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3월 세쌍둥이를 낳은 전명숙(35·롯데백화점 서비스 리더) 씨는 내년 5월 1일까지 육아휴직 중이다. 그는 임신한 동안 심한 입덧과 배에 복수가 차는 증세로 대학병원에서 한 달 넘게 입원해야 했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걱정 없이 태교에 집중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병원비를 지원해줬고, 상사와 동료들도 전 씨가 업무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그는 출산휴가 3개월 후에도 당당히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은 세쌍둥이이기 때문에 최대 3년까지 가능하지만 일단 2년만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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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회사에 대한 믿음이 절로 생겼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육아휴직제뿐 아니라 직원 심리상담, 정시퇴근 캠페인, 순환근무제, 리프레시 휴가제 등 직원과 그 가족을 배려하는 다양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제동에 연 어린이집은 백화점의 근무 특성을 고려해 평일에는 밤 9시 30분까지 아이를 맡아주고 주말과 휴일에도 문을 연다.
이 같은 노력으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는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병행’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2008년 14개, 지난해 20개 기업과 기관이 선정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49.2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3퍼센트에 비해 크게 낮다. 또 자녀가 없을 때 52.6퍼센트이던 고용률이 6세 이하 자녀가 있을 때 36.5퍼센트로 급격히 떨어져 출산과 육아가 여성 퇴직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탄력근무제, 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직장 보육, 가족간호 휴직제 등 가족친화제도 도입을 권하고 있으나 업무 특성이나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아직 소극적인 기업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족친화 인증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통해 가족친화제도 도입 비용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기업이 가족친화 경영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인식이다. 가족친화제도 도입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출산·육아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김세완 기획부문장은 “직원들이 육아 부담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회사로서는 더 큰 손실”이라며 “가정과 양립 가능한 직장을 만들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한국생산성본부의 가족친화지수 측정 및 분석에 의하면 3백22개 상장법인 중 생산성이 높은 상위 20퍼센트 기업의 가족친화지수는 45.9점으로 하위 20퍼센트의 40.2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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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한모(52) 씨에게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딸(26)이 있다. 한 씨는 자신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불안한데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딸 때문에 마음이 더욱 편치 않다.
한 씨 가족처럼 요즘 일자리 문제로 부모와 자식이 동시에 걱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고, 그 자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으로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6퍼센트인 7백12만명. 이들 중 상용근로자로 일하는 3백11만명이 올해부터 2018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실업을 예방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2008년 7.2퍼센트, 2009년 8.1퍼센트, 올 7월 8.5퍼센트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청년실업의 장기 소득상실액은 23조원에 달한다. 장기 실업에 따른 세수 차질액도 1조5천3백20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을 연장하는 동시에 청년층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연장은 자칫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는 ‘점진적 퇴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취업기와 은퇴기 사이에 점진적 퇴직기를 둬 파트타임 근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연금을 받는 65세까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다.
사회통합위원회는 이를 통해 줄어든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청년층 신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재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 임금 감소와 연계해 중고령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한편 청년층 고용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경우에는 총액임금관리제를 도입한 세대 간 일자리 공존 모델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연금과 일자리의 세대지형’이라는 논문으로 세대 간 경제갈등을 분석한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청년세대와 중·장년세대의 갈등이 아니라 전 세대의 문제”라며 “경제성장보다는 고용을 최우선시하는 일자리 극대화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정책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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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