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반도 지도를 바꾸는 국토 재구축(리스트럭처링)작업을 지켜보며 국가균형발전이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으로 세종시는 당초 계획대로 7월에 착공됐고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도 줄줄이 대기하는 등 지방시대 개막을 알리는 흐름이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자 국토 재구축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충남 연기·공주 일대 7300만㎡(2212만 평)에 들어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 12부 4처 2청 등 총 49개 단위행정기관 이전이 끝나는 2014년께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 완공 단계인 2030년에 이르면 인구도 점차 늘어 모두 50만 명에 이를 전망이며 이럴 경우 명실상부한 자족형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346개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중 175개를 지방으로 옮기는 혁신도시 건설은 9월 대구와 울산지역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그런가 하면 부를 창출하는 기업과 여기에 종사하는 인력을 지방으로 끌어 ‘자립형 지방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도 다양하게 추진해 지방의 혁신역량을 높여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신활력 사업’은 지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70개 시·군이 추진하는 총 280개 사업이 지방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기업 가운데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2005년까지 모두 310곳.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0년 41곳에 비해 지난 5년 동안 무려 8배가 급증했다. 최근의 증가 추이와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국토개조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앞으로 지방이전 기업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방에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그 종사자들에게는 수도권 못지않은 뛰어난 생활여건을 제공해 균형발전정책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한 2단계 균형발전정책도 내놓았다.
1단계 균형발전정책이 세종시, 혁신도시 건설 등 정부와 공공부문 중심의 분산정책에 역점을 두었다면 2단계 정책은 이를 토대로 민간 기업이 지방투자를 늘림으로써 지역발전 동력을 확충하는데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도 생긴다. 현재 7개 시범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지역 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전략으로 지금까지 성장 활력 상실로 고민하고 있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동력 창출원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의 내생적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클러스터(cluster)의 육성 및 지역 혁신체제의 구축도 차츰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방마다 특화분야를 개발, 개방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10년 175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시작으로 2030년 국토 재구축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대한민국의 지도는 확 달라진다. 단순한 지도상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해 지역 간 균형과 상생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참말로 행정도시 건설이 시작되는 겨. 머리에 ‘행정수도 사수’ 띠를 두르고 목 터져라 외친 것이 엊그제 같은디. 벌써 4년이 흘렀구먼. 위헌 결정으로 제대로 추진될지 걱정했는디, 이렇게 기공식을 보게 되니 기쁘구먼….”
지난 7월20일 오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 열린 세종시 기공식에 참석한 이순재(76·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할머니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역사적 첫 삽을 뜬 세종시 착공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기공식이 열리는 행사장 너머로 보이는 언덕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쪽이 나가 살고 있는 곳이여. 가깝제…. 살아 있을 때 세종시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구먼”이라며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는 이 할머니.
그는 “이제 첫발을 떼었으니 앞으로 세종시가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나가야 할 거구먼”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거는 기대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노충근(48) 씨는 연기군이 행정도시 예정지로 지정되자 보상을 받고 고향을 떠나 대전시 노은지구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렇지만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
노씨는 “세종시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뜨는 것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나고 기쁘다”며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무역업을 하는 강대훈(45·화동무역 대표) 씨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덕분에 세종시 기공식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터전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충남 공주시 탄천면이 고향인 재정경제부 정태식 경제교육홍보팀 사무관은 “5년 후 고향에서 일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고 기쁘다”면서 “그동안 공무원 생활로 배운 경력을 토대로 세종시청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세종시 착공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큰 걸음
