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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뛰어넘고,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를 탈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판타지 소설의 줄거리가 아니다. 지금 국내외 과학계가 풀어야 할 화두를 명쾌하게 은유한 표현이다.

‘죽음의 계곡’은 이전 단계의 연구 결과물이 다음 단계로 이전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첨단 신물질도 죽음의 계곡을 만나면 응용연구와 시장 마케팅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해 사장되고 만다. ‘다윈의 바다’는 과학기술 외적인 요인, 즉 경영전략과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겪는 어려움을 말한다.

아무리 미래 잠재력이 무한한 과학기술도 죽음의 계곡과 다윈의 바다 앞에서 속절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겨자씨만한 과학기술도 이런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국가사회,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과학이야말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자 미래로 가는 문’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상자 기사 참조). 이에 따라 국내 과학기술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R&D) 지원 등 주요 정책 방향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양적인 과학기술 지표도 개선됐다.

과학기술 분야 중 현 정부 들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키워드는 원자력 수출, 우주개발, 저탄소 녹색성장 등이다. 더불어 과학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R&D에는 현 정부 들어 역대 정부 최고액인 37조1천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투자액까지 합치면 68조6천억원으로, 문민정부 이래 투자액(9조9천억~40조1천억원)을 크게 웃돈다. 또한 과학기술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우리나라 과학기술 논문 수는 2007년 12위에서 2009년 10위, 기초연구의 장기적 경제발전 기여도는 2007년 23위에서 2009년 6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 5월 국과위는 ‘2040년 바람직한 미래 한국사회’를 ‘자연과 함께하는 세상, 풍요로운 세상, 건강한 세상, 편리한 세상’으로 상정했다. 과학의 외연을 넓혀 사람과 세상을 더 이롭게 하겠다는 철학을 담은 것이다.

고등과학원(KIAS) 김재완(52) 부원장의 생각도 일맥상통한다. 김 부원장은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과 관계가 있다면 과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문화활동”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학은 끊임없는 호기심 탐구라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학문”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을 당장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국한하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발언이다. 나로호 발사 실패나 노벨 과학상 수상자 전무(全無)를 탓하기 전에 과학의 결실은 끊임없는 지적 탐구의 부산물임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출간한 책 <가슴 설레는 나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미래 비전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신산업의 창출은 기존의 게임 룰을 전면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산업에 대한 정의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일침을 놓는다.

‘경계를 허물고 넘나들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과 복합의 실험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과 인문학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도 비빔밥과 곰국처럼 섞이고 스며야 한다. 미래는 갈수록 잡종이 강세를 보이는 시대다. 종의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은 미래의 씨앗이다. 반면 유유상종과 동종번식은 사회와 문화의 유전적 기형(奇形)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과학과 기술과 예술과 학문 분야도 섞여야 아름답고, 섞여야 진화한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도 지식의 융합과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지구촌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한 분야의 전문가나 한 국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식의 융합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해법을 제시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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