활용하는 가구의 경우 2005년 9월 34만9000원이던 월평균 사교육비가 수능강의 활용이후 29만4000원으로 5만5000원(15.8%) 감소했다.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가구의 비율도 17.4%에서 수능강의 활용 이후 25.8%로 늘었다.
대도시지역 가구의 경우 사교육비의 16.3%, 읍·면 지역은 36.9%가 감소했으며 소득 계층별로는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가 16.3%, 299만 원 이하 계층은 25.5% 감소했다. 학부모의 55.7%도 수능강의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수능강의의 학교성적 향상 효과에 대해 73.1%가, 수능시험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84%가 인정했다. 인문계 고교생의 64.7%(대도시 62.7%,읍·면 69.5%),3학년의 75.6%가 수능강의를 이용하고 있으며 주당 평균 시청시간은 4.1시간이었다.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 = 소외지역의 교육복지 투자는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이루어졌다.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요 경비를 지원하고 개별 학생의 가정 형편에 맞춰 방과후 학습, 심리치료 등 다양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생업에 바쁜 저소득층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2003년 서울과 부산의 8개 지역에 시범 실시한 이래 지원 2005년 15곳, 지난해 30곳으로 대상 지역을 매년 늘려왔으며 현재 유치원 95개를 포함한 256개 학교에서 약 15만2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지원 대상 지역을 올해 60곳으로 늘리게 되면 전국 320여 개 학교, 총 30만 명가량의 학생이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원대상 지역을 2008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70명 이상인 초·중학교의 대부분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 2003년 ‘농어촌교육종합발전방안’이 수립돼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사업’ ‘농어촌 1군 1우수고 육성사업’ ‘농어촌 출신학생 대입특별전형’ 등이 실시되고 있다. 이들 정책으로 소외지역 자년들의 학습결손을 막고 기초학력도 높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돈 없어도 대학가는 정부보증학자금 대출 = ‘가난한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8월 도입된 정부보증 대학생 학자금 대출제도는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킨 제도다.
기존의 대학생 대출제도는 정부가 이자의 절반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재원조달의 한계 때문에 수혜자가 소수였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대출이 절실한 학생들조차 제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을 설치하고 학생 신용보증과 대출인원·대출금을 확대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마련했다.
시행 초기에는 여러 가지 지적도 있었다. 대출심사가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이에 2006년 2학기부터는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부분대출을 허용하는 등 실제 수요자에게 필요한 형태로 제도를 개선했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시행 5학기 만에 131만 명에 달하고 금액은 4조3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10월 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수탁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와의 2007년 2학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조사 결과 30만6518명이 1조338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7년 2학기는 지난해 2학기의 25만8000명, 7926억 원보다 인원수는 19%, 금액은 30.4%가 증가했으며 2007년 전체 대출은 지난해 51만4000명, 1조6257억 원보다 인원수 19.9%, 금액은 31%로 해가 갈수록 증가추세다.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 자녀에게 약 31%(5만5651명) 정도 대출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교육격차 해소’라는 본래의 취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태욱 기자

정부 정책 포털사이트 국정브리핑이 16회에 걸쳐 연재한 ‘실록 교육정책사’가 교육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 실록정책사는 ‘대학입시정책’, ‘고교평준화정책’, ‘사교육경감대책’, ‘인적자원개발정책’ 등 4개 분야를 전·현직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증언, 각종 정부 기록물, 학계연구보고서,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생생히 재연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 이중 특히 화제가 된 사교육 경감 대책과 관련한 대목을 요약한다.
중학교 입시가 있었던 1968년까지는 초등학생들의 과외가 극성이었다. 명문중학교 입학은 명문대 입학의 보증수표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집은 방과 후 초등학생 과외방으로 변했다. “집 주인은 초등학교 선생, 그 집에 전세를 든 사람은 중학교 선생, 그 전세에 월세를 들거나 문전에서 기웃거리는 사람은 대학교수”라는 뼈 있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7월 15일 중학입시의 무시험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이를 ‘7·15해방’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생의 과열 과외는 진정됐다. 대신 이 열기는 중학교로 이어졌다.
중학생들은 정규 수업 외에 1~3시간의 보충수업을 들었다. 학원 또는 ‘안방 개인지도’나 ‘안방 그룹지도’ 등의 과외를 받았다. 유신정권은 급기야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과외 전쟁은 대입을 위한 고교생들의 몫이 됐다.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과외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조치는 신군부를 미워하는 사람들조차 지지를 보냈다. 신군부는 면직, 구속 등 ‘강력한 무기’를 사용했다. 그럴수록 국민적 지지가 상승하리라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7·30 조치 2주 만에 경찰의 단속이 시작됐다. 3년 동안 1290명이 처벌을 받고 1986년에는 제주시장이 자녀에게 영어 비밀과외를 시켰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그럼에도 부유층에서는 비밀과외가 성행했다. 단속반을 피해야 한다는 ‘위험 수당’ 명목으로 과외비가 크게 올랐다. ‘승용차 과외’ ‘별장 과외’ ‘심야 과외’가 등장했다. 중산층들도 “공부하는 게 죄냐”면서 ‘몰래 바이트’에 합류했다.