세종시 최초의 주거단지인 첫마을 건설을 맡은 이상곤 대한주택공사 첫마을 건설사업 단장은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70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첫마을은 21세기 새로운 주거문화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풍요로움을 간직한 넓은 들판과 수천 년의 역사를 담고 도도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 전통과 문화의 숨결이 스며 있는 산줄기가 서로 감싸안듯 어우러진 축복의 땅. 오는 2012년이 되면 이곳은 희망의 빛이 가득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중심행정타운이 들어설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세종시 기공식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주민과 행사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토균형발전의 역사적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 기공식에는 국가균형발전의 성공을 기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고 참석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공식 축사 도중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참석자들의 박수가 끊이질 않자 입가에 특유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도시건설 모범 보여주는 세계 최고의 도시
노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도시 건설의 모범을 보여주는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것”이라며 “건축, 환경, 교통, 정보통신, 문화,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다 담아낸 가장 아름답고 가장 쾌적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주민들이 생활터전을 옮기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 협력해 여기까지 왔다”며 “지역민이 세종시의 첫 주민이 될 수 있도록 이주지원과 생활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꼭 행정수도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정부부처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라며 “청와대도 그 좋은 녹지, 서울시민에게 돌려주고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순리다. 북한산 일대를 비워서 공원과 숲으로 잘 가꾼다면 서울 시민의 삶의 질과 서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공식에서는 전국 시·도에서 채취한 흙을 모아 합치는 ‘합토식’과 세종시의 흙에 무궁화를 심은 화분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영부인이 직접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의 어린이 20명에게 일일이 전달하는 ‘분토식’도 열렸다. 세종시가 수도권과 지방의 화합을 통해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한다는 상징성을 보여준 것이다. 합토된 흙은 세종시 내 중앙녹지공원 균형발전 동산에 뿌려지고 분토된 화분은 각 지방 혁신도시에 심어지게 된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세종시 건설이 충청권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종시가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건설될 수 있도록 도가 앞장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 식전행사에는 집을 짓기 전에 벌이던 우리의 전통 의식인 터다지기 행사 ‘새도읍 큰 터 다지기’ 공연도 열려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 세종홍보대사로 위촉된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정세종(8) 군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과 부상으로 천체망원경을 받았다.
국가균형발전의 맏형 격인 세종시가 충청을 넘어 동북아의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해본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주부 김미화 씨. 결혼 16년이 넘었지만 내집 마련은커녕 가계부가 항상 적자다. 아파트밖에 보이지 않는 환경이 너무 삭막해서 지방으로 가고 싶어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을 생각하면 교육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서울을 벗어나면 집도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도권을 벗어나면 문화적 수준 차도 크기 때문에 망설임은 더욱 커진다.
숲과 물의 환상형 도시
그런데 지난 7월 20일 착공에 들어간 행복도시인 세종시 소식에 김씨와 남편은 희망을 찾은 느낌이다. 과연 어떤 곳 이기에? 교육과 교통·복지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질까? 김씨와 함께 세종시로 떠나보자.
세종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 중심부를 녹지 공간으로 조성하고 그 둘레에 도시를 형성하는 이중 환상형 도시구조를 택했다는 것이다. 도시 둘레 23㎞를 따라 환상형 교통축을 만들고 이 축을 따라 △중심행정타운 △의료·복지 △대학·연구 △첨단산업 △국제·문화 △도시행정 등 도시의 주요 6개 기능을 분산 배치했다. 이들 기능별 거점에는 각각 인구 2만~3만 명의 기초생활권(마을)이 3~5개씩 배치돼 모두 20여 개의 생활권이 도시 내에 자리 잡게된다.
도시 중심부에는 장남평야를 중심으로 7㎢의 국내 최대공원이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도시를 관통하는 금강과 미호천을 하천 축으로 설정해 하천 생태계를 보전해 나갈 방침이다. 자연친화적 도시 건설을 위해 도시 전체 면적의 52%를 녹지 및 친수공간으로 확보했다. 이는 분당(27.4%), 일산(23.1%), 판교(34.2%), 동탄(25.4%)보다 2배 이상 높은 녹지 비율이다. 또 말레이시아의 37.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주민생활에 접목한 U-시티로 만들어진다.
