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첫 현충일 풍경

제목 없음 제목 없음






 

현충일인 지난 6월 6일 오전 6시 반, 국립대전현충원 내 ‘천안함 고 46용사 묘역’을 천안함 피격사건 전사자 유가족들이 다시 찾았다. 지난 4월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전 국민의 눈물 속에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 한 달 여 만이다.

내 아들을, 내 남편을, 내 아우, 내 형을 가슴에, 그리고 그들의 젊음만큼이나 푸른 풀 아래 묻고 맞은 첫 번째 현충일이다. 사방이 꽃이었지만 어머니는 묘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울 떨궜고, 아버지는 아들의 뺨인 양 묘비를 쓰다듬었다. 실감 나지 않는 남편의 묘비, 현실 같지 않은 형제의 묘비 앞에 서서 가슴 먹먹해하던 유가족들은 묘비 앞에 놓인 꽃이며 태극기들 사이에 놓인 유치원생들의 편지를 읽으며 천진난만한 글에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과일이며 과자를 묘비 앞에 놓고 유가족들이 슬픔에 젖은 가운데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7) 씨는 일본 로봇만화 건담의 프라모델을 선물로 내놓았다. 민 상사가 생전에 부대에서 조립한 것을 해군 2함대사령부로부터 유품으로 전달받은 것이다.
 

가족과 더불어 누구보다 그들의 생환을 기원했던 최원일(43·중령) 천안함 함장과 생존 장병 20여 명도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과 함께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제2연평해전 생존 장병 6명도 고 박경수 상사의 아버지 박종규(62) 씨 등 유족들과 만나 인사를 올렸다. 매년 현충일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조문해온 이들은 제2연평해전에 참가했던 박 상사의 묘비 앞에서 “올해도 함께 왔어야 할 자네가 왜 여기 누워 있느냐”며 침통해했다. 인근 장교묘역에 자리한 한주호 준위 묘지에는 해군특수전여단(UDT) 동기생이 보낸 조화 등이 한 준위의 고결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천안함 유가족과 생존 장병 외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참배객들로 붐빈 46용사 묘역은 대전현충원 내 어느 묘역보다 깨끗했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고 임재엽 중사 어머니 강금옥(56·대전 가양동) 씨가 매일 묘역을 청소하기 때문이다.

임 중사의 어머니는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현충원에 안장된 이후 매일 오전 이곳을 찾아 ‘46명 모두 내 아들’이란 마음으로 46개의 묘비를 일일이 닦아주고 있다. 임 중사 어머니는 특히 현충일 아침에는 더욱 서둘러 참배객이 오기 전 이른 새벽부터 묘비들을 닦고 꽃에 물을 줬다. 주변의 지저분한 쓰레기까지 치우고 나면 보통 2시간이 걸리지만 신성한 의식(儀式)과 같은 묘비 청소는 매일 이어진다.

고 문규석 상사의 매형인 박형준(38) 천안함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유가족 모두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다른 묘비를 돌보는 임 중사 어머니의 노고에 무척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오랫동안 실종자 수색과 인양, 장례 등을 지켜보며 일상을 버리고 슬픔에 매달려야 했다. 현충일을 맞아 가슴에 쌓인 슬픔을 다시 한 번 쏟아낸 유가족들은 오는 7월 4일 1백일 추모제를 끝으로 천안함 유가족협의회를 해산하게 된다.
 

해산에 앞서 유가족들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한마음으로 실종 병사들의 생환을 기도하고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은 국민들에 대해 감사를 잊지 않았다.

천안함 유가족협의회는 6월 11일 서울 대방동 해군회관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천안함 성금을 기탁한 31개 단체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 여러분의 진심어린 위로와 따뜻한 격려가 없었더라면 절망적인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해주셨기에 힘을 낼 수 있었고 천안함 46용사들을 편안히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국민 성금은 기탁하신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잘 관리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민 성금은 천안함 장병,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유가족에게 지원되는 위로금과 추모사업, 호국정신 선양사업, 기타 유족 지원사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대전현충원의 경우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어린 학생부터 청소년, 가족 단위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현충일을 앞둔 지난해 5월 대전현충원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모두 3천3백86명이었으나 올 5월에는 3천8백53명으로 4백67명(약 14퍼센트)이 늘었다.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학생, 군인, 시민들의 방문이 증가함에 따라 대전현충원은 방문객의 교통편의를 위해 무료 묘역순환차량인 ‘참배객 모시미(15인승)’의 운행을 6월 7일부터 ‘1시간 간격’에서 ‘30분 간격’으로 확대했다.





 

권율정 대전현충원장은 “참배객 모시미를 이용하는 많은 방문객들이 외지에서 오는 연로한 분들”이라며 “방문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교통체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은 지난 6월 6일 하루 1만2천2백38명의 관람객이 찾아 역대 현충일 관람객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994년 개관한 전쟁기념관의 현충일 관람객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의 1만1천8백56명이었다. 또 이날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학생 그림그리기 대회’에는 많은 가족 관람객들이 현충일의 의미를 기려 참가했다.

전쟁기념관 기획홍보부 이경환 문화홍보팀장은 “올해부터 대학입시에서 미술대회 수상경력이 제외돼 단체참가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며 “이에 따라 대회 참가자 수는 지난해(약 1천명)보다 적은 8백명가량이지만 이들 대부분이 오유가족협의회는 이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거쳐 북한의 천인공노할 만행임이 밝혀졌는데도 아직 일부에선 각종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이제는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소모적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가족협의회는 특히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천안함 46용사와 유가족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고의 재발 대비에 힘을 모으고 천안함 사고로 전우를 잃은 해군장병, 나아가 국군장병 모두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또 “군 당국과 함께 앞으로 세울 추모비, 추모공원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1백일 추모제 이후에는 지금의 유족협의회를 해산하는 대신 실무진을 다시 선발해 지속적으로 모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모임에 생존 장병 58명을 포함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이들 유가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슬픔을 줬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히려 순수하게 현충일의 의미를 살리고자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들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호국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된 전쟁기념관 그림그리기 대회 참가 학생들은 옥내외 전시실을 관람하고 느낀 것을 다양한 기법과 아이디어로 도화지에 표현했다. 이른 여름 더위를 피해 전쟁기념관 전시실 좌우 회랑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그림 가운데에는 참수리호 등 군함, 해군과 관련한 그림이 유독 많았다.

이날 전시실의 좌우 회랑에 도열한 추모비들 앞에 흰색 국화가 놓인 가운데 특히 천안함 추모비 앞에는 유독 많은 흰 국화가 놓여 있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온 부모들은 천안함 추모비를 찾아 가까이 놓인 향로에 향불을 피웠다.

아내,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전쟁기념관을 찾은 이주철(43·서울 노원구 월계동) 씨 가족도 경건한 표정으로 천안함 추모비 앞 향로에 향불을 피웠다. 이 씨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호국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 전쟁 기념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46용사와 함께 호국의 숭고한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항상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박경아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