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1월 3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복 매장에는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가장 먼저 옷 구매를 줄이고 특히 신사복은 경기지표로 불린다는 점에서 신사복 매장의 활기는 경기가 풀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마에스트로 신사복 매장 전희성 점장은 “올가을 매출이 지난해 가을보다 15퍼센트 이상 늘어났다”며 “경기에 따라 가장 먼저 줄고 가장 나중에 회복되는 남성복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이제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10월 남성의류 매출은 21.2퍼센트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의류 매출은 31.1퍼센트 증가했고 특히 신사정장의 경우 올해 가장 좋은 25.2퍼센트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남성의류 매출도 10퍼센트 늘어났다.
소비심리 회복은 남성의류뿐 아니라 다른 품목에서도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아웃도어 36퍼센트, 스포츠 33.5퍼센트, 식품 29.1퍼센트 등 10월에 전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퍼센트 매출이 늘었다. 이는 올해 집계된 월별 신장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도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퍼센트나 증가했다. 이 또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신장률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5퍼센트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이희준 영업기획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판매가 부진했던 의류, 가전, 가구 등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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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도 경기에 민감한 상품인 가전과 의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10월 25일까지 가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퍼센트, 의류 매출은 30퍼센트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가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6퍼센트, 의류 매출이 10.8퍼센트 늘었고, 롯데마트도 가전과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6퍼센트와 20퍼센트 증가했다.
이처럼 매장에서 보이는 소비심리 회복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한국은행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56개 도시 2천1백7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27일 발표한 ‘10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심리는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월보다 3포인트 오른 117을 나타냈다. 이는 2002년 1분기의 11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한국은행 통계조사팀 정귀연 과장은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수출·내수 부문의 개선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도 호전됐다”고 분석했다.
10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9월 및 3분기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서도 소비재판매액지수는 8월 대비 1.8퍼센트 증가했고, 지난해 9월 대비로는 6.7퍼센트가 늘어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승용차, 가전제품, 가구, 주택 등 내구재 소비는 26.5퍼센트로 가장 많이 늘었다. 특히 자동차 판매는 9월에 전년 동월 대비 65.8퍼센트 급증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노후 차량에 대한 세금 감면이 올해 말까지 실시되기 때문에 이 혜택을 보기 위해 자동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 소비도 9월에 전년 동월 대비 9퍼센트 늘어 경제위기 이후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경기에 민감한 내구재인 가구 판매액이 3퍼센트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07년 1월 이후 32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의복, 신발 및 가방, 취미오락용품 등 준내구재는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2.6퍼센트 늘어 지난해 8월 8.9퍼센트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특히 의복 소비는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9월 1.6퍼센트 증가했다는 점에서 소비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화장품과 식료품으로 대표되는 비내구재는 9월에 전년 동월보다 0.3퍼센트 늘었다. 수치는 미미하지만 지난 2월 8.4퍼센트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의약품과 화장품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1퍼센트와 9.3퍼센트 늘었다.
음식료품 소비는 의식주 가운데 회복 속도가 가장 더딘 편이다. 지난 2월 마이너스 15.3퍼센트까지 추락한 후 8월에 0.6퍼센트로 올라섰으나 9월에는 마이너스 0.1퍼센트로 주춤한 상태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월에 0.4퍼센트 상승하면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퍼센트 늘었다. 아파트 등 건축을 의미하는 건축 수주도 12.5퍼센트 증가했다. 9월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5만4천여 건으로 8월 5만45건에 비해 8.9퍼센트 늘었다. 이는 지난해 9월 2만5천여 건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의식주 소비는 회복세를 보고 있다.
통계청 김한식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는데 2분기 이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민들의 소비심리도 점차 살아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뿐 아니라 산업생산과 투자도 증가세다. 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0.2퍼센트로 15개월 만에 80퍼센트 수준으로 올라섰다. 서비스업 생산은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등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전월 대비 2.6퍼센트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2퍼센트 증가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또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 기계장비 등의 호조로 전월 대비 5.4퍼센트, 전년 동월 대비 11퍼센트 증가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늘어 전월 대비 18.8퍼센트, 전년 동월 대비 5.8퍼센트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간의 마이너스 늪에서 탈출하면서 소비와 생산에 이어 플러스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고용도 미약하지만 회복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11월 3일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10월의 실업급여 신규신청자는 6만7천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이는 올해 가장 높았던 1월의 12만8천명에 비해 47.7퍼센트가 감소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이호승 종합정책과장은 “9월 경제지표가 좋아졌으나 기간이 짧고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도 있어 경기회복을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추세로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연말, 연초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혜련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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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