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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민생법안 처리 시급하다 | 이런 법안도 있네


올해 초까지 경기도 성남시의 록음악 그룹에서 활동해 온 김진수(가명·22) 씨는 지난 2년 동안 끔찍한 경험을 했다. 두 살 많은 남성 리더에게 성추행을 당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한 것은, 그룹을 탈퇴할 경우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김씨는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면서 “아마 나 같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상상 외로 많고 그들 역시 나처럼 혼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는 모두 7543명으로 이 가운데 남성은 전체의 7.3%인 551명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비율은 2005년 3.5% , 2006년 4.9%, 지난해 6.8%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김씨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피해방지법의 필요성을 하소연했다. 김씨의 바람은 조만간 이루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는 남성이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피의자를 강간죄가 아닌 강제 추행죄로만 처벌하게 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성도 강간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또 성폭력에 적용되는 친고죄를 폐지하기로 하고 폭행이나 위협에 의한 강간의 경우 폭행과 위협의 정도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제 잔재 ‘형무소’를 ‘교도소’로 변경
18대 국회 들어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이색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남자도 성폭력 피해 인정’ 법안을 비롯해 일제 잔재인 ‘형무소’란 용어를 ‘교도소’로 변경하는 등 눈에 띄는 법안이 다양하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현행 형법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주 의원은 “지난 1961년 구 형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일본식 명칭인 형무소를 교도소로 변경했음에 불구하고 현행 형법 66조, 67조, 68조는 여전히 형무소란 용어를 아직도 사용 중이어서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신용카드 회원이 적립한 포인트를 저소득층 지원 사업을 벌이는 휴면예금관리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휴면예금관리재단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또 신용카드 회사도 사용기간이 만료돼 소멸된 회원의 포인트를 휴면예금관리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만 사용기간이 지난 포인트가 1574억원 상당에 이르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가 이를 기부한다면 저소득층 지원 사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은 오토바이 관리체계를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정기검사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최근 연예인이나 청소년들의 잇단 오토바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은 “오토바이는 신고제로만 운영되는 데다 자동차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노당 곽정숙 의원은 최근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A형 간염에 대한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차량에 불법 경음기(클랙슨)를 장착할 경우 벌칙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자동차보험 만료일이 공휴일일 경우 다음 날 가입하더라도 과태료(현행 300만원 이하)를 물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어린이 국회’ 이색 법안, 입법 추진
지난 7월 개최된 제4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에서도 이색 법안들을 볼 수 있다. 어린이 국회는 여의도에 국회가 개원한 지 30주년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민주주의 현장학습의 기회를 주기 위해 국회 사무처가 마련한 행사다. 어린이 국회는 전국에서 193명의 초등학생 대표자들이 참여,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제출한 안건들 중 엄선된 20건의 우수한 법률안과 건의서를 표결을 통해 채택했다.

어린이 국회에서 상정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매우 이색적이면서도 현실에 꼭 필요한 내용들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주변에서의 동물 판매금지 법률안’, ‘미아 방지를 위한 미아 찾기 전광판 설치법안’, ‘지하철 내 낮은 선반대 설치법안’, ‘학교운영위원회 내에 학교폭력 및 집단 따돌림 근절을 위한 소위원회 설치법안’, ‘인터넷 온라인 게임 시간제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또 건의서로는 ‘문화재 안내판에 어린이를 위한 보충과 내용강화에 대한 건의서’,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규정에 관한 건의서’, ‘학교교정의 유실수 식재에 관한 건의서’, ‘아동 희귀난치성 질환자 지원을 위한 건의서’, ‘어린이 영화에 성인 광고를 상영하는 극장에 대한 건의서’, ‘학교 급식에서 즉석 식품의 사용을 반대하는 건의서’ 등이 올랐다. 이 밖에도 본회의에까지 상정은 되지 못했지만 ‘애완동물 건강보험 적용법안’, ‘어린이 비만 예방을 위한 법안’과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어린이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과 건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어린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어린이 국회에서 채택된 우수 법률안과 건의서는 해당 부처에 송부하고, 성인 국회의원들에게도 전달해 입법 필요성이 있는 경우 정식으로 입법이 추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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