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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청년 고용 해법 찾기 전문가 좌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서울 공덕동 산업인력공단에서 열린 ‘청년취업, 젊은이와의 대화’에 참석해 “국정의 최고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문제점인 대졸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공존하는 미스매칭(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이재갑 노동부 고용정책관,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청년 고용시장 현황, 정부의 청년 고용정책 추진 상황과 문제점,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준모(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제가 대학에 있다 보니 청년실업 문제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9월 현재 우리나라 청년(만 15~29세) 실업자가 32만명이고, 실업률은 7.6퍼센트로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이재갑(노동부 고용정책관)=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실업률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네 가지 기준에 따르고 있습니다. 취업하지 않았고, 취업 의사가 있어야 하며, 즉시 취업이 가능하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43만명에 이르는 취업 준비자, 일시적 구직 단념자들이 그들인데, 1백만명쯤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ILO의 실업자 기준으로 하면 이들은 실업자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 등에서 ‘사실상 실업자’라든가 ‘체감 실업자’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에서는 ILO 기준의 공식적인 실업자 외에도 이런 취업 준비자 등을 취업 애로 계층으로 보고 함께 청년 고용대책의 타깃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규용(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통계를 낼 때 취업 준비자나 구직 단념자 등을 공식적인 실업률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구직을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잠시 구직활동을 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때 대상자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으면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공식적인 실업 통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원하는 취업자를 1차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취업 애로 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양준모=경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하는데,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해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재갑=우리나라의 청년 고용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큽니다. 우선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습니다. 1990년도에 33.2퍼센트이던 대학 진학률이 2008년에는 83.8퍼센트로 올라갔습니다. 10명 중 8명은 대학을 간다는 이야기죠.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2006년 기준으로 일본은 45.1퍼센트, 미국은 64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대학 진학률 1위입니다. 이렇게 대학 진학자들이 많다 보니 졸업하면서 갈 수 있는 ‘대졸 학력자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어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양준모=현실이 이렇다 보니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업무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학도 많지 않습니다. 청년들의 과잉 학력만 양산하는 대학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이재갑=고졸 이하자의 구직 패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고졸 이하자의 취업자 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이 취업한 다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노동시장을 움직여다닙니다. 그만큼 좋은 직장에서 일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수가 많아서 32만명의 실업자 중 고졸 이하 실업자 수가 4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졸 이상자의 구직 패턴은 취업 준비 쪽으로만 쏠려 있습니다.
 

양준모=청년 고용의 문제는 일찍 노동시장에 진입해도 생애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에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개 고졸자보다는 대졸자가 돼서 취업하는 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간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지난 5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약 30퍼센트의 대학생이 휴학을 합니다. 1년 휴학을 하더라도 초기 노동시장 진입 시 고임금 직장을 잡겠다는 거죠. 삶의 뚜렷한 목표 없이 영어실력이다 학점이다, 스펙을 높인 학생들은 돈을 많이 주고 안정된 직장만 찾게 마련입니다. 중소기업을 추천하면 ‘내가 토익 9백50인데’ 하면서 기분 나빠해요. 스펙 쌓기 경쟁 속에서 눈만 높아진 거죠.









 

이규용=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때문에 인적 자원 축적이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 부분 궤도에 올라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주 뛰어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수한 대졸자를 채용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첫 직장을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생애 소득이 달라지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라고 권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양준모=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부분도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취업하는 데 무리하게 높은 조건을 요구하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선결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청년 고용을 고취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재갑=정부가 추진해온 청년 고용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전부터 해왔던 것과 최근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경제위기 이전부터 해온 것들은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미래산업 청년리더 육성사업, 글로벌 리더 양성사업, 대학 취업 지원사업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시적 사업으로는 공기업이나 행정기관, 중소기업 등에서 하고 있는 인턴제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인턴제 사업의 취지는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로 1, 2년 방치되면 평생에 걸쳐 생애 소득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힘든 시기에도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직업 경험도 쌓고 경력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청년 고용 대책 사업은 다른 OECD 국가들도 동일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규용=일반적인 경기 상황이라면 고용 촉진 장려금이나 직업 훈련을 통해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되면 민간 수요가 위축돼 이런 것들이 도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시적이긴 하지만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소득 지원을 해주는 단기적 임시 일자리인 인턴제를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양준모=인턴제 사업의 효과는 어떤가요.
 

