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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웃 도움으로 희망 찾은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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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현민이(가명)는 태어난 날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선천성 시각장애아동이다. 학교를 마친 뒤 또래 친구들이 학원에 갈 때 현민이는 시각장애인가족회 공부방으로 간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도 있고, 컴퓨터와 점자 프린터도 있어 공부방은 현민이에게 최고의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형아 선생님’이 오는 날이면 현민이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현민이의 ‘형아 선생님’은 몇 달 전부터 공부방으로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대학생이다.‘형아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어렵기만 했던 학교 공부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사실 현민이가 ‘형아 선생님’이 오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공부보다도 ‘형아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현민이에게 참 많은 세상을 보여주었다. 여행을 갔던 일이며, 세상 속에서 만난 값지고 소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현민이도 같은 풍경을 보게 된다. 선생님이 보고 들은 풍경에 대한 감동이 목소리를 타고 현민이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늘 깜깜하기만 했던 세상에 빛이 스며들어온 것처럼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현민이는 꿈을 꾼다. 희망도 생겼다.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에도 가고, 선생님처럼 대학도 가고 싶어요.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형아 선생님은 제가 꼭 될 수 있을 거래요.”

 

지체장애를 지닌 한모(42) 씨는 몇 년 전부터 거의 집 안에서만 생활해왔다. 비싼 전동 휠체어도 없을 뿐더러 이제는 체력이 많이 달려 휠체어가 있다 해도 혼자서는 감히 외출을 생각할 수도 없다. 일용직인 남편은 그날그날 일하기 바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엄마의 외출을 돕기에는 힘이 많이 부치기 때문이다.

“한동안 많이 답답했죠. 병원에 한번 가려 해도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장애인 콜택시 수에 비해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예약 전화는 잘 연결되지 않았고 예약을 해도 시간 맞춰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병원 예약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조금씩 외출이 가능해졌다. 집 근처 복지관이 재가(在家) 장애인들에게 외출지원 서비스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복지관에 가는 것은 물론 시간 맞춰 병원을 오가는 일도 도와준다.

“지난 가을에는 복지관 분들과 같이 소풍 겸 나들이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단풍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외출 지원만이 아니다. 한 씨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딸에게 과외 공부도 시킬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자원봉사자들이 집에 찾아와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이지만 고마움만큼은 평생 잊지 않겠다는 한 씨는 나중에 딸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노인요양원에는 대부분 치매나 노인성 질환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제는 어르신이라기보다는 덩치만 큰 아기 같은 사람들이다. 쉽게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도 자주 부린다. 그 때문에 더욱 자원봉사자들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곳이 노인요양원이라 할 수 있다.

노인요양원에서는 다양한 부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빛을 발한다. 일상생활이 안 되는 사람들인 만큼 식사, 산책, 목욕을 도와주는 노력봉사자에서부터 음악치료, 발마사지, 어르신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국악 등의 전문 자원봉사자들까지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이·미용 자원봉사다. 이제는 주름진 얼굴에 퍼석한 머리카락일지언정 여전히 곱게 꾸미고 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노인들에게 머리를 다듬고 얼굴을 만져주는 손길은 최고의 선물이다. 얼굴을 씻겨주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작아지고 주름 진 발을 주물러주고, 등을 밀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 덕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잠시나마 작은 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비록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그 눈빛에서는 고마운 이를 향한 정다운 마음이 흘러넘친다.

 

송모(76) 할머니는 홀몸노인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오래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고 삶의 큰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도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쓸쓸하게 살고 있다. 그런 할머니에게 근래 들어 가장 큰 낙은 매일매일 배달되는 ‘사랑의 도시락’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배달해주는 ‘사랑의 도시락’이 오는 시간이 할머니가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라고 한다.

“밥 때문이 아니에요. 자리보전하고 눕지 않은 이상 밥이야 뭐, 혼자 어떻게 못 챙겨먹겠어요? 그저 아무도 찾지 않는 이 휑한 집에 하루 한 번씩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람이 있어 사람 사는 기척이라도 내주니 그게 반갑다는 얘기죠.”

그런데다 요즘에는 전에 없던 딸과 손자, 손녀들까지 생긴 것 같아 더 기쁘다고 말한다. 때마다 잊지 않고 전화도 해주고 매달 한두 번씩 찾아와주는 이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홀몸노인을 위한 말벗 서비스 자원봉사자들이다.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얼굴만 보여주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친딸이나 친손자들처럼 살뜰하게 안부를 묻고 정담을 나누고 가는 이들이다.

“고맙지요. 이 늙은이가 뭐 예쁘다고, 잊지 않고 챙겨주고 찾아와주는지 원. 지난번에는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를 가져오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새삼 딸 있고 손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낙에 사는구나 싶어요.”

위장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주는 사랑의 도시락과 가족이 돼주는 말벗 서비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송 할머니는 올겨울을 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날 것 같다고 말한다.
 

글·김성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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