아름답고 개성 있는 주거환경 조성
그렇다면 언제부터 입주가 가능할까. 오는 2010년부터 ‘첫마을’에 주민 입주가 시작된다. ‘첫마을’은 세종시에 조성되는 주거단지로 자연친화적인 주거지로 탄생될 수 있는 천혜의 지형과 지세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를 녹지비율 22%, 인구밀도 272명/ha로 설정해 국내의 어느 신도시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연친화적인 주거지 조성을 위해 아파트 외에도 나만의 정원을 갖춘 테라스 하우스, 전원주택과 저층 아파트를 결합한 선진국형 ‘타운하우스’, 생태주택단지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또한 ‘첫마을’에는 이웃 공동체를 복원할 복합커뮤니티 센터가 구축된다. ‘첫마을’ 중심에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시설과 의원·금융기관·문화체육센터 등 16개 시설이 다양한 형태의 공원과 함께 집중 조성돼 생활권 내 주민들이 어디서나 같은 시간에 접근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건설청 정태화 주택기획팀장은 “이러한 시설들이 과거 ‘동네 사랑방’이나 ‘우물가의 빨래터’와 같이 주민들을 하나로 만들어주었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첫마을’뿐 아니라 세종시의 21개 기초생활권에도 모두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구축
세종시에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개발을 통해 도시 어느 곳이든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체계가 갖춰진다. 정부는 23㎞의 환상형 대중교통 중심축을 따라 도보권 내에 도시의 주요 기능을 배치함으로써 차량 통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중교통 수단도 대량수송이 가능하고 연속성과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첨단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미래형 신교통수단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자전거와 도보로 도시 전역을 다닐 수 있도록 녹지대와 연계해 자전거 도로망 387㎞와 산책로 31㎞를 조성한다.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 속도 저감용 곡선도로도 설치해 교통안전을 꾀할 방침이다.
세종시는 이와 함께 사통팔달의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해서 대전, 충남, 충북을 잇는 교통망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전국적인 접근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세종시에서 수도권으로의 출퇴근은 물론 지방 어느 곳이든 반나절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최영운 교통계획 팀장은 “광역교통시설이 확충되면 전국에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충청권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
세종시에 입주하는 주민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자족성 확보를 위해 수준 높은 교육 환경도 만들어진다. 세종시에 들어서는 교육시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각각 40~50개, 중·고교가 20~25개.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회원국 학급당 평균 학생 수(21.6~23.9명)보다 적은 20명, 학교당 학생 수는 600명 수준을 목표로 추진된다.
또 우수한 인적 자원의 양성과 개발을 위해 2개 내외의 대학도 들어설 예정이며 국제적 안목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이중언어교육의 점진적 도입도 추진된다.
| 세종시 장례단지 은하수 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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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북서쪽에 36만157㎡ 규모로 화장장, 납골당, 묘역 등을 갖춘 세종시 장례단지가 조성된다. 화장시설은 국내 최초로 ‘촉매처리장치’를 도입하고 최첨단 환경 감시 장비와 저감시설을 설치해 무연·무취·무공해 최첨단 시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큰 특징은 다른 화장장과 달리 외부로 노출되는 굴뚝이 없다는 것. |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퇴근 무렵에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대학 때부터 친하게 지내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온 터인데, 왠지 오늘은 친구의 음성이 평소보다 크게 상기되어 있었다. 친구는 오늘 자신이 한 잔 사겠으니 저녁을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친구는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시간이나 잘 지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세상을 살면서 공짜 술에 강한 자가 없는 법, 한낮의 더위를 물리친 시간이기도 하였고 나 또한 술 한 잔이 생각나던 차이기에 기꺼이 약속에 응했다.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하였다. 그러나 차가 학교 앞을 조금 벗어나자 시내로 가는 길은 막히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약속 시간에 닿지 못하겠기에 택시기사에게 채근하여 보았으나, 기사도 이러한 현상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대도시라면 어디나 흔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였다. 택시기사도 한동안을 기다리다가 대도시 집중현상으로 자연스레 이야기가 옮겨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는 이제 세종시로 이사를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곳은 좀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시가 건설될 것이기에 살기가 얼마나 좋겠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공식이 있었던 날이 아니던가?
약속 시간에 거의 30분이나 늦어서 도착하였다. 그런데도 친구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를 반겨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는 나에게 소주를 한 잔 따라 주면서 근황에 대해서 물어보다가 이내 세종시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부턴가 친구는 세종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의 고향은 태안으로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 은행에 근무하면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지난해에야 대전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에 퇴임을 하면 세종시에 자리를 잡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세종시의 기공식이 있던 날을 그냥 넘어갈 수야 없었던 것이다.
한국 미래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식당 안은 우리 말고도 오늘의 쾌거를 자축이라도 하는 듯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들떠서 세종시의 출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간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막을 열고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은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모두 그간의 불신과 반목, 이견과 대립 등이 이제는 한 차원 걸러지고 승화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열어갈 세종시의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한동안은 수도의 충청권 이전이라는 이슈가 전국을 들끓게 하다가 정가의 반응에 의해 소강상태에 놓이기도 하였다. 급기야 충청권 전체가 나서서 성취시킨 것이 행정도시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종시를 그러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라는 입장에서 사고하고 내다보아야 한다. 행정복합도시는 행복(Happy)도시라는 뉘앙스와 함께 한국의 미래에 사활이 걸린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세종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세종대왕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임금님이 아니던가. 그만큼 중요한 비중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세종시인 것이다.
