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시대에 가장 치열한 정치 논쟁은 자유방임주의와 공평주의 진영 사이에서 일어난다.”
지난 5월 국내에 소개되자마자 금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사회지도층의 필독서가 되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꼽은 우리 시대 정치 논쟁의 핵심이다.
샌델 교수는 자유방임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것이 ‘자유시장주의자들’이라면서 “이들은 정의란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데 달렸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공평주의 진영은 규제 없는 시장은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다고 주장한다”며 “이들은 정의 구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자유방임이냐 공평주의냐로 양분할 수 없다. 정치가 사회적 이상(理想)을 추구한다면 정책은 현실적, 실질적 어젠다(Agenda·의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 15일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바로 이와 같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위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두 바퀴로 삼아 ‘발전의 신화’를 창조할 토대를 닦았다”고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념 토대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변화에 대한 갈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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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기 어렵다는 시장 할머니,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젊은 어머니, 취업이 걱정인 젊은이들이 기존 정책만으로는 희망과 행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이 밝힌 ‘변화에 대한 갈증’의 이유다.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참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다시 한 번 친서민 중도정책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정부는 서민의 행복을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과 배려를 할 것이며 시민사회, 정치권, 기업 역시 각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지켜온 가치와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변화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극빈층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펴온 이 대통령은 취업 후 상환하는 든든학자금, 반값 또는 시중가의 70~80퍼센트에 내 집을 장만하는 보금자리주택, 시중은행의 저신용·저소득자 대출인 희망홀씨, 영세 상인의 자립을 돕는 미소금융 등 친서민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런 이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변화’를 강조한 것은 지난 7월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 입구의 포스코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을 직접 만나 대기업 캐피털의 대출 금리가 30퍼센트대 이상의 고금리라는 실상을 알고 나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음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상생(相生)의 경제’를 강조하며 특히 서민금융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미소금융의 대출 자격 요건이 완화된 데 이어 지난 7월 26일에는 서민들의 대출 부담을 덜기 위한 ‘햇살론’이 나오게 됐다.
‘상생의 경제’에서 서민금융은 매우 중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연구원은 <상생의 경제학>(2009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생의 시장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고 있는 경제주체 간 성장 격차를 시장친화적인 방식, 즉 상생의 메커니즘을 통해 극복하는 것을 지향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은 시장제도와 복지제도를 양 축으로 하여 구성되며, 금융제도는 취약계층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시장제도의 한 축이다.”
물론 당장 급한 불을 꺼주는 희망홀씨, 미소금융, 햇살론과 같은 정부 주도 서민금융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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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홍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독경상학회에 발표한 ‘서민금융 정책의 목표와 과제’(2010년)란 논문에서 “서민금융시장은 신용이 거래되는 시장이며 서민 중에서도 저신용자의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따라서 서민금융 정책은 단기적 시각보다는 신용교육, 신용정보, 신용평가제도와 같은 장기적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희망홀씨만도 대출 규모가 2조원대(지난 5월 말 현재)에 달하고 햇살론도 출범 20일 만에 2천억원을 넘길 정도로 서민금융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부실이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태훈 시장·제도연구부장은 “미소금융을 비롯한 서민금융은 단기적으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처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이 자발적으로 서민금융을 위한 자체 대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정부 주도 서민금융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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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