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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1129호

溫맵시로 따뜻하게 실내 온도 20도




“내복 입기를 생활화하면 추위에 강해집니다. 겨울에 웬만큼 기온이 내려가도 그다지 추운 줄 모르겠어요. 또 실내외 온도 차가 큰 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추면 확실히 감기에 덜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뛰어놀다가 넘어져도 덜 다치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경기 안산시 환경재단 에버그린21에 근무하는 김근영(35) 씨의 내복 예찬론이다. 김근영 씨뿐 아니라 부인 최정남(33) 씨, 딸 서준(2)이와 놀기 위해 자주 오는 조카 김민지(12), 김민서(5) 양과 송우혁(6) 군도 겨울에 내복 입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김 씨는 환경재단에 근무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절감에 신경을 쓰지만 근검절약했던 부모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저희 집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보일러 온도를 22도 이상 올리지 않습니다. 내복 위에 스웨터를 입고 조끼를 덧걸치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손님이 오면 집이 왜 이렇게 춥냐고 하죠.”
 

덕분에 한겨울에도 가스비와 전기요금 등이 포함된 아파트 관리비가 15만원 정도 나온다. 집 넓이와 식구 수가 같은 다른 집과 비교해도 5만원가량 덜 나오는 것이다.
 

김 씨는 요즘 내복 입기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 반갑다고 했다.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고는 있지만 아직 실천이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내복 입기를 권하면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내복이냐’라거나 ‘요즘 세상에 밖에서 지낼 일이 얼마나 된다고 내복을 입느냐’는 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내복을 입는 작은 습관으로 작게는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고 크게는 환경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 대체로 동감합니다.”
 

내복 입기 운동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전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1월 2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복을 입었더니 바깥 추운 날씨를 견디기가 훨씬 쉬웠다며 청와대 참모들에게 내복 입기를 권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14, 15일 열렸던 제17차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실내외 온도차가 심한 것을 고려해 내복을 챙겨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내복 입기가 새로운 유행이 됐다. 이 대통령이 내복 입기를 권유한 까닭도 있지만 청와대 실내 온도가 내복을 필요로 할 만큼 낮기 때문이다.








 

11월 17일 제49차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회의실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데다 회의실 실내 온도를 평소 20도에서 19도로 낮췄기 때문이었다. 회의에 앞서 가진 티타임에서 이 대통령이 “나는 내복도 입고 조끼도 입었다”고 말하자 정운찬 총리는 “저도 그랬다. 앞에 서 있는 분들 대부분이 내복과 조끼를 같이 입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몸이 좀 불편했지만 며칠 입어 보니 괜찮다”며 “최근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서도 에너지 절약 문제를 많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0퍼센트 줄이기로 결정했다. 실내 온도를 낮추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내복을 입은 것은 정부가 에너지 절약에서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청와대는 겨울철 난방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자는 취지에서 앞으로도 계속 회의장 온도를 19도 정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겨울철 난방 온도는 20도면 충분하다. 선진국에서도 겨울철 실내 온도 권장 기준을 20도 이하(미국 18.3도 이하, 영국 19도 이하, 프랑스 19도 이하, 일본 20도 이하)로 잡고 있다.
 

지나친 난방은 에너지 낭비일 뿐더러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아토피 질환 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춥다고 무작정 난방 온도를 올릴 게 아니라 내복을 입거나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적정 난방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 낭비도 막고 건강도 지키는 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실내 난방 온도를 높일 필요가 없도록 내복이나 옷을 겹쳐 입는 ‘온(溫)맵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온맵시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다는 의미의 온(溫)과 옷을 차려 입은 모양을 의미하는 맵시를 합친 말로, 옷을 따뜻하게 입어 실내 난방 온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온 국민이 내복을 입고 난방온도를 3도만 낮추면 전국적으로 1조8천억원의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2008년 에너지총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가정 및 건물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은 1천6백62만9천톤(총에너지 사용량의 10퍼센트)인데, 내복을 입고 난방온도를 3도 낮출 경우 이중 20퍼센트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가 약 3도, 카디건을 겹쳐 입으면 2.2도 올라가기 때문에 실내 난방 온도를 3도 낮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열화상카메라로 실험한 결과 내복을 입었을 때 표면 온도는 18.6도, 내복을 입지 않았을 때는 21.8도로 나타났다. 내복을 입은 경우가 입지 않은 경우보다 3도가량 표면 온도가 낮은 것은 내복의 단열효과로 그만큼 체온을 덜 뺏겨 추위를 덜 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맵시는 무조건 두껍게 입는 것이 아니다. 두껍게 입으면 움직임이 둔해 활동이 불편해지고 보온효과도 오히려 떨어진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혜승 연구원은 “얇은 내복부터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는 것이 옷감 내 공기 함유량을 높여 더 따뜻하고, 촘촘한 소재보다 짜임이 성긴 것이 공기를 많이 저장해 보온효과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양복이나 재킷 안에는 조끼나 카디건을 입으면 보온뿐 아니라 실내에서 상의를 벗고 일할 때도 멋과 활동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또 목도리는 목을 따뜻하게 감싸줄 뿐 아니라 어둡고 단조로운 겨울 패션에 포인트를 줄 수 있고, 장갑을 끼면 소매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게 되어 어깨를 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정 연구원은 온맵시야말로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살리는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방법이라며 온맵시 가이드북을 발행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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