“과외만 잡아라. 대통령 시켜줄게”
그러다 1986년 대법원은 학습권 존중 판결을 내렸고 이후 정부는 과외 금지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과외에 대한 열망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취했다.
1997년 문민정부는 방과 후 교내 과외 교습을 허용했고, 위성방송을 통한 강의가 시작됐다. 그렇다고 해서 고액 비밀과외가 줄지는 않았다. 1997년엔 ‘100만 원짜리’ 과외가 사회문제가 됐다면 1998년엔 ‘1000만 원 이상’의 족집게 과외가 매스컴을 탔다. 1997년 3월부터 진행된 ‘고액과외 수사’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지휘한 안대희 서울지검 특수 3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뇌물 수수사건을 수사하면 100만 원짜리 수표가 학원 강사에게 흘러들어가는 이상한 연결고리가 자주 포착됐다. 과외비라고 했다. 부패 사슬의 정점이자 ‘만악의 근원’인 사교육 비리에 칼을 대야 한다는 공감대가 수사검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2000년 4월 과외금지 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왔다. 그후 사교육 시장은 규제 중심에서 자율시장으로 변모했다. 또한 과외 풍속도를 대표하는 게 바로 교육특구의 등장이었다. 서울 강남 대치동이 ‘사교육의 메카’로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값이 덩달아 오르고 ‘8학군 지역으로 전학은 못 가더라도 대치동 학원은 다녀야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과외 열풍을 넘어서 조기유학이 성행하게 됐고, 특목고가 탄생하면서 초등학생까지 과외 열풍에 다시 휘말렸다. 40년 전의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IMF 이후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고 하면서도 사교육시장은 엄청나게 커져갔다.
박영숙 교육인적자원부 사교육대책추진팀장은 최근 10년간 사교육 시장이 폭발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IMF외환위기와 과외 금지 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사교육이 늘었다. 학부모의 고학력화, 가계 소득 증가, 자녀 수의 감소, 맞벌이 부부의 증가, 영어교육 열풍, 지나친 선행학습 풍조 등의 요인이 보태졌다.”
최고 대안은 공교육 질 높이기
참여정부 역시 2004년 2월 17일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내놨다. ‘어차피 잡지 못할’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안으로 흡수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1980년 전면적인 과외금지 조치 이후 과외에 대한 정책적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었다. 이 대책보고서는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사교육의 근원적 해결책”이라고 결론지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12일 방과후학교 모범현장인 부산 서명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교육 내실화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실적으로 입시가 있는데 학원으로 내보내는 것보다는 학교 안에서 입시교육 시키는 게 낫지 않습니까? (중략) 입시 환경과 공교육 환경을 바꿔줘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공급 다 되면 학원에 가라고 해도 누가 가겠습니까. (중략)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전한 교육은 공교육의 장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사교육의 장에서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결국 공교육을 되살려내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이선민 기자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고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한 정책은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으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정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교육정책은 국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인적자원부 수장이 자칫 중심을 잃다가는 교육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신일 부총리에게 믿음이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대쪽처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만 40년 가까이 몸 담아온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취임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기대가 컸다. 재야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교육문제를 고민하던 그가 취임할 당시는 ‘교육정책의 혼란기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둥 말이 많던 때여서 더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부터 ‘너무 한쪽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 평가도 다양하다.
김신일 부총리는 교육정책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고 다른 정부 부처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역점을 두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미래사회를 대비해 인적자원개발(HRD)을 총괄하는 인적자원정책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HRD정책의 총괄기능을 강화한 것은 성과라고 꼽았다.
“취임한 이후 HRD 총괄기능 강화,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 확보, 신뢰받는 공교육 내실화를 기본 기조로 추구해왔습니다. 동시에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는 교육안전망 구축에 역점을 두고 노력했습니다.”
고등교육에 지원할 1조 원의 재정을 확충해서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대학의 교육·연구력을 향상하고 지방균형발전 및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맞는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법(로스쿨) 제정이나 교원정책 및 영어교육방송국 개국과 같은 영어교육혁신, 방과후학교 지원 확대도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소외계층에게 학습권을 보장해줌으로써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점이라고 말했다. 기회균형선발제처럼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차기 정부가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인터뷰 중 내비치기도 했다.
어떻게 잘 가르치느냐가 교육부의 할 일
참여정부 들어 공교육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특목고, 대학입시, 3원칙 등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여론이 갈리고 참여정부가 평등주의에 치우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올 여름 2008대학입시로 인한 갈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수월성과 형평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에서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목표입니다. 수월성 교육을 성적 우수자에 대한 선별적 엘리트 교육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는 것이 진정한 수월성 교육입니다.”
특히 어린 나이부터 기본 학습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 토대 위에서 수월성 교육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국민 모두의 기본 자질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통해 교육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평생교육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국가인적자원위원회에서 생애 초기 기본학습능력 지원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태어나서부터 살아 있는 동안 국민 모두가 원하는 때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죠.”
