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구아(agua·포르투갈어로 ‘물’)! 아구아!”
물이 괸 저수지를 바라보며 주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장장 4년에 걸친 프로젝트였다. 1년에 비가 5백 밀리리터도 채 내리지 않는 이곳에서 이젠 1년 내내 물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불렀다.
물로 희망을 찾은 이곳은 아프리카 앙골라 남부에 위치한 숨베(Sumbe). 아프리카 남서부에 자리한 앙골라는 연중 큰 기후차가 없는 열대성 기후지역이다. 고원이 전 국토의 60퍼센트를 덮고 있으며 경작이 가능한 지역은 국토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
특히 해안가를 따라 남부지역으로 가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건조한 곳이 많다. 숨베는 수도 루안다에서 3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지역으로 13만명 정도가 거주한다. 주민들의 삶은 몹시 어렵다. 27년간의 내전이 그 원인이다. 1975년부터 2002년까지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쟁은 숨베지역뿐 아니라 앙골라 전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황폐화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숨베지역은 면화 재배지로 유명했다. 면화 재배는 당시 주민들의 최고 생계 수단이었다. 하지만 기나긴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면화 생산을 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파괴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도시는 비대해가고 농촌은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숨베지역의 남은 주민들은 면화 재배지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좌절했다. 면화 재배에 필수적인 ‘물’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앙골라 정부는 이러한 농촌지역의 빈곤 퇴치와 도시에 집중된 인구의 분산을 위해 농업재건사업 실시를 계획했다. 시행 기구는 농촌 발전에 필수적인 수자원 기술이 풍부한 한국농어촌공사로 정했다.
농어촌공사는 2006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44개월에 걸쳐 숨베지역 면화단지 3천2백 헥타르를 대상으로 ‘앙골라 농업현대화사업’ 1단계를 진행했다. 면화 재배에 도움이 되는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양수장 2곳과 저수지 3곳 등 저류용적 5만4천6백70세제곱미터를 마련했다. 송수관로와 급수관로를 만들어 물길도 텄다. 총길이 66.5킬로미터의 도로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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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베지역의 면화단지 인프라 구축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된 올해 3월 시공업체 담당자들과 앙골라 정부 관계자, 주민들은 양수장과 저수지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은 늘 물이 부족해 거주지에서 4, 5킬로미터 떨어진 더러운 강물을 떠다 썼다. 그러나 이제 저수지를 통해 깨끗한 물을 숨베지역 내 7, 8개 마을 주민 1천명이 쉽게 쓸 수 있게 됐다.
사업의 대부분은 마무리됐지만 내후년 본격적인 면화 재배를 앞두고 농어촌공사는 농민을 대상으로 앙골라 농업현대화사업 2단계를 전개하고 있다. 풍부해진 물 덕분에 이모작이 가능해진 만큼 일모작인 면화 재배와 면화 판매 유통을 가르치고, 이모작은 한국형 작물인 수박이나 참외 등의 작물을 기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앙골라 농업현대화사업 수자원 기술 관련 인프라 구축에 참여했던 농어촌공사 안성수 차장은 “앙골라 숨베지역에 면화 재배단지가 조성되면 1만2천명의 사람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만으로도 새 희망을 얻은 숨베지역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개발도상국의 농업발전을 위해선 수자원 기술 수출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농업 발전의 디딤돌은 물을 활용하는 수자원 기술이다. 농업국가로 시작해 산업화를 이뤄낸 우리나라는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수자원 기술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농어촌공사를 필두로 그동안 댐, 저수지, 방조제 건설, 대규모 간척사업 등 농업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마련하면서 필수요소인 수자원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농어촌공사는 1967년 베트남에 수자원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 수자원 기술 수출의 물꼬를 텄다. 베트남 야수프 다목적댐 개발사업, 캄보디아 메콩강 델타지역 홍수조절 계획 수립, 인도네시아 까리안댐 타당성 조사 및 설계사업, 앙골라 농업현대화사업 등 현재 24개국 96개 사업을 완료하거나 진행했다.
농어촌공사의 수자원 기술 수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농어촌공사가 우위를 점하는 관개시설, 댐, 저수지 등 농업 SOC 분야와 농촌지역 빈곤 해소와 소득증대를 위한 농촌개발 분야다. 시대별로 살펴보면 1970~80년대 농업개발과 관개수로, 1980~90년대 물 관리와 영농, 1990년대 이후 간척 및 농촌개발 등 향상된 기술을 테마로 해외시장에 적용해왔다.
농업 분야의 우수한 수자원 기술력을 갖춘 농어촌공사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농업 개도국들의 협력 대상 1순위가 됐다. 2006년부터 탄자니아 대통령을 시작으로 몽골, 세네갈, 가나 대통령이 농어촌공사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축적된 경험을 전수받기를 희망했다. 이렇듯 농어촌공사가 농업 개도국들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까닭은 수자원 기술을 토대로 한 해외사업들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가 최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관된 산업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농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탄자니아 루피지 유역 농업개발사업과 필리핀 농공복합산업단지(MIC) 조성사업이 대표적인 예로, 이런 사업들 역시 관개수로, 양·배수장 설치 등 수자원 기술이 바탕이 되고 있다.
농어촌공사가 보유한 농업개발기술을 수출하는 해외기술용역사업은 앞서 설명했던 수자원 기술 수출사업을 포함하는 명칭이다. 농업의 기본인 물을 제공하고 관리해주는 이 사업을 통해 개도국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물, 환경, 기아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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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들은 대부분 원조 형태로 진행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한 무상원조뿐 아니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개발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의 유상원조(EDCF)로 지원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수자원 관련 농업기술 수출사업은 인도네시아 까리안댐 시공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수도권 서부 반뗀 주에 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량 2억 톤 규모의 댐을 건설해 하류지역 홍수 조절, 소수력 발전, 관광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사업 외에도 두 가지 사업이 함께 진행 중이다. 자틸루후르 관개시설 건설과 서부타룸 대수로 리모델링이다. 인도네시아는 1976년 이후부터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현재까지 40개의 사업이 완료된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영토가 넓고 자원이 풍부해 우리나라 자원외교 측면에서도 중요한 나라다.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국가와는 달리 1983년 이후 주재대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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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는 수자원 기술 전파를 위해 2007년부터 수자원 관련 초청연수도 벌이고 있다. 2007년 아세안 지하수 개발 및 관리사업을 비롯해 16건의 연수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수자원 기술이 필요한 개도국을 위주로 현지 담당자를 초청해 진행하거나 현지에서 시공 중인 사업과 병행해 수자원 기술 노하우를 가르치기도 한다.
몽골 농장개발사업, 인도네시아 자틸루후르 관개시설 건설을 담당했던 농어촌공사 해외사업추진단 주욱종 과장은 “농업국가로 발전해야만 하는 개도국들에게 농업 관련 수자원 기술은 필수”라며 “앞으로 수자원 기술 수출 대상국을 동남아에서 서남아시아, 중남미로 넓히고 관개배수 위주의 기초적인 수자원 기술 수출과 농어촌 종합개발, 환경보전 등의 사업 분야와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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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