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영산강 “우리의 젖줄 영산강, 반드시 살아나야 혀”

제목 없음 제목 없음




 

“말라비틀어진 강바닥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 온당께. 서울 사람들은 암것도 모르고 물고기가 숨 쉬는 게 아니냐고 묻잖여. 귀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그냥 웃어버렸제. 으째 강이 썩을 때까지 요로코롬 냅뒀는지 몰러. 냄새도 얼마나 고약한지 강 근처에 가기도 싫당께.”

9월 6일 영산강살리기 다시지구 현장에서 만난 유제관(62) 씨는 “영산강의 변해버린 모습이 한스럽다”고 말을 건넸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하동마을에 사는 그의 본래 직업은 어부. 젊은 시절 영산포와 죽산포에서 배를 운항하며 고기를 잡았다. 그때만 해도 장어, 황실이, 복어 등 20종이 넘는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하지만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영산강은 변해갔다. 물고기들이 사라졌고 급기야 메말라버린 강바닥에서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갈수기 때 강바닥만 보면 시꺼매. 얼마나 시꺼먼지 드러버서 못 보겠어라. 강 근처에 살아봐야 이 고통을 안당께. 나도 어쩌겄어. 고기 못 잡응께 농사일이라도 해야 했재.”

유 씨는 논을 빌려 보리를 심었다. 맥주보리를 키우는 게 몇 푼이라도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영산강에서 어부로 지내던 행복한 때를 잊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제2의 인생이 펼쳐졌다. 지난해 11월 영산강살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다. 마을 근처에 영산강살리기 다시지구 사업이 조성됐다. 다시지구는 영산강살리기 사업 중 큰 비중을 담당하는 죽산보가 들어서는 곳이다. 유 씨는 한때 배를 몰던 실력 덕분에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수질오염을 막는 오탁방지막과 오일펜스 등을 설치하고 현장 사람들과 공사하면서 주의해야 할 문제점들을 논의한다. 그는 “강이 되살아나면 다시 배를 몰고 어부로 살고 싶다”며 “그 생각만 하면 영산강을 위해 하는 일들이 힘들지 않고 즐겁다”고 말했다.

죽산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주민은 유 씨만이 아니다. 그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죽지마을에 사는 임도순(62) 씨도 농지 보상 문제 등 영산강살리기 사업 공구 근처 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챙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임 씨는 “우리 마을에 사는 50여 명의 주민들도 영산강살리기에 대찬성”이라며 “농사꾼으로 친환경 쌀을 재배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이 물의 소중함이다. 영산강 물만 되살아난다면 그런 걱정을 덜고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알려진 대로 현재 영산강의 수질은 4대강 중 가장 나쁘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에 따른 연평균 수질이 3급수로, 특히 갈수기 때 중·하류 수질은 4, 5급수다. 식수는커녕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가 우려될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따라서 영산강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는 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은 1백38킬로미터의 영산강 본류와 지천을 대상으로 10개 공구에서 시행된다. 그중 다시지구 죽산보와 서창지구 승촌보가 완공되면 1억1천만 세제곱미터의 용수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다시지구 죽산보의 공정률은 45.4퍼센트.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도 제법 보의 모습이 뚜렷했다.





 

죽산보 공사를 맡고 있는 동부엔지니어링 김선규 감리단장은 “죽산보에 설치되는 가동보는 상황에 따라 수문을 열고 닫아 수위를 조절할 수 있기에 물이 부족할 일이 없다. 자연스레 수질오염이 개선되고 홍수나 가뭄 대비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물 안에 차례대로 설치된 4개의 가동보를 살펴보다 강가에 인접한 2개의 기둥이 눈에 띄었다. 다른 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죽산보만의 특징인 통선문이었다. 폭 12미터의 통선문은 현재 운항 중인 황포돛배 뱃길을 연결한다.

국토해양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임재식 사무관은 “1백 톤급 황포돛배가 목포에서부터 나주 죽산보를 거쳐 영산포까지 자유롭게 다니며 옛 영산포의 부활을 재현하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침수 문제다. 영산강 주변 토양이 점토질이라 비가 내리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지반이 약해 중장비 등이 가라앉을 위험이 있어 공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김선규 감리단장은 “영산강 하류지역이다 보니 지반이 약해 공사장 도로 부분에 자갈을 덮었다”며 “그동안 죽산보 공사를 진행하면서 침수 피해나 습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침수 피해지역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점검하고 태풍이나 집중호우 시엔 자동수위계를 통해 배수 펌프장을 가동하는 대책을 마련해놓았다”고 전했다.
 

죽산보에서 승촌보로 이동하면서 영산포에 들렀다. 영산포는 1977년 영산강이 수운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번성했던 영산강의 최대 포구였다. 지금도 영산포에는 유일한 내륙 등대와 ‘홍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어 당시 번영을 짐작할 수 있다.

2대째 40년간 홍어 요리를 내놓고 있는 안국현(55) 씨는 “영산강 뱃길이 끊기면서 영산포는 쇠락했지만 앞으로 강물을 살려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영산포의 명물 홍어 맛을 전하며 남도문화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서창지구 승촌보 현장에 인접한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봉호마을 주민들도 영산강살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영산강이 바로 내다보이는 평상에서 만난 이들은 “영산강살리기는 지역민의 숙원”이라며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잘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승촌보 공사 현장 근처에서 종교단체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을 바라본 주민 이용복(62)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며칠만 살아보소. 강물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비가 조금만 내려도 침수 피해 입을까 노심초사할 거랑께.”

이 씨는 “물 조절하는 능력을 갖춘 보가 생기고 주변에 친수 생태환경까지 조성돼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니 기대된다”고 말을 이었다.

서창지구를 담당하는 김재현 감리단장은 “현재 승촌보 공정률은 54.2퍼센트로 하천환경을 정비하고 구하도를 복원하는 하반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강바닥의 흙을 파내 물그릇을 넓히는 준설작업을 통해 농경지를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주민과 공사 현장 관계자의 바람처럼 영산강이 회복되는 일은 이제 시간을 두고 함께 노력하는 것에 달렸다. 2006년 생태하천 복원지역으로 선정돼 올해 말 완공을 앞둔 전남 함평군 함평읍 수호리 인근에 자리한 함평2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천구역 농경지와 구하도를 복원한 함평2지구는 미니 가동보까지 가동해 생명이 살아나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함평천의 나머지 구간은 영산강살리기 직접 연계사업으로 발주돼 9공구와 10공구에서 함평2지구를 모델로 생태학습장과 홍수조절용 저류지 공사가 한창이다.

함평2지구를 담당하는 정화원 감리부장은 “9만 평 규모의 저류지가 76만 톤의 물을 조절하고 하천생태탐방로, 파크골프장 등 주민 문화·체육시설까지 갖춰 이제 함평이 ‘나비축제’ ‘국화축제’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생태하천인 함평천으로 더 알려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