그는 대학이 요구하는 대로 입학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사교육 팽창, 본고사 성적에만 의존한 ‘한줄 세우기’ 심화 등 교육적으로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큰 폐해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김 부총리는 대학입시는 교육부의 한 업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떻게 ‘뽑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과 공감대 넓히며 정책 펴 나갈 터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여전히 이루어야 할 정책이 많다는 욕심 많은 장관이기도 하다.
“평생 교육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평생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시급합니다. 현재 교육개발원(KEDI)과 방송대에서 분산·운영 중인 평생교육사업을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통합·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기관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KEDI나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방송대 모두 미래지향적인 국가 수준의 평생교육 추진기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교원평가제의 법제화’도 시급히 완료되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교원의 전문성을 높일 때에 학교의 교육력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정기국회와 여러 정책 현안 점검 등으로 바쁜 요즘도 김신일 부총리는 교육에 대한 희망을 역설하고 있다.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교육입니다. 정치와 경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의 기본은 진정성입니다. 참됨과 올바름에 토대를 두어야 하고 그 토대가 흔들리면 그것은 이미 교육이 아닙니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SET_IMAGE]7,original,right[/SET_IMAGE]말도 많고 탈도 많던 외고에서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외고 입학을 위한 시험지가 유출돼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시험지 유출 사건을 일으킨 김포외고는 단순히 시험에 부정을 범했다는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 특목고 입학 시험문제의 범위가 중학교 교육과정이 아닌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출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특목고를 진학하려면 선행학습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선행학습을 하려면 특목고 전문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다. 특목고 전문학원은 합격률을 높여야 돈을 벌게 되므로 부정을 해서라도 합격자를 늘리겠다는 배포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엄청난 학습부담에 시달릴 뿐 아니라 합격만 하면 그만이라는 도덕 불감증까지 배우게 된다.
암기식·주입식 교육 한계 뚜렷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습시간도 세계 최강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OECD 국가 고등학생의 주 평균 학습시간은 29.3시간인 데 반해, 한국 고등학생의 주 평균 학습시간은 세계 최장인 46.4시간으로 입시기계로서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학부모 대다수가 적기학습보다는 선행학습 신화를 맹신하고 있다. 선행학습은 비닐하우스 재배와 같다. 처음에는 야채나 과일을 제철보다 조금 빠르게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어느덧 계절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과일과 야채를 공급하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비닐하우스 재배와 노지 재배 작물의 맛과 향이 확연히 구분되던 과거와 달리 영농기술의 발달로 이젠 그 맛도 도통 차이가 없어졌다.
학원 역시 예전에는 주로 부족한 교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보습학원의 성격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선행학습 위주로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비웃듯이 무한대로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입시보습학원은 전국에 걸쳐 3만 개 가까이 생겨 전국 초·중·고등학교 숫자의 세 배에 달한다. 서울 강남 일부지역에서는 선행학습이 심하다보니 진단평가에서조차 문제의 난이도를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마디로 학원 선행학습이라는 꼬리가 학교 적기학습의 몸통을 잡아 흔드는 형상이다.
선행학습 부담은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로 작용해서 가계비 부담 중 음식물비 지출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행학습 유형도 과거와는 달리 초등학생들의 경우 예체능 등 감성교육을 위한 사교육에서 벗어나 논술, 영어로 대체된 지 오래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종속이 심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은 알지만 내 아이가 당장 영어 한 마디, 숫자 하나를 남들보다 더 잘하기 바라는 마음에 암기식이건, 주입식이건 상관없다는 부모도 많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는 숫자가 99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유치원생들이 100, 1000, 10000을 알고 있다. 그러나 10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10이 열 개가 모여 100이 된다는 개념을 익히기보다 앵무새처럼 외우는 것이 실력의 전부여서 머지않아 수학을 이해하는 데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단계별로 익혀야 할 것은 따로 있다
학원이 입시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을 입시기계로 만들며 올인하는 데 비해 공교육은 아이들이 적기에 받아야 할 교육과 인성의 조화로운 발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현실적으로 공교육도 입시의 영향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각급 학교에 해당하는 교육목표가 분명한 것이다.
초등학교의 교육목표는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과 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중학교 교육은 초등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에 비해 고등학교의 교육은 중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개척 능력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서 조급해하지 말고 공교육의 목표를 착실하게 밟아나가면 결국 인성과 학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교육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과정 속의 수많은 학습 원리를 배우고 이해하는 사이 창의적인 교육, 전인교육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국민 다수의 교육권이 보호되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야지 특정한 계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기 위해 선행학습 등을 당연시함으로써 교육이 왜곡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정 소수 5%가 학력을 세습시키고 우리사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95%의 학생이 들러리서고 학부모들이 사교육 고통에 희생되는 요즘의 선행학습 풍토는 절대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선행학습이 유리한 특목고 입시,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통합 논술 등을 대학입시에서 치르는 것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선행학습을 한다 해도 유치원생들이 대학입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또 초등학교에 좀 많이 공부했다고 입시를 치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 입시는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가지고 치르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리어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선행학습보다는 적기학습이 필요한 것이고 학습에 대한 끝없는 흥미와 자신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학원보다 학교교육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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