세종시의 진정한 의미 알아야
여기저기서 자축하는 분위기 속에서 친구는 한껏 흥분을 감추지 못 했지만, 나는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랬다. 오늘 세종시 기공식에서 전국의 흙을 하나로 합치고 각 지역으로 나르는 합토식과 분토식이 있어 첫 삽질이 시작되었지만, 앞으로도 어려운 문제와 험난한 길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각 당은 당리당략을 떠나서 세종시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려야 한다는 점이 생각났다. 지역 또한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역 간의 균형 발전의 진정한 의미가 발휘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가 활기차게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감안하여 상생과 공존의 정신으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는 점도 상기되었다. 고기를 굽고 술잔을 부딪치며 술좌석의 다른 사람들도 세종시에 대한 이야기로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신바람나는 시간이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라의 미래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본 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세종시에 대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전문적인 이해나 지식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공동의 관심사로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활기차게 전개되는 것 자체만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나는 순간 공동체신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장공동체 이론을 떠올려 보았다. 이는 사회 또한 우리 몸의 내장들 같이 밀접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우리 몸 안의 여러 가지 장기들은 서로 공동체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장기 가운데 어느 작은 부분이 하나라도 약해지면 전체에 영향을 주고 급기야는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부분은 요소요소가 함께 균형을 이루고 발전이 되어야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분들이 모여서 이루는 시너지로 전체가 더욱 강건한 힘의 폭발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국가균형발전은 소외된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불균형이 초래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계층 간과 지역 간의 심각한 편차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수도권과 일부 도시에만 편중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기형적 발전을 초래했으며 지역 간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낳았다. 21세기의 글로벌 시대에는 지역 간의 경쟁이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적 관심이 진실로 필요하다. KTX의 개통이후 우리의 국토는 시간개념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점에서 전국은 하나의 문화권으로 재빨리 편성되고 소통되어가면서 지역과 지역의 격차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선도해갈 행정복합도시 세종시의 기공식으로 온 국민이 하나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행복나라는 이미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새로이 건설될 행복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의 균형발전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일본과 분명히 다릅니다. 일본의 잘못된 과거 균형발전 모델을 우리나라가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분명 틀린 것입니다.”
이춘희 차관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한 지상파 방송사가 전날 보도한 ‘혁신·기업도시 잘 돼갑니까?’라는 시사프로그램의 내용이 틀리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차관은 “우리가 추진하는 균형발전은 수도권 공공기관을 특성에 맞게 각 지방으로 이전해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지역 전략산업을 연계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라면서 “일본의 대표적 지역발전 정책인 테크노폴리스는 도쿄(東京)의 과밀 해소를 목적으로 공공기관 대부분을 도쿄권(수도권) 내에서 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로 치면 서울의 공공기관을 경기도나 인천지역으로 옮긴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방송에서는 10개의 혁신도시가 아닌 광주·대구의 2개 혁신도시만을 건설해 집중할 경우 수도권 인구분산과 혁신도시 인구 유입 효과가 클 것이란 보도에 대해 이 차관은 “프랑스는 47개 테크노폴을 비롯한 무려 78개 도시에 공공기관을 분산 이전해 성공을 거뒀다”고 반박했다.
국민과의 약속 차질없이 추진해 보람
혁신도시 개수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교육 등 환경을 얼마나 잘 조성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원활히 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지역별 개발방향과 특성에 부합하는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함께 이전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 혁신도시 건설의 기본 구상이란다.
