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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PART1 | 베이징 메달리스트 3인의 한가위







장미란(25·고양시청)의 다이어리에는 ‘훈련일정’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라고 다르지 않다.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최중량급(+7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감격의 순간이 팬들의 뇌리에서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지만 정작 장미란 본인은 “더 나은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시선을 옮겼다.

장미란은 ‘훈련’으로 추석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10월 전국체전과 11월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 “역도는 무척 민감한 종목이라 하루를 쉬면 몸이 다시 바벨에 적응하는 데 열흘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역도 전문가의 견해다. 오승우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은 “(장)미란이가 그동안 각종 환영 행사에 참석하느라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는데 8월 31일 선수촌에 입촌해 1일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10월 대회를 생각하면 준비해야 될 것이 많다”고 밝혔다. 장미란도 “올림픽의 성과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무솽솽을 비롯한 중국의 다른 선수들이 벼르고 있을 것”이라며 휴가 반납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추석 연휴를 태릉선수촌에서 보내야 하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 장호철 씨의 마음은 안쓰럽다. 장씨는 “명절에 제대로 쉰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운해 할 일이 아니다. 고향 전주에 같이 내려가서 집안 어른들께 함께 인사도 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미란이가 계속해서 좋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니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 함께 명절을 보낼 날이 있지 않겠나”라는 말끝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6일, 장미란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라이벌 무솽솽(중국)을 누르고 대회 3연패라는 풍성한 선물을 안겼다. 2008년 여름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장미란은 더 큰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추석=휴식’이라는 공식을 지워냈다. 노력하는 세계 챔피언 장미란. 그 앞에 펼쳐진 미래가 추석 차례상보다 더욱 풍성할 것임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박성현(25·전북도청)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올림픽이 끝났지만 여기저기서 박성현을 찾는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마친 뒤 맞이하는 추석 명절에는 가족들과 나란히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성현은 숙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훈련에만 매진해야 할 운명이다. 지난 9월 3일 양궁협회 행사를 끝으로 모든 개인일정을 마치고 4일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국제대회와 전국체전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어 휴가는 엄두도 못 낸다.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박성현은 오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2008 FITA 양궁월드컵 파이널 대회에 참가한다. 남녀 국제랭킹 4위권에 드는 선수들만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챔피언전이다. 이어 10월 10일에 열리는 전국체전 참가를 위해 훈련에 돌입하는 박성현은 11월 중 열리는 세 차례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며 쉴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박성현의 소속팀인 전북도청 서오석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뒤 행사 등 개인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다”며 박성현의 근황을 전했다. 결혼준비에 대해서도 “대회가 계속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준비는 대표선발전이 끝나는 11월 말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 휴가를 줄 예정이지만 선수들은 숙소에서 합동차례를 드려야 할 형편이다.

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경모와 성현이가 12월 6일에 결혼하기로 했다. 얼마 전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예식장 준비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예비신랑 박경모와 함께 바쁜 행사일정 틈틈이 혼수 장만과 예식장 준비를 하게 된다. 사실상 박성현에게 추석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19·단국대)에게 올 추석 연휴는 ‘마지막 휴식기’다.

박태환의 스폰서사인 스피도의 손석배 팀장은 “박태환이 추석 때까지는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8월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단과 함께 지난 8월 25일에 귀국한 박태환은 귀국 이후에도 코감기 증상이 계속돼서 치료를 받았다. 손 팀장은 “박태환이 베이징에서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서울에 온 이후에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박태환은 귀국 후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지냈다.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학업에 소홀했던 박태환은 가장 먼저 단국대를 찾아 인사를 했다. 이후 SK와 스피도 등 박태환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각종 업체들을 돌면서 인사하는 등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 도움을 받은 이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태환은 누나 인미 씨가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인연 덕분에 추석 때 개봉하는 영화 시사회장을 찾는 등 다양한 행사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지만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방송 출연 및 인터뷰는 모두 거절했다.

8월 한 달간은 올림픽 때문에, 9월 초반까지는 ‘올림픽 후유증’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박태환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휴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손 팀장은 “박태환이 추석까지는 일단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후 훈련 스케줄은 대한수영연맹과 상의한 뒤에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에게 추석 연휴 이후는 전국체전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박태환은 10월 10일에 개막하는 제89회 전남 전국체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세계를 정복한 박태환은 전국체전에서 출전 종목마다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출정 종목을 정하기 전에 먼저 출전 소속 시·도를 어디로 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현재 박태환은 단국대 소속이며, 단국대는 충남 소속이다. 그러나 동시에 박태환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나온 서울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 대표로 참가할 수도 있다. 박태환으로서는 전국체전에 나설 소속을 결정해야 출전할 종목을 선택하고 세부 훈련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상황에 대해 윤곽을 그려놓아야 하기에 박태환이 “추석 연휴까지는 쉬겠다”고 선언한 대로 푹 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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