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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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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핵분열 또는 핵융합을 할 때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인 열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열을 이용하는 것이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이고, 방사선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식품의 장기 보관, 종자 개발, 의약품 제조 등 산업 분야에서 이용된다.

어떤 방사선은 재료나 인체의 내부를 통과하며 통과한 물질의 정보를 알려준다. 엑스레이(X-ray) 촬영에 사용되는 엑스선이 대표적인 경우다. 암세포가 잘 모이는 당(糖)에 양전자를 내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암이 있는 장소를 찾는 양전자 단층촬영(PET)도 병원에서 많이 쓰인다. 그 밖에 엑스선을 이용한 비행기 엔진 검사, 중성자를 이용한 도로의 수분량 검사 등은 방사선을 이용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방사선을 쬐면 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열성이 우수한 케이블이나 고성능 래디얼 타이어를 만드는 데는 방사선이 에너지를 부여하는 성질을 이용한다. 또 방사선 가운데 입자선은 질량을 가진 물질을 운반하기 때문에 방사선을 재료에 조사(照射)하면 그 속에 방사선이 가지고 있던 물질을 주입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고순도 실리콘 속에 알루미늄이나 붕소 이온빔을 주입해 반도체를 만든다.




 

폐나 뼈의 상태를 알아보는 엑스레이 촬영은 방사선을 이용한 가장 오래된 진단이다. 엑스선은 흉부나 복부의 검사, 골절 등 뼈 검사에도 이용하지만 치과 진료에서 널리 쓰인다. 엑스선을 연속적으로 조사해 브라운관에서 신체의 투과 영상을 관찰하는 투시도 위장 검사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또 엑스선 투시 검사와 혈관 내에 투여하는 조영제를 조합해 동맥이나 정맥의 질병을 진단하는 혈관 조영 검사도 있다.

엑스선을 이용한 영상진단의 대표적인 것은 컴퓨터 단층촬영(CT) 장치다. 신체 주위에서 엑스선을 투과시키고 투과율을 기준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인체의 단층상을 만들어 질병을 진단하는 장치다. 방사선의 한 종류인 감마선도 영상진단에 널리 이용된다. 방사성 동위원소 가운데 감마선을 내는 원소를 이용해 만든 방사성 약제로 검사하는 것으로 ‘핵의학 진단’이라고 한다.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 요법에서는 암세포에만 집중해 방사선을 쬐는 것이 중요하다. 감마 나이프, 사이버 나이프, 리니악 나이프 등의 기기는 여러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암이 있는 부위에 집중해 방사선을 쬐는 장치다. 엑스선이나 감마선을 인체에 조사할 때 표면 근처에서는 방사선이 많이 조사되지만 암 부위에 가까워질수록 방사선의 양이 줄어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방사선을 조사하면 주변의 정상 조직에도 방사선이 쪼이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한계를 넘는 방사선 치료가 중립자선 치료다. 암에만 방사선을 좁혀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암이 크더라도 치료할 수 있고 암 근처의 중요 장기에 영향이 가지 않게 할 수 있다.
 

방사선은 자동차와 반도체, 항공우주산업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신소재에 사용된다. 비행기나 우주선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 대기와 마찰해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사선을 조사해 내열성이 강화된 특수 재료를 사용한다. 방사선을 조사해 만든 래디얼 타이어는 수명이 더 오래가고, 방사선을 조사한 골프공은 일반 골프공보다 비거리가 10퍼센트 향상된다. 또 텔레비전, 휴대전화, 전기밥솥, 에어컨,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가공과 특성 개선에도 이온빔, 전자빔, 엑스선 등의 방사선이 이용된다.

방사선은 강한 투과력과 살균력이 있어 의료 기구와 장비를 소독하는 데 이용한다. 또 실험동물 사료, 식품 용기, 포장재 등의 살균에도 꼭 필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방사선을 이용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의 속을 볼 수 있고 구성 원소까지 알 수 있다. 건물의 노후화 정도를 측정하고 화학공장의 생산라인이나 하수관의 누수 지점을 확인하는 데 비파괴 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은 종자의 개량, 신품종 개발 등 새로운 유전자원 확보에도 이용된다. 재래품종에 방사선을 조사해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하면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종자를 만들 수 있다.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법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 연구로 개발도상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방사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나 O-157균을 단번에 죽인다. 게다가 식품 고유의 영양, 맛, 냄새 등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감자, 양파, 마늘, 밤 등에 싹이 나거나 뿌리가 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데도 사용된다.

식품에 대한 방사선 조사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방사선을 조사한 식품의 안전성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식량농업기구, 국제식품안전센터(NCFS),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6개 품목에 방사선 조사를 허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72개국에서 2백30여 품목에 대해 방사선 조사가 시행되고 있다.

방사선은 소화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를 위한 멸균 유동식품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또 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에도 방사선이 사용된다. 전투식량은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조리과정이 간단해야 하는데, 방사선 조사로 이런 식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식량을 만드는 데도 방사선이 쓰인다. 우주인들은 특수하게 제조되고 포장된 음식을 먹는다. 우주에서는 극미량의 세균 오염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식품은 완전 멸균 상태여야 한다.
 

방사선은 환경을 보존하고 정화하는 데도 이용된다. 방사선은 살균력뿐 아니라 산화, 환원력도 가지고 있어 독성물질의 독을 없앨 수 있다. 다이옥신류가 들어 있는 배기가스에 전자선을 조사하면 다이옥신류뿐 아니라 유기화합물을 90퍼센트 이상 분해할 수 있다. 또 유기물로 오염된 공장 폐수에 전자빔을 조사하면 유기물이 분해된다. 대구 염색공단에서는 전자선을 이용한 폐수처리시설을 가동해 하루 1만 톤의 폐수를 정화하고 있다. 폐수를 정화하고 나면 냄새가 고약한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 폐수 찌꺼기에 전자선을 조사해 멸균한 후 불가사리 분말을 혼합해 천연 유기질 비료를 만든다.
 

글·이혜련 기자 / 참고·<방사선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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