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형태, 색채, 구조 등 생활공간이 사람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며 명백합니다. 따라서 공간환경 정책은 공간구조가 인간의 삶과 질, 인간 간의 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공공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은 단지 생활환경의 외관을 정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격과 심성을 바꾸고 사회 분위기까지 환기시킵니다. 한때는 끔찍한 범죄도시였던 미국 뉴욕이 범죄 단속 대신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1990년대에 범죄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일은 좋은 사례지요.”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 한민호 과장의 설명이다. 디자인공간문화과는 일상의 생활공간 자체를 문화공간으로 바꿔 국민으로 하여금 삶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느낄 수 있게 한다는 문화정책 패러다임에 맞춰 도시디자인, 특히 공공디자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철칙이 있다. 먼저 사업을 추진할 때는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 공공디자인은 주민 스스로 집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예쁘게 가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건축물이 지닌 전통적 가치와 원형을 살린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건축물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 고치는 일은 없다. 특히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일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자재를 신중히 사용하고, 건축을 고민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야만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디자인 정책으로 구도심 활성화, 예술창작벨트 조성, 옛 서울역사의 복합문화공간화,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경기침체 여파로 각박하고 메마른 전국 곳곳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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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에 사는 주부 김혜영 씨는 요즘 저녁마다 동성로에서 산책을 즐긴다. 집 근처의 동성로에 쉴 곳과 볼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산책 겸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년 전만 해도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전기시설이 많아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는데 그사이 환경이 쾌적해지고 분위기도 좋아져 지금은 매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도심 슬럼화를 막고 도시의 역사성과 고유한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으로 동성로가 ‘걷고 싶은 거리’로 변모했다. 대구시와 (사)한국건축가협회가 추진해온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의 1차 구간은 지난 7월 완공됐다.
대우빌딩∼대구백화점∼동성5길을 잇는 7백60미터 구간에 상설 야외무대와 광장, 바닥분수 등이 조성됐다. 보도블록도 모두 교체됐다.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목백합과 대왕참나무 등 41그루가, 노점상이 있던 곳에는 가로등과 벤치가 들어섰다. 옛 읍성이 있던 자리에는 울퉁불퉁한 장대석을 1.5미터 폭으로 이어놓았다.
2차 구간(동성5길∼중앙치안센터∼통신골목 간 5백40미터) 사업은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구간에는 바닥분수와 벤치 등이 들어선다. 총 43억원을 들여 2008년 8월 착공한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심재생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로도 간판 정비 및 가로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되살아났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이 사업으로 광복로의 일부 도로가 화강석으로 바뀌고, 여유 있는 보행로도 확보됐다.
또 거리 곳곳에 공연장이 만들어져 시민 누구나 문화공연을 열거나 즐길 수 있게 됐다. 간판도 색상을 구역별로 통일하고 아기자기한 글자체와 그림을 이용해 아름답게 꾸몄다. 덕분에 주말이면 이 일대가 ‘차 없는 거리’로 변해 사람들이 넘쳐날 뿐 아니라 대학 동아리와 지역 예술가들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원 영월군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간판문화 개선사업을 실시해 상권 및 관광 활성화를 이뤘다. 안양시 만안구도 공공디자인 시범도시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안양시는 지역 특성을 살린 시범디자인 거리를 조성해 시민의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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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에서는 30년 동안 화강암을 캔 뒤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버려진 채석장이 ‘포천아트밸리’라는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포천시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2004년부터 폐석산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문화관광시설을 조성했다. 화강암을 이용한 조각공원과 돌문화 전시장, 공연장을 만들고 아트밸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도 마련했다.
관람객을 위해 아트밸리 입구와 천주산 정상을 오가는 4백20미터 길이의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또한 높이 40∼50미터의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절벽과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 사이로 지하수와 빗물이 흘러들면서 만들어진 7천여 제곱미터 크기의 자연호수인 ‘천주호’는 비경을 이룬다.
10월 24일 포천아트밸리 개장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이곳을 찾은 주부 박정남 씨는 “아이들과 모노레일도 타고 조각공원과 호수도 감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웅장하게 둘러싸인 절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호수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포천아트밸리는 2011년까지 문화예술 창작벨트로 조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년 전 이곳을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3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연면적 1천2백 제곱미터 규모의 교육전시센터와 문화예술 카페가 들어서게 된다. 포천아트밸리는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됐던 경기 북부지역의 국제적 문화예술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밖에도 전북 군산시 내항, 전남 신안군 염전, 대구광역시 KT&G 연초제조창, 충남 아산시 폐철도 등 근대 산업유산을 지역문화와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는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을 지자체와 함께 벌이고 있다.
