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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830호

녹색생활 하면 돈이 보여요






경기 안산시에 사는 직장인 주부 김영란(38) 씨는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을 냉장고 정리의 날로 삼고 있다. 자투리로 남은 채소는 모아 볶음밥 재료로 쓰기 위해 빼놓고, 대충 뚜껑 덮어 넣어두고 먹던 반찬은 상태를 살펴 그날 저녁에 해결한다. 김 씨가 이렇게 냉장고 정리를 하는 이유는 냉장고 공간을 40퍼센트 정도 비우면 평소 전력 소비의 10퍼센트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습관적으로 플러그를 꽂아두던 TV나 컴퓨터도 멀티탭으로 연결해서 쓰지 않을 때는 아예 스위치를 꺼둔다. 보온기능 때문에 즐겨 쓰던 전기밥솥도 압력밥솥으로 바꿨다.
 

김 씨가 이렇게 절약 습관을 들인 결과 매달 7만원 이상 나오던 전기요금이 5만원대로 떨어졌다. 김 씨의 전기요금 절약분을 1년간 모으면 24만원이다. 여기에 추가 2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김 씨가 ‘탄소포인트제’ 회원이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녹색생활만 꼼꼼히 실천해도 돈을 모을 수 있다. 수돗물, 전기, 가스량을 아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탄소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저탄소 제품을 구입하면 탄소캐시백 포인트가 쌓인다.
 

탄소포인트 제도는 전기나 수돗물, 가스 등을 절약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 포인트를 주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탄소포인트 제도는 전국 2백32개 시군구 중 88곳에서 시작해 8월 현재 1백45개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이다.
 

탄소포인트를 받으려면 환경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탄소포인트제 홈페이지(http://cpoint.or.kr)에서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회원 가입 시 본인이 살고 있는 지자체가 탄소포인트제를 실시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홈페이지에 가면 2007~2008년 월별 전기, 수도, 가스 사용량 파악이 가능하다. 과거 2년간 썼던 해당 월평균 사용량보다 적게 쓰면 자동으로 탄소 절감량이 표기되는 시스템이다.
 

탄소포인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그램 줄일 때마다 1포인트가 적립된다.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최대 3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전기 사용량을 1킬로와트 줄이면 4백24그램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고, 포인트는 42.4포인트 적립된다. 4인 가정 한 달 평균 전기 소비량은 약 3백50킬로와트다. 10퍼센트(35킬로와트)만 전기 사용을 줄인다면 월 4천4백52원어치의 탄소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수돗물과 도시가스는 1세제곱미터씩 절약하면 각각 3백32그램, 2천7백80그램의 온실가스가 감축되고, 33.3포인트와 2백78포인트가 적립된다.
 

지자체마다 포인트를 주는 방법은 다르다. 인천시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급하고, 서울 강남구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강남구의 경우 시범운영 6개월 동안 4만5천3백32가구에 약 2억9천만원에 해당하는 탄소포인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쓰레기봉투나 교통카드, 주차할인권 형태로 주는 곳들도 있다.
 

요즘엔 탄소포인트와 아파트 관리비를 연계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환경부 박광칠 기후변화협력과 사무관은 “발생한 탄소포인트를 아파트 관리비로 대납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공동주택(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제작업체와 개발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8월 1일부터는 탄소포인트제와 탄소캐시백의 포인트 통합 사용도 가능해졌다. 탄소캐시백 제도는 지식경제부가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이산화탄소 마크가 붙은 저탄소 제품을 구입하거나 저탄소 실천매장을 이용하면 탄소캐시백 포인트를 제공한다.
 

기존 OK캐시백카드를 이용하거나 탄소캐시백 카드를 만들면 누구나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적립된 포인트는 탄소캐시백 가맹점과 OK캐시백 가맹점(주유소 제외), 코레일 철도 승차권 구매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현재 이마트를 비롯해 유한킴벌리, 삼보컴퓨터, 동서식품, 국민은행 등 14개사가 탄소캐시백에 참여하고 있다.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알아보려면 탄소캐시백 홈페이지(www.co2cashbag.com)를 참조하면 된다. 내가 모은 포인트의 적립 명세 역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총 5백 개 제품에 탄소성적표지를 부착해 녹색제품에 대한 구입을 늘리도록 할 계획이다.
 

