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제가 사고 때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진 못할 겁니다.”
육군대학 전략학처 작전술 교관인 이종명 대령(육사 39기)은 10년 전 지뢰 사고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서 사고 당시 상황과 다시 마주쳐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결연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2000년 6월 27일 육군 전진부대 수색대대장이던 이 대령(당시 중령)은 보직 인수인계를 열흘 앞두고, 마지막으로 후임 대대장과 비무장지대 내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수색팀 병사들을 이끌고 정찰에 나섰다가 지뢰 사고로 두 다리와 오른손 손가락 세 개를 잃었다. 군사분계선 10여 미터 앞에서 대인 지뢰를 밟고 큰 부상을 입은 후임 대대장을 구조하다 자신도 지뢰를 밟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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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신성인의 군인정신을 발휘한 덕분에 연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대령은 함께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정찰하던 후임 대대장과 중대장이 첫 번째 지뢰 사고로 쓰러지자 사고 지점 30~40미터 후방의 안전지대에 대기하던 소대장과 병사들의 접근을 막았다. 자신도 파편상을 입었지만 침착한 태도로 소대장에게 병사 통제와 상부 보고, 헬기 구조 요청을 지시한 뒤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지점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부하들을 뒤로하고 홀로 후임 대대장을 구조해 나오려는 순간 그의 발밑에서도 지뢰가 터졌다. 그 상황에서도 이 대령은 병사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제지한 뒤 후임 대대장을 부축했다.
“후임 대대장을 부축하기 위해 손을 땅에 짚었는데 바로 고꾸라지는 겁니다. 손목 관절이 날아가버린 것 같았어요.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가야겠다 싶어서 결국은 팔꿈치로 기어나왔습니다.”
다리와 손이 날아간 응급 상황이었지만 이 대령은 끝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왔다. 사고 후 양쪽 발목을 잃고 오른쪽 무릎까지 절단 수술을 받은 이 대령은 사고 현장에 있던 병사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병원에 후송되기 전 병사들이 상처 보호를 잘해서 추가 응급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군의관으로부터 들었다”며 오히려 자신이 은혜를 입었다고 했다.
10년 전 자신의 선택이 후회스럽진 않을까. 그때 상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몸을 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천만에요. 제가 나서지 않았으면 또 몇 명의 부하가 더 다쳤을지도 모르죠. 만약 그랬다면 그 죄책감에 어찌 하루하루를 제대로 보냈겠습니까. 정상적인 생활은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또 그런 상황이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2004년 11월 고압 전선에 감전된 병사를 구하고 자신은 감전돼 순직한 고 김칠섭 중령(학군 30기·사고 당시 소령)도 살신성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극진한 부하 사랑을 목숨과 바꿨다.
사고는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대대전술훈련을 마친 통신병이 10.7미터 길이의 안테나를 지상에서 철거하려다 고압선에 안테나가 닿아 감전되면서 일어났다. 다행히 통신병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안테나선을 따라 흐른 고압 전류가 대대 상황실 텐트 내 무전기로 흘러들면서 이를 점검하던 또 다른 통신병도 감전됐다. 이때 무전기를 놓지 않고 몸을 떨고 있는 통신병을 본 김 중령은 부하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병사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손에서 장비를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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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압 전류가 김 중령에게 흘러 목숨을 잃었다. 통신병은 손가락 부상만 입는 데 그쳤지만 김 중령은 심장 부위에 2만3천 볼트의 강한 전기 충격을 받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김 중령이 근무했던 육군 12사단과 그를 배출한 동신대 학군단은 김 중령의 흉상을 제막해 매년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김 중령의 학군단 동기인 김명식 씨는 “학군 시절에도 후배들을 챙기는 일에 앞장섰고, 군 복무 때는 포용력이 남달라 병사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고 김 중령을 떠올렸다.
이 밖에 2006년 5월 5일 어린이날 기념 에어쇼를 펼치다 추락 위기에 처하자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 민가와 관람객 피해를 막기 위해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산화한 공군 제8전투비행단 고 김도현 소령, 2004년 동해상 심야훈련 중 높은 파도와 침수로부터 특수 선박을 끝까지 지키려다 참변을 당한 이기주, 양영식, 오길영 상사 등 4명의 해군 부사관들도 영원히 귀감이 될 평시의 용사들이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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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