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암사동에 사는 김종섭(36) 씨는 요즘 세 살 난 딸아이를 차에 태울 때마다 꼼꼼하게 신경을 쓴다. 뒷좌석 양쪽 문 안쪽에는 쿠션을 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차에 태우고 외출할 때는 별 생각 없이 딸을 뒷좌석에 앉히고 마음대로 놀도록 했다.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깡충깡충 뛰거나 운전하는 아빠의 목에 매달리곤 했다.
김 씨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두 달 전 겪은 사고 때문이다. 도로를 주행하다 갑자기 끼어든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하마터면 아이를 잃을 뻔했다. 차가 미끄러지면서 뒷좌석에 서 있던 아이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튕겨져 나온 것. 아이는 이마에 찰과상을 입고 오른쪽 손가락이 골절됐다.
“사고가 나도 뒷좌석에 있으면 크게 안 다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제 아이가 사고를 당하니 ‘아차’ 싶더군요.”
그 후 김 씨는 아이에게 반드시 안전띠를 매게 한다. 답답하다는 아이와 얼마간 승강이를 하지만 결국 승자는 김 씨다. 아이도 이젠 아빠의 고집을 꺾기 힘들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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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의식은 이처럼 최근 들어서야 사고의 심각성을 서서히 깨닫는 수준에 와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발생률은 여전히 높다.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의 ‘2010 국가교통안전시행계획’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2.79명(전체 사망자 수는 5천8백3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관련 자료가 없는 멕시코를 제외하면 27위 수준이다. 2008년 사망자 수 2.86명(전체 5천8백70명)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전체 사망자 수가 32명 줄어드는 데 그쳐 5백70명을 줄이기로 한 당초의 목표는 무색하게 됐다.
도로 교통사고 건수는 21만5천8백22건에서 23만1천9백90건으로 오히려 7.5퍼센트 증가했다. 사망사고 발생 원인을 보면 과속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율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보다 21.5퍼센트 증가한 1백63명이 과속 사고로 사망했다. 노인 교통사고 역시 심각한 수준.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천8백26명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31.3퍼센트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5.1퍼센트(91명) 증가한 수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토해양부, 교통안전공단, 경찰청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 등의 안전대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운전자 관리·단속을 더욱 강화했고, 특히 어린이 등 ‘약자’ 사고 감소 대책을 적극 실천에 옮겼다.
또 11개 시도, 20개 지역에서 보행환경 조성 시범사업을 벌였으며, 보행자 중심 어린이 보호구역을 1천1백19개 신설했다. 교통안전공단에선 어린이용 안전의자(카시트) 보급사업도 펼쳤다.
사고 빈도가 높은 대중교통 및 화물 운수업체 운전자의 과속·난폭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000事 2020 프로젝트’ 등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1000事 2020 프로젝트는 교통사고 상위 운수업체(버스, 택시, 화물) 1천 개사와 교통안전 취약지점 1천 개소를 집중 관리해 사망자를 20퍼센트 이상 줄이자는 대책. 지난해 1년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해당 사망자 수가 42.9퍼센트(3백41명→1백56명) 줄어들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2012년까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를 1.3명까지 낮추기로 하고, 우선 올해는 2.4명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마련된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인 ▲보행자 및 대중교통 안전 ▲선진형 속도관리시스템 도입 및 인프라 구축 ▲교통안전 부문 기초질서 확립 ▲지자체 교통안전 활동 강화 ▲교통사고 응급의료체계 개선 등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다. 벌써 효과가 나타났다. 경찰청이 ‘교통사고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상습 교차로를 집중 단속한 결과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사고발생 건수가 34.9퍼센트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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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목표에 따른 세부 과제를 살펴보자. 우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최근 3년간 무단횡단 사고가 많이 발생한 지점에 방호울타리, 중앙분리대 등 안전시설이 집중 설치되고, 보행우선구역에선 보행자보다 차량운전자에게 더 큰 의무가 부과되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된다.
사업용 차량에는 디지털 운행기록계 장착이 의무화된다. 이미 지난해 12월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활용, 과속 등 운전자의 운전행태를 분석해 운전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교통안전법’이 개정됐다. 사업용 차량 운전자 중 사망이나 8주 이상 사고자는 6월 30일부터 체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도 더욱 강화했다.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을 때는 면허취득 제한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음주량에 따른 처벌 기준을 세분화하고, 상습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다시 딸 때는 차량에 시동잠금장치(호흡측정을 통해 음주가 확인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 것)를 설치하는 방안도 올해 안에 추진된다.
