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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울시청 191개 부서 “봉사로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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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산동네에 연탄 배달 자원봉사를 나갔습니다. 홀로 사시는 할머니 댁에 연탄 4백 장을 쌓는데, 공간이 없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여쭤봤더니 구석에 놓인 큰 물통 안에 쌓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안엔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빗물을 받아 쓰는 물통이라우. 덕분에 한 달 물값이 천 원도 안 나와. 이제 물값이 더 나올 텐데, 그래도 물보다는 연탄이 중하니…’ 하고 말씀을 흐리셨습니다. 그 순간 매일 샤워를 하는 제가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11월 5일 ‘서울시 나눔과 봉사단’(이하 나눔과 봉사단)의 송정석(48) 대표를 비롯한 70여 명은 달동네 홀몸노인들에게 연탄을 나눠주는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때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이 송 대표의 가슴을 울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봉사는 겉으로 보기엔 남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을 깨우쳐주는 행동이란 사실을 그는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단은 지난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을 때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뜻을 모았고, 올해 3월 정식 발족했다. 서울시 1백91개 부서의 봉사 대표자 1백99명이 뜻을 합쳐 재활용품 수거, 국가자격시험 감독을 자청해 받은 수당, 각종 상금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7개월간 모은 6백여 만원으로 연탄 4천여 장을 구입해 이날 10여 가구에 나눠주게 된 것이다. 특히 이날은 평일이라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봉사단 회원 중 70여 명이 월차를 내가며 참여해 더욱 뜻깊었다.
 

나눔과 봉사단은 각 부서 봉사 대표의 모임이다. 따라서 행정 전문가부터 토목, 건축, 통신, 기계, 농림, 임업, 축산, 보건, 환경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연탄 배달 봉사 외에 집수리, 혈당 체크에 안경 세척과 수리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맞춤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나눔과 봉사단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송 대표가 근무하는 서울동물원에서 매주 목요일 치매 노인이나 지체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초청한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동물을 만지며 느끼게 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말하는 앵무새를 접촉하게 하여 소리를 느끼도록 한다. 치매 노인에게는 양몰이 체험장에서 양떼에게 먹이 주기, 지체장애인에게는 뱀을 목에 둘러보는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며 즐거운 하루를 선물한다.

나눔과 봉사단은 2006년 송 대표가 동물원에서 쌓이는 사료 포대 등 재활용품을 팔아 지역의 어린이들을 동물원에 초대하는 나눔 행사에서 비롯했다.

이 나눔은 송 대표와 서울동물원의 독특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송 대표는 창경궁에 있던 동물원이 경기 과천시로 이전하기 전, 지금의 기린사 자리가 있던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동물원이 이전하면서 송 대표의 집터에 기린사가 들어선 것이다.

고교를 졸업한 후 서울동물원 직원모집 공고를 본 송 대표는 ‘내가 태어난 곳에서 자라는 기린을 돌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력서를 냈고, 과거 목장을 한 경험을 인정받아 합격했다. 이후 소원대로 기린사 근무를 시작으로 동물 사육사의 길을 걷던 그는 마흔 살이 넘어 동물 사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대학원 축산과에 진학해 역시 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한 사육사는 생명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내가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 송 대표는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장애인 단체와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초청해 캥거루, 앵무새, 코끼리 먹이 주기와 돌고래쇼 관람, 아기동물 만져보기 등 동물원 투어와 커다란 돈가스 점심 등을 대접하며 즐거운 하루를 선물했다. 그의 선행이 공무원 사회에 알려지면서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함께 폐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서울시 나눔과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공무원 봉사 동아리가 정식 출범하게 된 것이다.

“나눔과 봉사단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나눔을 실천했고, 앞으로 어떤 나눔을 실천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작은 나눔이 우리 사회의 조그만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한결같습니다. 비리 등 부정을 저지르는 공무원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공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은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서울시 나눔과 봉사단의 ‘나눔 바이러스’가 전국 공무원을 넘어 전 국민에게 넓고 고루 퍼지기를 기대한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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