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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제는 경제다 | 국제 경제위기 진단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의 주범은 물가다. 이 중에서도 아시아 경제는 서구보다 고유가와 식량가에 기인한 최근 인플레이션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서구와 달리 아시아 각국은 국내 소비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아시아는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버리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사회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서는 인플레이션에 격분한 시민들이 폭도로 변모했고, 네팔에서는 시민들이 고유가에 분노해 ‘마오주의’ 정당의 연정 구성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더 어둡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최근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깊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은 향후 악재 방아쇠
BIS는 얼마 전 내놓은 연간 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앞으로 다가올 경기 둔화 규모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위기는 선진국의 채무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는 곧 깊은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현 사태의 단순한 원인이 아니라 향후 나타날 악재의 방아쇠”라며 “피해 규모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는 또 “1873년에 발생한 장기 침체와 1920년대 대공황,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일본 및 아시아 금융위기는 모두 강한 신용시장 성장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호황과 맞물린 이후 나타났다”며 위기 발생의 패턴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 경제 주체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며 “궁극적인 경기 둔화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요구되는 수준보다 훨씬 크고 오래갈 수 있으며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단연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특히 고유가는 단순히 인플레이션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유가는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가격을 자극한 뒤 국내 물가상승 및 경상수지 적자 폭을 키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수가 위축돼 전반적인 경기가 둔화한다. 고유가가 악순환 고리의 출발점인 셈이다.

한국은 이미 고유가 충격으로 물가 경상수지 성장률과 관련된 모든 거시경제지표에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6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올라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7월 들어 원유 가격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달러가량 올랐다. 원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서서히 국내 최종소비재 물가로 전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 이후 물가상승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5%에 이르는 데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구조여서 고유가에 따른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5달러 오르면 한국은 제조원가가 0.56% 오르지만 OECD 회원국은 0.2% 정도만 오른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신용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8일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미국의 재무회계 기준이 강화되면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총 750억 달러의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슬로모션 경기 후퇴… 최악 상황 올 수도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이 같은 상황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얼마 전 칼럼을 통해 “전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recession)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수준의 저성장이 계속되는 ‘슬로모션 경기후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경제에 대한 이런 위기의식은 최근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상들은 정상선언을 통해, 최근의 상황이 세계경제 공동의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정상들은 경제 분야에서는 “원유와 식품가격의 급등으로 세계경제가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으며 에너지 안정 공급을 목표로 한 국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했고 후퇴할 위험이 존재한다”고도 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공동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중대한 시련’이라는 표현은 정상선언문치고는 매우 직설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반영했다.

이처럼 우리가 처한 현재의 경제위기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가 공통된 원인으로 인해 앓고 있는 공통된 질병인 만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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