아울러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알리미’ 구간을 현행 20개소에서 1백10개소로 늘리고, 휴게소 사이가 먼 구간에는 간이휴게소와 비상주차대를 늘려 설치하기로 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도 대상 도로를 고속국도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확대해 의무화할 방침. 이렇게 대상 도로만 늘려도 연간 5백77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월부터 모든 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벨트 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008년 현재 3.95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같은 나라의 착용률은 80~89퍼센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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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부터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전 좌석 안전벨트 매기 범국민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안전띠 착용률은 2001~2002년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평균 73.1퍼센트에 머물고 있는 실정.
교통안전공단 이성신 안전기획처장은 “월드컵 캠페인 등으로 안전띠 착용률이 98퍼센트까지 달했던 2001~2002년엔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 대비 각각 21, 11퍼센트씩 감소했다”며 이 운동의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예방교육도 강화한다. 초등학생은 연간 1인당 4시간 이상 교통안전교육을 받게 하고, 안전 전문교사의 실습교육도 강화한다. 6세 미만 유아가 있는 저소득계층에게는 유아 보호용 장구(카시트)가 보급된다.
또한 노인들이 운전하는 차량에 부착하는 실버마크의 인지도를 높이고, 1종 운전면허를 소지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정기 적성검사 주기를 단축(7년→5년)할 계획이다.
철도·항공·선박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평소 철저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철도사고는 지난해 2백61건이 발생해 2008년보다 7.4퍼센트(2백82건) 감소했으나 사망자 수는 1백58명으로 전년보다 5명이 늘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큰 열차 충돌, 탈선,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고, 대부분 선로 무단통행, 승강장 사고, 선로상 자살이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도운전 관련 종사자의 자질 향상과 근무환경 개선, 철도 안전시설 정비 확충, 철도 차량의 안전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사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47개 역사에 설치하고, 선로변에는 25개의 울타리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경부선(풍세, 청당) 등 11개소에 철도 건널목을 입체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노후 차량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한국철도공사는 KTX-2 1백30량과 전기동차 1백20량을 새로 도입하며, 서울메트로도 노후 전동차 2백80량(2호선 10량, 3호선 2백70량)을 교체할 예정이다.
항공기 사고는 지난 10년간 43건 발생했다. 회전익 항공기(21건), 기타 소형항공기(16건), 운송용 항공기(6건) 순. 국적 정기항공사는 10년 연속 무사망사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는 조종사 과실이 73.5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따라서 정부는 조종사, 정비사의 과실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예방대책을 세워가고 있다. 우선 항공사에 대해선 지난 3월부터 회사별 운항 특성 및 안전 수준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안전감독제도’를 도입해 시범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 취항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의 안전관리도 엄격해진다. 취항 전 안전성 검증 프로토콜을 마련해 이 기준을 통과한 항공사만 취항을 허가한다. 취항한 후에도 항공사별 안전 수준에 따라 점검 방식을 차등 적용해 취약 항공사를 선별, 해당 항공사에 대해선 매월 1회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항공기의 성능과 고장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알려주는 ‘항공기 실시간 안전진단시스템(HUMS)’을 2013년까지 58억원을 투입해 개발할 계획도 밝혔다.
이 시스템은 항공기 엔진은 물론 동체, 주 날개, 꼬리 등 기체의 여러 부위에 대한 강도, 진동, 압력 변화를 모니터해 고장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바로 조종사에게 알려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준다.
해양 교통사고는 지난해 7백23건이 발생해 1백7명이 사망(실종 포함)했다. 해상 물동량 증가 등으로 사고 위험성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 정부는 사고 발생률이 특히 높은 연안해역 조업사고 예방을 위해 어업인들의 안전의식 제고, 기상악화 시 어선 대피 지도, 검사 미필어선 출입항 통제 등의 대책을 철저하게 이행하기로 했다.
또한 오는 8월부터 전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어선 통신망(SSB)을 설치해 어선에 대해서도 항행안전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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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