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아동 성폭력 사건의 범인을 생각하면 ‘사람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이다’라는 이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한창 꿈을 키우며 마음껏 뛰어놀 나이에 끔찍한 변을 당한 아이와 그 가족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다른 학부모와 아이들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아동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1백99개 성폭력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3만3천6백59명 중 유아(7세 미만)가 9백44명, 어린이(7세 이상∼13세 미만)가 4천3백75명으로 유아와 어린이 피해자가 전체의 15.8퍼센트에 달한다. 
정부는 이처럼 국민의 삶을 어지럽히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아동 성폭력을 근절하고, 아이들과 여성이 안심하고 활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8년 4월에는 범정부 차원의 아동·여성보호 종합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10월엔‘아동 성폭력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9개 부처 합동으로 추진점검단을 운영해 가해자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학교 안까지 들어와 아이를 유인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른바 ‘나홀로 아동’을 노린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층 강력하고 촘촘한 아동 안전망 구축이 절실해졌다.
이에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9개 관계 부처는 지난 6월 22일 합동으로 ‘아동·여성보호대책 추진점검단’회의를 열어 ‘아동안전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당정회의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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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친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성폭행 등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보호망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의 여성 전문상담원이 아이와 1 대 1 결연을 맺고 가족 역할을 대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들 전문상담원은 주 2회 이상 방문하고 수시로 연락을 취해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성폭력 피해 예방 등에 힘쓰게 된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의 가족이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완화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가족보듬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가족보듬사업은 성폭력 등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아이 돌봄, 노인 돌봄, 심리치료, 취업 지원 등을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한다.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끝나는 2학기부터는 등하굣길 안전지킴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여성가족부는 어린이안전재단,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10개 단체와 협력해 한부모가정, 맞벌이가정, 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 자녀 4백50여 명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등하굣길에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 지킴이 사업은 지역 주민과 전문 자원봉사자 등을 안전 지킴이로 선발해 기본 안전교육을 실시한 후 현장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서울, 경기, 강원, 부산, 충북, 경북, 경남, 인천 등 8개 지역 10개 단체에서 대상 아동 선정과 안전 지킴이 모집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2월 경우회, 대한노인회와 4자 협약을 체결하고 아동안전 지킴이 사업을 펼쳐왔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투철한 퇴직 경찰관과 노인을 아동안전 지킴이로 선발해 각 경찰서 관내에 배치하고 학교 주변과 놀이터, 공원 등을 돌며 실종 예방, 비행청소년 선도 등 아동보호 활동을 수행하게 한 것.
이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길을 잃은 어린이 2백42명의 실종을 막는 등 총 2만8천여 명의 어린이를 보호하는 성과를 거뒀다. 범죄예방과 아동보호 활동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한 아동안전 지킴이 사업 규모는 지난해 1백1개 경찰서, 1천10명에서 올해 1백74개 경찰서, 1천7백4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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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지자체와 교육청, 일선 학교와 협력해 지난해 6월부터 시범 운영해온 ‘종일돌봄교실’도 어린이 보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에서 맞벌이가정과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정규수업+방과 후 활동+가정 돌봄’의 세 가지 기능을 야간까지 지원하는 종일돌봄교실은 지난해 3백46개에서 올해 6백 개로 늘어난다.
외부인과 학교폭력 등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도 더욱 두껍고 촘촘해진다. 정부는 먼저 학생안전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전국 1천여 개 학교를 ‘학생안전 강화학교’로 선정해 청원경찰을 배치하고 경비실을 구축하는 등 ‘365일 온종일 안전한 학교 만들기’사업을 추진한다. 교직원 신분증 패용, 외부인 방문증 착용 등 학교의 출입 통제장치도 강화한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학교 주변에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폐쇄회로 TV(CCTV) 통합관제센터가 설치된다. 행정안전부는 2014년까지 지자체 2백30곳에 1천1백억원의 국비를 지원해 CCTV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유해환경에 노출된 학교에 두던 배움터 지킴이도 모든 초등학교에 3백65일 방과후 학교가 끝나는 시간까지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천44명의 배움터 지킴이가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배움터 지킴이는 교문에 새롭게 설치되는 안전등대(수위실)에서 상주하며 교내외 순시 순찰, 학생 선도 및 보호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사전에 막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학부모에 대한 배려도 더욱 강화된다. 정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등하교 상황을 알려주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더욱 널리 보급하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의 결석 상황도 학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즉시 통보할 방침이다. 
스쿨존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워킹 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제도도 도입됐다. 워킹 스쿨버스는 자원봉사자들이 통학로를 걸으며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이끄는 집단 보행 시스템.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 제도를 실시한 후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70퍼센트 줄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는 2~5개 학교에서 워킹 스쿨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등하교할 때 일어나기 쉬운 각종 교통사고의 유형과 예방법을 배우고, 교통안전 수칙을 자연스럽게 익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동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처벌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의결된‘특정 범죄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7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폭력범과 미성년자 유괴범뿐 아니라 살인범과 법 시행 전에 형이 선고된 성폭력범도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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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도 크게 확대됐다. 법 개정 전에는 ‘성폭력 범죄로 2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아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자가 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5년 이내에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에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5년 이내’를 ‘10년 이내’로 범위를 넓혀 확고한 재범방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최장 10년에서 30년까지로 늘린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법률 공포일인 지난 4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은 부착기간 동안 예외 없이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며 주거지역이 제한된다. 또 주거 이전이나 국내외 여행도 보호관찰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전자발찌제도 시행 전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출소자(3천7백39명), 출소 임박자(4백46명), 출소 예정자(2천7백31명) 등 소급 적용 검토 대상 총 6천9백16명을 파악해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은 법률 개정안에 따라 이들의 기본적 요건을 심사한 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고질적, 상습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사회 방위 차원에서 이른바 ‘화학적 거세’제도도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는 16세 미만 어린이 및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 기간 약화하거나 정상화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로, 지난 6월 29일 이를 위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김교식 여성가족부 차관은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즉각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아동 성폭력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각 부처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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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