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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속편을 쓴다면 단연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몸 사리지 않는 막후 외교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성사시켜 한국의 원전 해외 첫 수출이란 쾌거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2일 당시 한승수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40여 명의 한국 정부 특사단이 긴장된 표정으로 UAE의 수도 아부 다비에 도착했다. UAE 원전 수주전이 프랑스 쪽으로 거의 기울고, UAE 측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매우 미안하다(We\\\\'re very sorry)”며 전화를 걸어온 지 며칠 뒤였다.

사실상 “노(No)”라고 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그것도 휴일인 일요일 민관 합동의 대규모 특사단이 ‘막판 뒤집기’를 위해 대거 몰려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자에게 연일 전화를 걸어 원거리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국 측의 이처럼 강한 의지와 열정에 UAE 측이 감동했다. 감동(感動)이란 글자 그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자 원전 수주도 움직였다. 이 대통령이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 참석차 덴마크 코펜하겐에 체류 중이던 지난해 12월 18일 모하메드 왕세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제국’이란 표현과 함께 사실상 수주가 확정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공식 서명 전에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 사실상 UAE 원전을 거의 손에 넣었던 프랑스를 ‘총공세’로 물리친 우리 정부가 이번에는 우리도 당할 수 있다는 긴박감에 완벽한 수비자세를 취했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방문 일정은 1, 2주 전 공식 발표되지만 청와대는 UAE 방문 관련 보도자료를 출국 당일인 12월 26일 오전 6시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유예)를 걸어 내놨다. 언론사에선 “UAE 수주가 언론 보도로 잘못되면 그 언론은 대대로 역적이 될 것”이란 농담까지 나돌 정도로, 어쩌면 한국 전체가 긴장했다.

드라마 <아이리스> 같은 긴박한 순간을 지나 UAE와 원전 수주 서명을 하고 귀국하는 대통령과 총리의 표정엔 통쾌함이 가득했다. 한국에 허를 찔린 프랑스 등 경쟁국들의 “한국을 과소평가했다”는 뼈아픈 자성은 새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몰랐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초토화된 조국의 ‘미래 강국’을 꿈꾸며 시작한 한국 원자력의 치열한 50년을. 1980년대 미국과 구소련의 연이은 원전 사고에 깜짝 놀란 세계가 원자력을 외면할 때에도 꿋꿋하게 원자력 독립을 희망하며 한국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무사고 운영의 노하우를 쌓아온 한국 원자력의 잠재력을.

한국은 UAE 원전 수주 이후에도 올 1월 14일 요르단의 연구·교육용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최근 UAE에 연구용 원자로 수출이 추진된다는 소식도 이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2월24~27일 인도 국빈방문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자력 선진국들의 눈에는 한국이 ‘벼락 원자력 강국’이 된 듯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에너지 자원 부재란 절박한 고민이 깔려 있다. 지금과 같은 화석연료 시대에 석유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국가 전체 에너지의 41퍼센트를 차지한다.

원자력의 필요성은 나날이 절실해진다. 지구상 화석연료는 현재와 같은 사용 추세라면 석탄 1백55년, 석유 40년, 천연가스는 65년밖에 사용할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 국가들의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서도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다.  

무탄소에 가까운 원자력에는 엄청난 경제적 효용성이 잠복해 있다. 원전 건설에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번 UAE 원전 수주 하나만 해도 4백억 달러 규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원전 수주로 물꼬를 튼 한국과 UAE 양국은 지난해 12월 체결한 한·UAE 경제협력협정 및 신재생에너지 협력 양해각서의 이행에 나서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협력 민관 사절단이 1월 16~20일 아부 다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따라서 앞으로 제2, 제3의 원전 수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향상, 국가 위상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한국의 원전은 일단 운영단가가 싸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 단가만으로 따지면 러시아 원전이 가장 싸지만 운영단가까지 계산하면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또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대 핵무기 보유국을 제외하고 원자로를 수출한 나라는 중수로를 개발한 캐나다, 미국 기술을 토대로 국산화를 이뤄 대만에 원자로를 수출한 일본, 그리고 한국뿐이다.

박군철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앞으로는 비발전(非發電) 산업 분야로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지역난방, 해수 담수화, 원자력 선박 등 비발전 동력 분야는 그 이용도도 크고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큰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월 14일 원자력계 신년 인사회에서 원자력계 주요인사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을 ‘원자력 미래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원자력 장기 비전 2050’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히며 원자력계의 적극 참여를 당부했다.

21세기에는 석유경제 시대가 저물고 수소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수송에너지의 20퍼센트(원유 8천5백만 배럴 규모)를 감당할 원자력 수소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백훈 원자력정책팀장은 “원자력은 화석연료에서 수소연료 시대로 넘어가는 ‘브리지 에너지(Bridge Energy)’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원자력에너지는 핵무기로 전용할 수 없고 폐기물 걱정도 거의 없는 핵융합 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시대 개막 전까지 주요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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