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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준비하고 점검하고 지키면 선진국




 

지난 11월 부산 실탄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일본인 관광객 11명과 한국인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중 일본인 9명은 중학교 동창생으로 단체여행을 왔다가 변을 당했다. 슬퍼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 방송돼 국경과 인종을 넘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사건으로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일은 ‘한국 방문의 해’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안전 불감증을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실탄사격장 화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4월에도 서울 반포동 실탄사격장에서 총구에서 발생한 불꽃이 바닥에 깔린 화약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나 종업원 1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등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탄사격장이 이처럼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가장 큰 원인은 화재에 적절히 대응할 만한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경찰청의 ‘옥내 권총사격장 구조설비’ 규정은 실탄이 튀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불연성 소재 사용이나 탈출로 확보는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현재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실탄사격장은 전국에 12곳으로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화재 참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2010년 11월까지 이 같은 대형 화재, 폭발, 붕괴사고 등 3대 후진적 인적 재난을 근절하고, 201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위 내의 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다각적인 안전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먼저 경찰청은 실내사격장의 설비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정진원 경감은 “화약을 쓰는 실내사격장에 방음시설을 하도록 했더니 값싼 가연성 내장재로 내부를 밀폐시켜 화재 위험을 키웠다”며 “내년부터 불연성 내장재 사용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설비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위험이 큰 외국인 이용시설과 극장, 음식점, 노래방, 찜질방, PC방 같은 다중이용업소(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김일수 계장은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밀폐형 시설인 실내사격장, 안마시술소, 스크린골프장에서 화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이들 업소를 다중이용업소에 포함해 간이스프링클러, 비상구, 방염장비 등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에는 화재 안전관리 주체의 책임을 강화해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다중이용업소의 안전점검 의무를 영업주와 건물주에게 함께 부여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된다. 그동안 연면적 6백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다중이용업소에만 적용되던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도 모든 다중이용업소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된 재래시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는 소규모 밀폐구조와 낙후된 시설 때문에 빈번히 일어나는 후진적 재난사고를 예방하고 건물주의 책임성을 확보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화재 발생 시 많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장에는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 사용이 제한된다. 작업장 안전관리와 안전교육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강도가 높아진다.

이와 별도로 홀몸노인, 장애인, 나홀로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긴급 상황이나 재난에서 구하기 위한 안전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다. ‘안심콜 서비스’는 이들의 질병과 신상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 신고와 동시에 보호자 등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119 자동 신고 시스템’은 집 안에 화재가 나거나 가스가 누출했을 때 이를 알려주는 센서 등을 설치해 응급 상황 발생 즉시 119상황실과 보건복지가족부의 ‘홀몸노인 u-케어센터’로 통보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 신고 서비스다.






 

응급 상황이나 재난에 취약한 농어촌지역에 대한 소방 서비스도 강화된다. 접근성이 좋고 현장 정보에 밝은 의용소방대원이 소방차와 화재진압 장비로 초기 소방 활동을 도맡는 전담의용소방대는 2010년까지 1백1개 읍면에 설치될 예정이다. 소방방재청은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119구급지원센터와 119상황실에 상주하는 의료전문가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연령별, 계층별 맞춤형 안전교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많은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전 취약시설 관리를 위해 공연장 등록대상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행정안전부는 안전 관련 포털사이트를 하나로 엮은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과 안전관리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안전도시’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도시는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지역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로 도로, 하천, 생활터 가꾸기 등 지역사회 안전 환경 개선과 함께 안전지킴이, 안전모니터 요원, 범죄 없는 마을 만들기 같은 활동을 펼친다.

법무부는 강력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 범죄자의 유기징역형 상한을 20년, 가중 시 30년으로 상향하는 형법 개정과 DNA(유전자의 본체) 증거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법률 개정을 2010년 6월 추진한다. 현재 성폭력범, 미성년자 유괴범 등에 한정된 전자감독 대상도 2010년 4월부터 살인, 강도, 방화 등 3대 고위험 강력범으로까지 확대하고, 전자장치 부착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최장 20년으로 연장한다.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법과 규범을 준수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라며 “우리나라의 선진국 도약은 민주적 절차와 법 규범을 지키는 사회 구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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