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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느림과 비움의 미학 ‘슬로시티’



 

대나무 향이 흩날리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조용한 삼지내 전통마을이 갑자기 이국(異國)의 바람으로 떠들썩했다. 지난 6월 28일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 14개국의 슬로시티 전문가 1백여 명이 한옥이 그대로 보전된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한국슬로시티본부·국제슬로시티연맹 주최로 6월 25~29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2010 국제 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 참석차 삼지내 전통마을을 찾은 이들은 한과와 전통엿 등 우리 고유 음식에 감탄하고 한옥의 고운 선, 한복의 자연스러운 색감에 취했다.

삼지내 전통마을은 국제슬로시티연맹 본부가 인정한 한국 슬로시티 6곳 중 한 곳인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옥마을이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을 토대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창설됐다. 치타슬로(Cittaslow)라고도 하는 슬로시티 운동은 ‘국민행복 운동의 일종’으로 ‘인간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오래갈 미래를 위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꾀해 진짜 사람이 사는 세상,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 슬로시티는 현재 20개국 1백32개 도시로 확산됐으며, 우리나라도 200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전남 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 장흥군 유치, 담양군 창평과 경남 하동군 악양, 충남 예산군 대흥 등 총 6개 지역이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삼지내 전통마을이 있는 담양군 창평은 전통과 생태, 전통 먹을거리라는 슬로시티 지정의 세 가지 요건을 고루 갖춘 균형 잡힌 슬로시티다. 고택과 문화재가 많고 메타세쿼이아길과 대나무 숲, 그리고 한과, 떡갈비 등 전통 먹을거리가 보전된 고장이다.

신안군 증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갯벌염전이 있는 곳이다. 사라져가는 천일염의 보고인 갯벌염전은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소금창고를 개조해 만든 국내 유일의 소금박물관이 있으며 갯벌과 염전, 습지가 공존해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생명력을 대표한다.

완도군 청산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구불구불한 돌담길이 이어지는 마을 풍경, 그 풍경사이로 보이는 노인들의 따스한 미소, 소박한 사투리가 잃어버린 고향의 이미지를 간직한 어촌마을이다. 초분(草墳)의 풍습을 지금도 지키고 있는 청산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슬로푸드가 생활화된 슬로시티의 전형이다.






 

장흥군 유치는 42개 마을이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을 고수하며 건강한 농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이곳은 표고버섯도 노지 재배를 하는 슬로푸드 생산지이며 가축 냄새와 인분 냄새가 풍기는, 마치 시골 외갓집같이 수수하고 꾸밈없는 슬로시티다.

하동군 악양은 다향(茶香), 문향(文香), 도향(都香)의 세 가지 향이 있는 고장이다. 야생차밭과 소설 <토지>의 본고장이기도 한, 비닐하우스가 없는 단아한 마을 모습은 슬로시티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가장 최근에 슬로시티로 지정된 예산군 대흥은 ‘의좋은 형제마을’이란 고려시대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커다란 예당저수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민물고기 요리와 예산 사과, 광시면 한우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한국슬로시티본부 손대현 본부장은 “이번 국제 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에 참석한 슬로시티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의 슬로시티들이 예상 외로 놀랍도록 아름답고 전통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며 “적어도 각 도마다 한두 곳씩 슬로시티를 지정해 전통과 생태, 슬로푸드가 보존된 한국 슬로시티를 세계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한국슬로시티본부 Tel 02-2052-1751 cittasl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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