이규용=이 중 정부가 1년간 지원하는 중소기업 인턴제가 대표적인 인턴십 제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잘 모릅니다. 어떤 기업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정보 자체가 없기에 가고자 하는 열망도 없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인턴제를 통해 구직자는 일하면서 그 기업에 대해 알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비용 절감이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거기다 인턴으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비율도 77.4퍼센트나 됩니다.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과 일할 사람을 구하는 중소기업의 매칭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그 외 행정인턴과 공기업인턴이 있는데, 행정인턴은 외부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냐는 건데, 행정인턴 경력을 가지고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본래의 목적에서 본다면 검토나 보완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준모=우리나라 경제시장은 글로벌 경제 속에 편입돼 치열한 국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 노동 인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청년 고용 정책들은 일회성이나 전시성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인턴제 같은 경우는 경제위기 시 실업을 잠시 멈추는 구실밖에 하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 필수적인 사업일 수 있지만 규격화된 평가 절차를 도입해 청년 고용 정책 사업의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고 없앨 부분은 없애는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주로 직업 훈련 등 인력 양성 사업에 투자를 높여 고용시장에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재갑=이번 청년 고용 대책과 관련해 각국 OECD 회원국에 권고된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3T 정책인데요. Timely, Temporary, Targeted가 그것입니다. 한마디로 ‘적시에 임시적으로 목표 대상’에만 집중해 고용정책을 펴자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번 청년 고용 정책은 경제위기가 끝나면 끝내야 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청년 고용 대책을 준비하면서 과거와 달리 평가 체계를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얼마나 지속해야 할지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내년엔 필요 없는 부분은 줄이고, 중소기업 인턴제나 직업훈련 제도처럼 효과적인 사업들은 좀 더 늘리도록 할 계획입니다.







 

양준모=앞으로의 청년 고용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이규용=고용과 경기 간에는 보통 함께 가느냐, 뒤따라가느냐 등 동행성과 후행성의 논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나아지면 고용도 나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경기와 고용 회복 사이에는 시차가 생깁니다. 그 시차가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는 이전에 일하고 있던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을 늘리고 일용직이나 계약직의 채용을 늘립니다. 그 다음에 정규직 채용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임시 고용직의 자리가 빠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청년층 역시 누적 계수가 많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나타나더라도 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기회복이 되더라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재갑=내년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잡으면 취업자가 금년보다 15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용 상황이 어려울 것 같고 내년 후반기나 돼야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내년 고용정책 예산 자체도 상반기에 집중될 예정입니다. 청년 고용 문제가 해결되려면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불균형 문제가 해소돼야 합니다. 기업, 정부, 청년, 노동단체, 대학 등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취업정보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내년에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정책을 집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좋은 일자리에 가려고만 하는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자리라는 건 굉장히 한정돼 있습니다. 작지만 알찬 기업에서 일을 시작해서 좀 더 나은 일자리로 경력을 쌓아가면서 이동하겠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청년 고용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양준모=무엇보다도 청년실업의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에 대학 사회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대학 취업률이나 졸업생의 임금을 추적 조사하고 대외적으로 발표하게 하는 거죠. 또한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채찍을 가해야 합니다. 연구하는 자세 없이 매년 똑같은 교재와 강의노트로 강단에 서는 교수들도 변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나 기업의 잡 셰어링 정책을 통해 일정 부분 신규 채용을 하거나 할당제가 도입돼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 부분까지 해결됐으면 합니다.
 

정리·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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