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8월 17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중고 오토바이 수리매장. 정진덕(48) 씨가 구슬땀을 흘리며 소형 오토바이의 엔진오일 필터를 교환하고 있다. 엔진에서 폐오일을 빼내고 작은 부속품을 갈아 끼우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남편에게서 7년 전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이다.
“아직 엔진 고장 같은 수리에는 손을 못 대지만, 사소한 건 직접 고칠 수 있어요. 수리기사 한 사람 인건비는 절약되는 셈이죠.”
부부가 운영하는 60제곱미터 남짓한 가게에는 단골이 많다. 주로 인근의 창신동 옷 공장, 동대문종합시장, 방산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퀵서비스 기사들이다. 어떤 때는 고장 난 오토바이들이 줄을 서는데도 별로 남는 게 없다. 부품 값이 많이 오른 탓에 남는 건 두 사람 인건비다. 가게 월세를 내고 초등학생 둘과 유치원생 하나, 이렇게 세 아이를 양육하며 살기엔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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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올해는 미소금융 덕분에 가계의 주름이 펴졌다. 월세와 생활비 걱정이 태산 같았던 지난겨울 하나미소금융재단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중고 오토바이들을 샀고, 이 오토바이들을 수리해서 팔아 한 대당 1백만~2백만원의 이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부 수리만 해갖고는 만질 수 없는 목돈이다.
“담보가 없으니 어디 돈 빌릴 데가 없었는데, 미소금융 덕에 참 유용하게 돈을 빌려 썼습니다. 미소금융재단 직원들이 제 일처럼 걱정하고 공감해주시니 고마웠고요. 살면서 누군가가 우리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얼마나 든든한지요.”
정 씨가 빌린 1천만원은 연리 4.5퍼센트. 거치기간 6개월을 거쳐 8월부터 매달 18만6천원씩 66개월 동안 원금과 이자를 균등 상환한다. 정 씨는 “우리 부부가 오토바이를 잘 고친다는 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열심히 일하면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을 수 있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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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출범한 미소금융재단에는 정 씨의 사례와 비슷한 사연들이 모이고 있다. 경기 시흥시 아파트단지 앞에 손수레를 세워놓고 과일 노점을 하며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석모(38) 씨. 그는 올여름에 현대차미소금융재단에서 무등록 사업자 지원자금으로 5백만원을 대출받아 가게용 컨테이너 부스를 구입했다.
또한 제주에 있는 한 숯불고기 식당의 경우 허름한 실내를 도배하고 화장실을 깔끔하게 고치자 고객들이 다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친구 빚보증을 섰다가 신용회복 중인 주인 이모(51) 씨에게 미소금융 대출금 5백만원은 알토란 같은 자활자금이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미소금융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이 출연한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향후 10년간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에 첫 미소금융 지점이 문을 연 이래 올해 7월 말 현재 전국에 56개 미소금융 지점이 개설됐으며, 3천9백58명이 총 2백36억2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주로 자활에 필요한 창업자금, 운영자금, 무등록 사업자 자금용이다.
초기에는 미소금융 대출 실적이 저조했지만 최근 들어 대출 액수와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올 1월에 7억4천만원에 불과하던 대출 실적이 7월에는 42억2천만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5월부터 각 재단이 수혜 대상을 기존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외에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고 7월부터는 전통시장 상인, 용달사업자,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면서부터다. 8월 들어 신한·삼성·SK미소금융재단이 출연금이나 지점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는 수혜자를 더 늘리기 위해 미소금융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지정부는 ‘미소금융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대출 자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난 5월부터는 신용정보사, 소상공인진흥원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하는 ‘미소금융 통합정보 시스템’을 가동하고, 대출심사와 승인, 사후관리까지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또 미소금융 대출 부적격자에게 즉석에서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연계해주는 ‘서민금융 통합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와 함께 8월 5일부터는 대출 자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소금융 신용평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미소금융 지원 대상(신용등급 7등급 이하)보다 신용등급이 높게 평가되어 대상에서 제외된 저소득자를 지원하기 위한 보완책이다.
6월 말에는 대출자들을 지원하는 ‘미소희망봉사단’이 출범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장훈기 본부장은 “변호사, 경영컨설턴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미소금융 대출자들에게 창업 지원 및 자문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봉사단체”라며 “서민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글·최은숙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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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