군산시는 군산 내항 일원의 나가사키18은행과 조선은행 등에 전시장과 공연시설, 체험 및 창작공간을 조성해 기업메세나(1사 1문화공간 사업) 운동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안군은 1953년에 조성된 전국 최초의 천일염전인 ‘태양염전’과 소금창고에 소금 테마 체험장, 염생식물관찰원, 전시·공연 공간을 만들어 염전 체험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1999년 폐쇄된 KT&G 연초제조창 창고에 창작카페, 아트숍, 예술자료관, 공연장, 강당, 창작실 등을 꾸며 기획전시, 다목적 공연, 예술교육을 벌이고 시민예술가를 키우는 ‘문화창조발전소’를 조성할 예정이다. 아산시는 구 장항선 간이역인 도고온천역과 온양온천역 사이의 폐철도와 역사에 미술전시 공간과 공연장, 공연연습실, 무대미술제작소를 마련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아카데미를 운영할 방침이다.
50퍼센트의 국고 보조로 올해부터 2011년까지 추진하는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은 근대 산업유산의 리모델링과 경관 정비 등을 통한 문화공간 조성, 지역별로 특화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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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286호인 옛 서울역사의 외관과 내부 모두를 1925년 처음 세워질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공사가 지난 8월 초부터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약 2백억원을 투입해 옛 서울역사의 복원 및 복합문화공간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 본관건물(사적 280호)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건축미가 가장 뛰어난 건물로 알려진 서울역사는 1922년 6월 착공돼 1925년 9월 준공됐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총면적은 8천2백16제곱미터에 이른다. 중앙 건물 지붕에 얹은 타원형 돔과 창문, 마감재 종류와 색상을 이원화한 외벽이 르네상스 양식의 우아하고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번 공사를 통해 현재 일부 변형된 부분은 원래대로 되살아나고, 약화된 부분은 탄탄해진다. 서울역사 남쪽 지반에 대한 골조보강 공사도 진행된다. 중앙 건물 지붕은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현재의 콘크리트에서 동판(銅板)으로 재질이 바뀐다. 공사가 완료되는 2011년 3월 옛 서울역사는 쇼핑, 관광, 전시, 공연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5백95제곱미터 규모의 1층 중앙홀은 공연, 전시, 콘서트 등을 위한 다목적홀로 연출된다. 대합실과 부역장실, 부속실 등 5백19제곱미터 공간에는 근대문화역사관을 조성해 서울역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상설전시관으로 활용한다. 이 밖의 공간은 소규모 전시공연장, 세미나실, 야외 카페 등으로 꾸며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역사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해 사진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1백71미터 길이의 이 가림막에는 1900년 이후 지금까지 서울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 자료 70여 장이 전시돼 있다.
1900년 남대문 정거장의 모습부터 1925년 서울역사 신축 장면, 1928년 경성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한 무용수 최승희와 그 일행, 8·15광복 직후 서울역 앞에서 환호하는 시민들, 1950년대 상경한 승객에게 방역용 살충제인 DDT를 뿌리는 모습, 1980년 5월 서울역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장면 등 하나같이 가로세로 길이가 1미터 내외인 대형 사진들이다.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를 거쳐 오늘날 KTX에 이르기까지 철도의 발전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림막을 활용한 사진전을 관람한 오명철(76) 씨는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림막 곳곳에는 투명한 아크릴판을 설치해 시민들이 공사 진행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 이용욱 주무관은 “향후 공사 기간에도 문화재 전문가가 안내하는 공사 현장 공개관람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한 여건에서 공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옛 서울역사 근처의 노숙인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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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고양시 탄현동 호곡중학교에 학생들의 문화공간인 ‘공감터’가 개관했다. 호곡중학교는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의 대상 학교로 선정돼 공감터를 마련하게 됐다. 이전에는 그저 썰렁한 학교 건물의 사각지대에 지나지 않던 공감터는 정부의 지원과 학교의 개선 노력에 힘입어 학생들의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2학년 이지연 양은 “예전에는 아이들이 잘 찾지 않았는데 이제는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최복점 교장은 “정부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 공부한 건축 디자이너가 설계했는데, 자연을 벗삼아 휴식하기 좋은 구조여서 학생들의 정서적 공감과 소통을 도모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금은 이곳에서 학생들의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 인근 주민들까지 구경하러 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전북 전주시 양지중학교는 진입로와 외곽을 야외 갤러리처럼 꾸미고, 로비와 복도와 여유교실을 문화카페로 만들었다. 또 화장실도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후 양지중학교는 학교폭력이 절반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학교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학생들도 밝고 침착해지는 등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은 이처럼 학교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 창의성과 학습효과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용 주체인 학생과 교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기업의 동참을 유도해 일상생활 공간의 문화적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시도교육청을 통해 대상 학교를 선정해 빈 교실, 화장실 등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컨설팅 및 시공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주 양지중학교를 비롯해 서울 대왕중학교, 경기 화성 장명초등학교, 경북 영주 남산초등학교, 경남 밀양 무안중학교 등 5개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고양 호곡중학교와 서울 용곡중학교, 부산 구화학교, 대구 명덕초등학교, 안양 신성중학교, 이천 한국도예고등학교, 충북 제천 동중학교, 전북 전주 중앙초등학교, 경북 김천 다수초등학교, 경남 거창 샛별중학교 등 10개교가 대상 학교로 뽑혔다. 각 학교는 5천만원의 시공비와 컨설팅을 지원받는 혜택을 누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학교 규모에 맞춰 시공비를 차등 지원할 방침이다.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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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