이 차관은 “무턱대고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그것만으로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행복도시 ‘세종’의 건설은 단순히 정부부처 몇 개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아니라 세종시를 통해 수도권 재정비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방분권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구심점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시와는 남다른 연을 갖고 있는 이 차관은 세종시 말이 나오자 다소 흥분한 어조로 세종시에 대한 얘기를 풀어 나갔다. 4년 여 간 겪은 파란만장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이 차관의 이런 모습은 당연하다. 거대한 국민적 논란과 두 차례의 헌법소원을 거친 끝에 대역사의 닻을 올린 세종시 핵심사업의 중심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신행정수도추진지원 단장을 맡아 행정수도 이전에 관여하면서 행정도시 건설의 최선봉에 섰다. 이와 관련한 위헌소송에서도 정부측 변론을 주도해 지난해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에 취임하면서 세종시의 틀을 세우는 데 매진해 왔다. 이런 연유로 세종시 착공을 바라보는 이 차관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이며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선도사업인 만큼 국민과 약속한 세종시 추진 일정을 지킬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공직 생활 가운데 행복도시 건설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술회할 정도로 이 차관의 세종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깊다. 특히 그는 도시건설의 핵심인 토지보상에 ‘참여형 보상제’를 도입해 보상에 관한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신도시 건설이나 택지조성 사업 때 대부분 보상착수 이후부터 주민과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세종시 건설에서는 보상착수 8개월 전부터 주민대표 등과 보상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협의를 벌여 100%의 보상실적을 보였다. 보상 문제가 차질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당초 일정대로 세종시 착공이 가능했다.
위헌소송 때 정부측 변론 주도
이 차관은 “보상을 위해 처음 조치원에서 공청회할 때는 일부 주민들이 오물까지 뿌릴 정도로 분위기가 격렬했지만 잦은 만남을 통한 신뢰형성으로 주민들과 갈등 없이 1년 만에 보상협의를 마무리한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가 건설청을 방문해 보상상황에 대해 질문했는데 4개월 만에 70% 이상 보상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부러워했다”며 귀띔해주었다. 당시 충북도는 오송 생명단지 보상문제를 놓고 근 1년 여 간 한 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주민보상 문제 다음으로 이 차관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세종시의 도시개념이다. 누구나 와서 보고 싶고, 살고 싶은 품격 높은 세계 최고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도시기획을 창출했다. 청사 건물을 낮게 하고 외곽에는 주거단지와 교육시설 등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세종시를 ‘고밀도 수직도시’가 아닌 녹지와 도시가 어우러진 평평한 ‘캔버스형 도시’로 만들었다. 교통은 물론 교육, 주거, 환경 등 생활편의시설은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모든 것이 설계됐다.
“공직 생활을 하며 뿌듯한 일이 많았지만 가장 큰 보람이 행복도시에 담겨 있다”는 이 차관은 “각 지역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람이 지방에 모이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태욱 기자
● 이춘희 차관은
△전북 고창 △광주제일고, 고려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건교부 주택정책과장 △고속철도 건설기획단장 △주택도시국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행정도시건설추진단 부단장 △행복도시건설청장


“우리가 국민들에게 드린 건 다함께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내 첫 정책 서포터즈로 선을 보인 희망누리 이형직(39·대전 엑스포공원 이벤트팀) 씨는 세종시 기공식을 보고 벅찬 감회에 젖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국가 균형발전을 왜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래서 공부를 했고 국가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원히 발전하지 않을 것 같던 농촌이 저마다 다양하고 고유한 특성을 가지며 발전해 왔고 지방의 도시들은 산학연과 연계한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해 혁신역량을 키워왔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며 알았다.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도 잘 살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으며 아기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우리 후세가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모습을 점차적으로 찾아갈 수 있어 뿌듯했다고 전한다.
이씨는 “희망누리에 가입하면서 농촌 현장체험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국가균형발전의 씨앗과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세종시 기공식을 계기로 앞으로 시작될 혁신도시, 기업도시 알리기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세종시는 우리 세대에서 시작을 해 후세들에게 가장 멋진 장을 만들어 주는 하나의 모티브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며 “우리들은 하나의 건설자로서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는 후세들에게 멋진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의무를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종시 기공식을 계기로 균형발전 서포터즈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많은 분들에게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며 “세종시 파이팅! 희망누리 파이팅!”을 외치며 밝게 웃었다.
희망누리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응원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대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으로 구성된 국내 첫 정책 서포터즈 모임이다. 이 모임은 현재 3만2000여 명의 회원이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정책 홍보와 모니터링, 지역혁신 현장 및 성과 체험, 혁신 성공사례, 지역 알리기 등 각종 정책 참여와 지원 활동을 전개할 계획으로 네이버에 카페(koreabalance.cafe. naver.com)가 개설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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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