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에 4백억 달러 규모의 원전 공사를 내준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터키, 요르단,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은 왜 한국형 원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UAE의 첫 원전사업을 총괄하는 UAE 원자력공사(ENEC)의 모하메드 알 함마디 CEO는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안전성을 꼽았다. 그는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30년간 성공적인 원전 운영을 통해 얻은 지식을 UAE에 전수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한국형 원전은 안전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지만 지난 30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한 적이 없다. 사업자 선정에 앞서 우리나라를 답사한 UAE 원전평가단도 이 점을 확인하고 우리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처럼 원전의 안전성은 원전 수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전의 안전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등 원전산업은 세계적으로 침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우리에겐 원전산업 발전의 기회가 됐다. 우리나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국내 원전 건설을 추진해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표준형 원전(OPR1000)의 건설과 운영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성능이 뛰어난 신형 경수로(APR1400) 개발에도 힘써 원전 설계는 물론 제작, 건설, 운영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 고유 기술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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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입어 가장 단기간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우리나라는 원전 시공 기간을 다른 나라보다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원전 건설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것도 이점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능력은 비용과 건설 기간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탁월한 발전소 운영능력도 우리 원전의 강점 중 하나.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1년 동안 정상 운전 중에 기기 고장이나 인적 요인에 의해 발전소가 불시에 정지한 건수를 의미하는 불시정지율은 2008년 기준으로 호기당 0.35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동 원전 20기를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정지된 적이 7번뿐이었다는 뜻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언론홍보팀 최경욱 대리는 “불시정지율은 안전성과 전기품질 확보 측면에서 원전의 운영 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원전 초기 단계인 1980년대 중반까지 불시정지율은 호기당 연평균 5건 이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부터는 운영 경험과 관련 기술 축적으로 1건 내외로 줄었으며 1998년 이후에는 1회 미만의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우리 원전의 불시정지율은 2003년 이후 호기당 연평균 0.4~0.6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선진국인 미국이 1.1~1.4건, 프랑스 1.8~2.4건, 캐나다가 1.1~3.1건의 불시정지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의 운영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설비의 건전성과 운영인력의 우수성 등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척도인 원전 이용률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워 다른 원전 보유국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이용률은 1990년도까지는 70퍼센트 선이었으나 운영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1991년부터 80퍼센트대로 진입했다. 2000년 이후에는 90퍼센트 이상의 높은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원전 이용률은 93.4퍼센트로, 세계 평균 원전 이용률 78.9퍼센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보다 2.4퍼센트 포인트, 프랑스보다 17.4퍼센트 포인트, 일본보다는 무려 29.6퍼센트 포인트나 높은 실적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6기 이상의 원전을 보유한 16개국 가운데 원전 이용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 20기의 이용률이 1퍼센트 포인트 증가할 경우 약 6백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해당하는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로 태워 전력을 생산한다면 약 2천5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같다.
국내 원전의 이처럼 우수한 운영 실적 달성은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이후 실수 방지, 노후 설비 개선, 고장 정지 원인 집중 관리 같은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연초에 이용률을 높이고, 정지율을 낮추기 위한 다짐대회를 열고 원전 정비 협력회사와 함께 안전 운영에 매진할 것을 결의한다. 지난해 목표는 ‘9303’. 이용률은 93퍼센트 이상으로 높이고, 호기당 정지율은 0.3건 이하로 줄이자는 뜻이다. 또한 2014년까지 원전 이용률을 94퍼센트로 끌어올리고, 호기당 정지율은 0.2건으로 낮추자는 의미에서 ‘9402’를 중·장기 운영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원전 기술의 완전 독립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9일 “2012년까지 원전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자립도는 95퍼센트 수준.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고리 1호기는 1백 퍼센트 미국 기술에 의존했으나 한국 표준형 원전인 울진 3, 4호기부터는 95퍼센트 우리 기술로 건설됐다.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3세대 원전 ‘APR1400’도 우리 기술로 개발해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신고리 3, 4호기까지 원전 설계 핵심코드, 원자로 냉각재 펌프, 원전 계측제어 시스템 같은 핵심 기술은 해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정부는 우리에게 부족한 이들 기술을 2012년까지 조기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관련 기관과 함께 전력을 다하고 있다.
원전 기술의 척도라 불리는 원전 설계 핵심코드는 2012년까지 원천 기술 국산 소유권을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원전 설계 핵심코드는 지금까지 원전을 설계할 때 전적으로 외국 프로그램에 의존함에 따라 해외 수출 시 장애가 됐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려 본격적인 수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이 코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의 아레바,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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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자로 냉각재 펌프는 원자로의 열을 터빈에 전달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지금까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까지 원자로 냉각재 펌프의 설계, 제작, 핵심 기술 개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과제와 원자로 냉각재 펌프의 시험설비 구축과 시험을 실시하는 과제를 각각 진행하게 된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 기술 개발에는 총 65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의 국산화가 성공하면 2개 호기를 기준으로 약 1천3백5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개발이 완료돼 지난해 말부터 검증작업에 들어간 원전 계측제어 시스템은 오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신울진 1, 2호기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UAE 원전에 핵심 기자재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공급하는 중책을 맡은 두산중공업 원자력BG 김태우 부사장은 “신울진 1, 2호기에는 우리가 개발한 원전 계측제어 시스템과 원자로 냉각재 펌프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원전 계측제어 시스템은 원전 상태의 감시와 제어,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호기당 1천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원전 기술의 1백 퍼센트 국산화에 힘을 쏟는 데는 수출 전략형 신형 원전 ‘APR+’ 개발을 앞당기려는 목적도 있다. 원전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APR+’의 개발 완료 시점은 2012년까지로 3년 당겨졌다. APR+는 APR1400보다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한 단계 앞선 고유 원천 기술을 적용한 토종 노형이다. 발전 용량도 APR1400보다 1백 메가와트가 많다.
오는 2022년 첫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APR+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추가로 짓기로 한 10여 기의 신규 원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고유 원자로가 될 APR+가 개발되면 전 분야의 기술 자립이 가능해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 2기 건설로 파생되는 수입 대체 효과가 약 5 조~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은 “오는 2012년까지 원전 고유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세계 4위권의 원전 기술 수준에 오를 전망”이라며 “그때쯤에는 원전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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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