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월 11일 오전 세종시 수정안 발표 현장에 배석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 송석구(70)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민간위원장이다. 수정안 발표 조금 전, 송 위원장은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마지막 회의에 참석했다. 송 위원장을 포함한 16명의 민간위원은 두 달이란 짧은 기간 동안 세종시 수정안 탄생에 힘을 보탠 노고를 치하하는 박수를 쳤다.
지난해 11월, 누가 봐도 ‘참 어려운 자리’인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아 세종시 수정안 탄생의 산고(産苦)를 함께 치른 송 위원장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맡아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를 맡게 되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해야 본전일 것이란 걱정 어린 충고를 듣기도 했다”는 송 위원장은 대전 태생으로, 대전에서 22대째 살아온 ‘충청도 토박이’다.
민관합동위원회는 출범 이후 2개월간 세종시 현지를 방문하는 등 8차례에 걸친 공식회의를 통해 민의를 수렴하고 수정안을 위한 제안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정부 측에서는 송 위원장과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 등 7명이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수정안 발표 직전 ‘마지막 민간합동위원회 회의’를 하긴 했지만 민간위원들의 공식 임기가 1년이어서 송 위원장을 포함한 16명의 민간위원들은 필요한 경우 다시 세종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민관합동위원장으로서 수정안 마련이라는 임무를 일단 마친 소감은.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평생 교육에 매진해온 사람입니다. 국가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역사적 현장에서 이제까지 배운 학문과 경륜을 쏟아낼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개인적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또 후손을 위해 부끄럼 없는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관합동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는지 궁금합니다.
그간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과거 정권에서 수도 전체를 옮기겠다고 했다가 행정수도 위헌판결(2004년 1월)이 내려졌고, 결국 국회에서 9부 2처 2청을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 통과됐지만(2005년 3월) 이전이 시작되는 2014년이 다가오는데도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못하고 미뤄져왔습니다. 도시란 하루아침에 건설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살고 의식주와 일자리가 필요한 곳이 도시이고, 우리가 논의한 것은 바로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한 점은 어떤 부분인지요.
원안이 가진 3가지 문제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첫째, 효율성입니다. 9부 2처 2청이 세종시로 분산된다면 과연 국가 경영이나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 검토했습니다. 84억원의 거금을 들인 화상회의 시설도 결국 현실적 한계 때문에 전 정권에서조차 ‘부분적 역할’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둘째 긴급상황 시 대처능력입니다. 긴급상황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국무회의 등을 위해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합니다. 수도를 분할한 독일에서도 장관들은 모두 베를린에 있습니다.
셋째, 인구 50만의 도시 가능 여부입니다. 원안은 2014년부터 정부 부처를 옮기고, 2015년 15만명, 2020년 30만명, 2030년 50만의 인구를 채울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조직의 일부가 세종시로 옮겨가봐야 유동인구를 포함해 4만~5만명에 불과합니다.
수정안 작성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세종시로 관공서만 이전해서는 비효율성과 긴급상황 대처, 인구 목표 달성 등 3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중앙 부처는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집행부서가 아니다 보니 실제 드나드는 민원인들도 그렇게 많지 않아 유동인구 기대치도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책결정이란 중책을 맡은 중앙 부처의 이전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가름하는 문제입니다. 지금과 같이 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한 정부의 행정 부처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신속한 대응을 하겠습니까.
우리는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바탕으로 원안을 고쳐 자족기능을 3배로 넓힌 과학·교육도시란 수정안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란 제안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민의를 수렴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시했는지요.
‘누가 오라 그랬나. 온다 그랬다, 간다 그랬다…. 우리는 배알도 없나.’ 저의 고향이기도 한 충청도 분들의 정서는 딱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분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특히 세종시 때문에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땅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이라면.
원안의 문제점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국가 경영관리의 문제, 국정 운영 난맥, 이런 말들로도 다 포함할 수 없는 문제이고 비용의 문제만도 아니다. 지금의 잘못된 결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제가 총장으로 있는 가천의과대학도 사무처, 기획처 등이 분산돼 있으면 중대 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는 오죽하겠습니까.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이견(異見)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를 이뤄낼 수 있을지요.
결국은 반대자들을 만나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반대자들에 대해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나라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수정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고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세종시 지역민들과 여타 지역민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약속’이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야 합니다. 헌법도 바뀝니다. 원효대사 말이 “말하는 바 그대로 들으면 용서할 게 없지만, 말하는 바를 들여다보면 용서 안 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전략적으로만 보려 들지 말고 진정 나라의 미래를, 수정안에 담긴 진실을 보아주었으면 합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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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