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얼마 안 있어 세계 인구의 절반과 FTA를 맺는 세계 유일한 통상국가가 될 것”이라고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대외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로서 응당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지각생이었던 우리나라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래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해오고 있으며, 거대 경제권과 자원부국 및 주요 거점 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인 FTA 체결을 통해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가 발효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3월과 9월에 싱가포르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의 FTA가 발효됐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는 2007년 6월 상품협정, 올해 5월 서비스협정이 발효됐다. 또한 2007년 4월 한미 FTA가 타결됐고, 올해 2월 한·아세안 투자협정에 서명했으며, 7월 13일 한·유럽연합(EU) FTA가 ‘실질적 타결’을 이룬 데 이어 8월 7일 인도와 내용상의 FTA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에도 서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각 대륙에 모두 FTA 선점기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 EU와 FTA를 타결한 나라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바야흐로 ‘FTA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국가들의 FTA를 통한 교역량 비중은 전체 교역량의 50퍼센트를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량 중 FTA를 체결해 비준한 국가들과의 교역량은 아직 12퍼센트 남짓한 상태다. 남들이 서로 깎아주며 장사를 할 때 우리는 38퍼센트만큼 돈을 다 내며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EU, 인도와의 FTA가 모두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량 중 FTA 교역량이 35.3퍼센트로 올라가고, 협상 준비 또는 공동연구 중인 일본, 중국과 FTA가 타결되면 65퍼센트까지 커지게 된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히고 있다.
FTA 효과는 FTA 발효 국가들과의 교역이 크게 늘어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칠레와의 교역이 연평균 35.44퍼센트(수출은 42.4퍼센트) 늘었고 싱가포르와의 교역도 연평균 24.7퍼센트(수출은 30.1퍼센트) 증가했다. 또 EFTA와의 교역이 연평균 31.8퍼센트(수출은 32.2퍼센트), 아세안과의 교역은 연평균 19.5퍼센트(수출은 21.1퍼센트) 늘어나 전체 교역의 연평균 증가율인 18.1퍼센트(수출은 16.8퍼센트)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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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은 우리와 FTA를 체결한 상대국도 마찬가지다. 아돌프 카라피 주한 칠레 대사는 지난해 3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칠레 FTA의 성과에 대해 “칠레의 한국에 대한 수출도 FTA 체결 후 4배나 증가했다”면서 “이는 FTA가 매우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카라피 대사는 또 “세계화시대에 수출주도형 경제국인 한국은 앞으로도 FTA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지난 6월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한국과 FTA를 체결한 후 2007년에는 교역 규모가 15퍼센트, 2008년에는 21퍼센트 증가해 4백30억 싱가포르달러(약 38조원)에 달했다”며 한·싱가포르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8월 7일 한·인도 CEPA 체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아난드 샤르마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인도의 경제 모델이자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OECD 국가 가운데 첫 번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의 교역이 지난 10년간 4배 증가했지만 CEPA 발효 이후 양국의 경제잠재력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EU FTA가 사실상 타결된 것도 우리의 경쟁국이 갖지 못한 무기를 가진 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미국, 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지부에서 한·EU FTA 협상 타결에 대한 현지 반응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업계의 우려가 가장 크고, 대만 업계의 피해도 클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는 7월 20일 발표문을 통해 “한·EU FTA 타결로 무역장벽이 완화되어 교역이 증가하고 성장과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유럽연합은 한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제2위 수출대상국이며 한국은 EU의 네 번째 비유럽 교역국으로 더욱 강력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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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는 특히 한미 FTA 비준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는 한·EU FTA보다 먼저 협상을 매듭짓고도 비준 절차에 들어가지 못해 한·EU FTA가 먼저 발효된다면 한국시장을 유럽에 내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찰스 그래슬리(공화당·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은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국이 EU와 FTA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시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없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캐나다, 멕시코, 걸프협력이사회(GCC), 페루, 호주, 뉴질랜드 등과도 FTA 협상을 하고 있다. 또 중국, 일본, 남미공동시장(MERCOSUR), 터키, 러시아, 콜롬비아, 이스라엘 등과는 협상 준비 또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함으로써 경기침체 속에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지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자유무역에 앞장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지난 2월 24일 <중앙일보>에 실은 기고를 통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대외교역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교역 확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FTA 허브국가’라는 목표는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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