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 중 하나인 대국민 강연 ‘역사, 미래를 만나다’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첫 강연 이후 매일 저녁 강연이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을 찾는 참석자가 늘고 있는 것. 강연을 준비한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시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9월 11까지 계속되는 이번 강연은 대한민국이 이루어 온 성취와 함께 앞으로의 과제를 생각해 보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이번 강연은 과거 건국 60년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에서 나아가 새롭게 펼쳐질 60년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가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궁금해 한다. 지나옴과 다가옴, 뒤섞임과 고유함, 소통과 가능성, 21세기 한국의 도전 등을 주제로 한 이번 강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짚어본다.
첫 강연자로 나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창조적 힘이 60년의 원동력이었고, 지금까지 걷고 뛰어왔다면 이제는 날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때가 됐다”며 “갈매기 조너선(미국 소설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주인공)처럼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0년 동안 고도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나라는 이제 날아야 할 때인 것이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다른 명사들이 강연을 통해 제시한 미래 키워드를 살펴보면 크게 ‘선진한국’, ‘문화강국’, ‘글로벌 코리아’로 요약된다.
변해야 산다, 선진한국을 위하여
최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맥킨지, KDI 등이 공동작업해 ‘선진화와 한국의 현위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여개 선진국은 사회안정성, 물가, 무역수지, 삶의 만족도, 생산성, 기업 관련 법, 국가 브랜드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역량을 견지하고 있고, 적어도 하나 이상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삶의 질과 국가 위상, 인재,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사회적 신뢰 및 통합 등 소프트인프라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인재양성과 확보, 시장에서의 정부역할, 사회적 신뢰 및 통합 분야에서 보다 근본적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25일 ‘60일 연속 강의’ 강연자로 나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에서 잠재 성장동력을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변화’라는 답을 제시했다. 김 전 수석은 “높은 수준의 잠재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술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인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는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한국 경제를 위한 새 틀을 짤 것”을 당부했다.

새 틀을 짜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응집력과 열정, 새로운 경향에 대한 높은 수용성, 해외동포 네트워크,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 등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면서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살려 나간다면 선진한국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산업, 창조적 문화예술산업, IT기반 콘텐츠 등의 성장테마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소프트파워가 강한 문화강국
이런 점에서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구촌이 점점 소프트파워의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리의 창조적 문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 장관은 지난 3월 14일 춘천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콘텐츠, 문화예술, 스포츠, 관광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18일 합동워크숍을 개최한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는 위원회에서 1차로 발굴한 50개의 정책과제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차세대 인터렉티브 콘텐츠 개발, 교육·연구 및 비즈니스 기능의 문화기술(CT) 연구소 클러스터 조성, 완성보증보험제도 도입, 공정 거래 환경 조성, 글로벌 킬러콘텐츠 지원 확대, 저작권 기술적 보호조치 및 공정이용 가이드라인 제시, 한·중·일 문화콘텐츠 공동체 구축 등이 포함된다.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앞으로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9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이처럼 문화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이자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2000년대 들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경우 경기도 화성에 건설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 영화의 제작사 바른손커뮤니케이션즈는 ‘놈놈놈’의 모바일 액션게임을 오픈한 것에 이어 영화 주인공을 테디베어로 특별 제작해 조만간 일본 시장에서 선보인다. 특별 제작된 테디베어는 한 개당 한화 약 29만9000원 상당이 될 전망이다. 이제 ‘원소스 멀티유스(OSMU)’,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 및 배급하는 능력이 국가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원소스 멀티유스’도 콘텐츠 자체가 생명력을 지녀야 가능한 일이다. 집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6회째 강연자로 나선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차세대 인터넷 형태는 3D 가상세계가 될 것”이라며 특히 미래의 3D 가상세계 구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가 실제 주인공이 된 듯 느끼게 해주는 기본 전제가 스토리텔링”이라며 “스토리텔링은 정보화 발전과 이용자 가치 제고의 토대가 되는 한편 사이버 공간을 사람 사이의 온기가 흐르는 인간적인 공간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코리아
지금 같은 속도의 시대,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글로벌 코리아’를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새로운 평화구조 창출, 실용적 통상외교, 능동적 개방, 세계로 나아가는 선진 안보, 친환경 경제·에너지 구조, 아름다운 삶과 창의문화 등을 5대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대한생명경제연구소 최성환 상무를 비롯해 많은 강연 참석자들이 ‘글로벌 코리아’를 미래를 읽는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이들이 말하는 ‘글로벌화’란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 발전을 이끄는 리더이자 동시대를 함께 사는 동반자로 글로벌 문제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세계에 알맞은 인재 양성과 경쟁력 강화, 서로를 이해하는 열린 마음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14회 강연자로 나선 최성한 대한생명경제연구소 상무는 ‘글로벌만이 살길이다’라는 강연을 통해 글로벌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영국 경제는 개혁과 글로벌화로 성장에 성공하고 일본은 폐쇄적이고 성공만을 추구해서 실패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도 영국처럼 글로벌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경제와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는 여러 나라에 걸쳐 FTA(자유무역협정) 같은 지역화 및 그룹화가 진행 중이다. 때문에 그는 “경제가 자유스러울수록 소득이 높아진다. 지금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라며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시민들이 소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 교수의 경우, 7월 16일 강연에서 글로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동양은 ‘자신(self)’을 타인과의 관계로 보고 서양은 각 개인의 내면적 속성으로 본다는 본질적인 차이 때문에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며 “다문화 사회, 글로벌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원활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건국 6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역시 다양성 속의 통합을 중요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코리아를 위해서는 폐쇄적인 혈연주의를 넘어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존중되는 ‘다양성 속의 통합’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국 대사관, 주한 외국인들이 교류하는 행사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민족 가족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바자회와 박람회도 개최할 계획. 또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 진입할수록 이들을 위한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 연구사업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비전 준비, 어디까지 왔나
현재 미래기획위원회는 민간전문가, 관계부처 등과 공동으로 비전 수립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전과 비전 달성을 위한 우선적 실천과제 및 구체적 실행전략 등은 오는 8월 15일에 발표될 계획이다. 이날 발표되는 미래비전은 중기재정계획과 연계하고 대내외 여건 변화를 감안해 실천과제와 지표를 연동계획(Rolling Plan) 형태로 관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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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