생산과 유통 분야에서의 녹색활동을 위한 인센티브도 있다. 하이브리드카처럼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면 자동차 취득·등록세, 개별소비세 등 최대 3백10만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친환경 녹색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예금상품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예금통장은 우리은행의 ‘자전거 정기예금(1년 만기)’. 8월 24일 출시된 신상품으로 3백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리 3.7퍼센트지만 자전거를 이용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승용차 요일제에 가입하거나 후불제교통카드(우리카드)가 있으면 최고 0.3퍼센트 포인트까지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예금 가입과 동시에 자전거상해보험에도 무료로 가입된다. 지난해 8월 출시 후 꾸준히 판매 중인 ‘저탄소 녹색통장’도 있다. 서울시 승용차 요일제나 탄소마일리지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고객에게 자동화기기 이용과 타행이체 때의 각종 수수료를 최고 1백 퍼센트 면제해주는 통장이다. 수익금의 50퍼센트를 ‘맑은 서울 만들기’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녹색성장예금’은 연 4.4퍼센트의 금리를 준다. 저금리시대에 다른 상품보다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1천만원 이상만 가입할 수 있으며 8월 말까지만 판매한다. 기업은행은 판매금액 1만원당 10원을 1년간 적립해 최대 1억원을 녹색성장 관련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입자에게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상품도 있다. 하나은행의 ‘-0.3도C 대출상품’은 저공해 자동차 보유자, 경차 보유자 등 친환경 생활 고객들에게 금리 감면(최대 0.3퍼센트 포인트) 혜택을 주고 있다.
 

농협의 ‘초록세상 적금’은 자전거 이용, 환경단체 활동, 탄소포인트제, 코레일 이용, 친환경 기업 등 저탄소 녹색운동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0.3퍼센트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1년 금리는 3.3퍼센트지만 인터넷뱅킹에 가입하고 자동이체 등을 신청하면 최고 0.6퍼센트 포인트까지 금리를 높게 적용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광주은행은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 범국민운동인 그린스타트를 후원하기 위한 ‘그린스타트 예금’을, 대구은행은 승용차 요일제 참여 고객에게 최고 연 3.8퍼센트의 금리를 주는 ‘친환경 녹색예금’을 각각 판매 중이다.
 

보험업계에도 녹색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삼성화재와 제휴해 개인용 자전거보험인 ‘녹색자전거보험’을 팔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본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물에 사고를 냈을 때도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금융권 최초로 판매하고 있다.
 

녹색금융상품은 돈 불리기에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세제 혜택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정부는 8월 25일 발표한 ‘2009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12년 말까지 3년 이상 가입하는 녹색펀드에 대해 1인당 3백만원까지 투자금액의 10퍼센트(3백만원 한도)를 소득공제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녹색예금도 1인당 2천만원, 녹색채권은 3천만원 내에서 이자소득을 비과세할 방침이다.

 


 

친환경 카드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선보인 친환경 카드는 농협의 ‘NH 에코카드’. 버스와 지하철 이용 시 하루 1백원, 철도와 고속버스 이용 시 요금의 5퍼센트를 할인해준다. 농협 판매장과 아름다운 가게 등을 이용할 때는 할인 혜택도 부여해 녹색소비를 지원한다. 또 카드 사용액의 일부를 녹색 공익사업에도 쓴다. 농협 금융마케팅팀 한정실 차장은 “카드 사용액의 0.1퍼센트를 농협 자체 부담으로 에코 기금으로 적립해서 조성된 기금을 친환경 녹색성장 관련 공익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 이용 장려에 초점을 맞춘 카드도 나왔다. 기업은행의 ‘상쾌한 공기 로하스(Lohas)카드’는 2010년 6월 말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월 20회 한정)하면 1회당 2백원씩 할인해준다. 매월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0.3퍼센트를 현금으로 돌려주는데,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20회 이상인 사용자에게는 추가로 0.2퍼센트 포인트를 더해 총 0.5퍼센트의 캐시백을 준다.
 

외환은행 ‘넘버엔 이패스(Epass) 카드’도 대중교통 이용 시 회당 1백원, 하루 최대 3회까지 OK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우리은행의 ‘우리V카드 지(知)’는 대중교통 결제요금의 5퍼센트를 할인해준다. 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이 카드로 결제할 때 9백원이므로 1회당 45원씩 할인받는 셈이다. 1개월 할인액은 최고 3천원이다.
 

좋은 재료를 쓰는 친환경 상품은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녹색소비와 녹색생활을 하려면 돈이 든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녹색생활이야말로 녹색성장의 추진동력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면서 녹색생활을 지원하는 각종 금융 혜택이 잇따르고 있다. 녹색생활, 이젠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글·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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