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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1101호

르포 - 서울디자인올림픽 현장을 가다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서울 잠실주경기장 앞. 파란 하늘 아래로 서울시의 상징 조형물인 해치가 햇살에 반짝거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멀리서도 반짝이는 해치의 비밀이 드러났다. 길거리에 버려진 페트병 3천 개를 모아 ‘Recycling Haechi’라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해치를 본 사람들은 “재활용 페트병을 모아 디자인하니 멋진 작품이 됐다”며 입을 모았다.
 

환경을 생각하고 경관을 고려한 이런 디자인들은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호돌이 계단을 넘어 잠실주경기장 입구로 들어서자 수많은 전시가 한눈에 보였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것은 하늘에 펄럭이는 1천4백여 개의 하얀 비닐들이었다. ‘디자인 하늘(i-sky)’이라 불리는 이 조형물은 철제에 매달아놓은 비닐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산세와 지형을 상징한다고 한다.
 

주경기장 한가운데에서 펄럭이는 ‘디자인 하늘’을 바라보다 자연스레 관중석에 꾸며진 친환경 전시장으로 눈이 쏠렸다. 서울시 25개의 자치구가 ‘녹색과 환경’을 주제로 각 구에 맞는 콘셉트에 따라 전시한 것이다. 용산구는 폐전자부품을 활용해 만든 로봇으로, 성동구는 세계 유명 친환경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을 인쇄한 티셔츠 등을 꾸며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각 구의 전시를 훑어보면서 눈에 띈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한국여행을 왔다는 중국인 류신(23) 씨는 “디자인올림픽에 와 보니 한국이 디자인 강국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신 씨는 “특히 즐겁게 본 전시들은 저 아래 있다”며 초록 운동장 위에 서 있는 두 개의 에어돔을 가리켰다.

 


 

에어돔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디자인장터전, 2009 월드디자인마켓 서울, 인덱스 어워드 2009 특별전 등이었다. 현장 안내를 돕는 권성혜(25) 씨는 “재기 넘치는 디자이너 작품을 직접 살 수 있는 ‘2009 월드디자인마켓 서울’과 서울의 미래를 직접 체험하고 엿볼 수 있는 ‘서울미래비전’이 가장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월드디자인마켓 서울은 전문 디자이너와 일반 시민이 함께하는 ‘마트’ 형식의 전시다. 링거처럼 만들어진 램프, 비닐이나 종이로 만든 코사지 등 아이디어 물품을 직접 만든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며 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전시가 마련된 에어돔 안을 바쁘게 오가며 생활 속 디자인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서울미래비전’에서만큼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이유는 ‘자전거 타고 서울 보기’ 코너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자전거가 장착된 의자에 앉아 3D 영상을 보면 실제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미래의 서울을 한 바퀴 도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전거 체험을 한 대학생 유미진(23) 씨는 “서울이 정말 영상처럼 바뀐다면 얼마나 멋있고 좋을지 상상이 안 간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디자인 서울’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10월 9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는 국제디자인연맹(IDA)이 서울을 2010년 세계 디자인수도(WDC)로 선정한 것을 기념하며 일상 속 디자인의 중요성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번 올림픽은 지난해와 다르게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을 기점으로 한강 공원,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시에 열렸으며 전시회뿐만 아니라 컨퍼런스, 공모전 등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마련됐다.

 


 

서울디자인올림픽 곳곳에는 앞으로 디자인의 핵심 인물이 될 초중고교생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래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힌 이선영(11) 양은 “디자인은 삶을 좀 더 편하게 바꿔주는 삶의 지혜 같다”며 “남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운 물통, ‘큐드럼’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조효진(17) 양은 “잠실종합운동장 역 간판을 의자로 만든 아이디어처럼 디자인은 생활에서 조금만 변형시키면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백50만 명의 내·외국인이 찾은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 이번 행사를 통해 ‘i Design,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란 슬로건처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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