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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세계 최고 셰프 장 조지&마르자 부부의 한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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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자주 이름을 듣게 되는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와 고든 램지, 일본의 노부 마쓰히사 등 스타 셰프들. 프랑스 출신 장 조지 봉게리히텐(54)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부유한 석탄기업 가문 출신으로 16세 생일에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경험이 계기가 돼 집안의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요리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 폴 보퀴스 등을 사사한 뒤 젊은 시절 방콕,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유명 호텔 셰프로 경험을 쌓았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에 입성해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법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동서양 퓨전요리’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준 별점 4개와 프랑스의 권위 있는 맛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최고 맛집)를 동시에 받은 그는 현재 뉴욕에서만 ‘장 조지’ ‘조조’ ‘스파이스 마켓’ 등 9곳, 파리와 상하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15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호흡을 멈추게 하는 음식’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레스토랑’ ‘뉴욕 맨해튼에 들러야 하는 이유가 되는 식당’ 등 음식평론가들에게서 극찬을 받는 그의 식당들은 일주일에 2만5천명 이상의 손님을 받는다.

그중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당 ‘장 조지’는 유명한 코믹 시트콤 <프렌즈>의 대사에도 종종 언급됐을 정도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저명한 단골들이 출입한다.

그런 장 조지가 부인 마르자와 함께 올봄부터 13부작 한식 다큐멘터리 <스톱 앤 밥 코리아(Stop and Bap Korea·가제, 여유 있게 한식을 즐긴다는 뜻)>를 찍고 있다. 한 편당 30분 분량인 이 다큐는 뉴욕의 음식 전문 방송프로덕션인 ‘프라페’가 제작한다.

이 회사는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들과 중남미 대륙, 유럽 등지를 돌며 음식 다큐를 다수 제작해왔으며, 그 가운데 특히 배우 귀네스 펠트로가 스페인 음식을 소개한 <스페인 온 더 로드 어게인>이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다큐는 올 가을까지 촬영해 편집을 마치고 내년 1월부터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이 다큐의 제작차 부인과 함께 한국을 처음 공식 방문한 장 조지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다큐 제작 동기를 자신의 부인을 소개하는 말로 시작했다.

“제가 1999년에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해 6년 열애 끝에 결혼한 아내 마르자(34·한국명 말자)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입니다. 주한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마르자는 세 살 때 고아원을 통해 미국 가정에 입양됐어요. 아내는 20대에 생모를 만나면서 한식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와 결혼한 후에는 미국 내 한식당을 자주 찾았고, 집에서도 김치를 직접 담가 먹을 정도로 한식 마니아가 됐습니다.”

장 조지에게 한식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엔 김치 냄새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아내 덕분에 지금은 “한식 중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식을 좋아하게 됐다. 한식의 매력으로 “소화가 잘될 뿐 아니라 지방이 적어 살이 찌지 않는 균형 잡힌 영양식”이라고 소개한 그는 앞으로 자신의 식당에서도 “한식을 응용한 메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식당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식세계화와 관련해 전통적인 요리방식을 고수하는 게 낫겠느냐, 외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게 낫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렇게 답했다.
 

“1980년대 초반에 처음 태국에 갔을 때 그곳 음식에 감동을 받았어요. 하지만 미국에 돌아와 태국식당을 가보니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태국 현지의 다양한 향신료를 모두 설탕으로 대체해 모든 음식이 달달한 맛으로 변해 있었던 거죠. 그게 바로 태국음식이 미국에서 실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밥이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전통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한국음식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은 식재료를 찾지 못하더라도 요리법은 같아야 합니다.”





 

요리에 대한 영감을 “여행을 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에서 얻는다”는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맛본 음식들에서도 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쟁자를 지목해달라고 하자 유머러스하게도 “현재로선 아내 마르자”라고 말한 그는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한식을 더 잘 만들지만 다큐 제작이 끝날 즈음엔 서로 실력이 동등해지길 기대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 부부는 5월 약 3주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집을 시작으로 두레, 용수산, 산촌 등 이름난 한식당에 들러 음식을 맛보고 주방장에게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한식 식재료를 알아보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과 약재 전문인 경동시장도 둘러봤다. 제주도에선 토속음식을 배우고, 춘천에선 막국수, 안동에선 안동소주, 강릉에선 초당 순두부를 맛봤다. 다큐 촬영을 위해 하루 18시간을 뛰는 강행군이었지만, 시종 즐거운 나들이였다고 한다.

미국으로 돌아간 후 이렇게 배운 음식들을 다시 만들어보고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과정을 다큐로 찍고 있으며, 오는 9월쯤 다시 방한해 김치 등 발효음식, 쌀을 이용한 요리, 한우 등을 집중적으로 접하면서 다큐 촬영을 마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찍은 다큐는 ‘김치’ ‘국수’ ‘채식’ ‘사찰음식’ ‘길거리 음식’ ‘국과 찌개’ 등 13부작으로 나눠 방영된다. 또 촬영 중 알게 된 한식 레시피를 정리한 요리책과 DVD를 출간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한식을 알릴 예정이다.
 

글·김아리(한겨레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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