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처참하고 참담했다. 선체를 감싸고 있던 외벽은 떨어져나가고 온통 헝클어진 전선과 케이블이 제멋대로 뒤엉켜 있었다. 강철판은 휴지조각처럼 꺾여 있었다. 5월 1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지난 3월 26일 북한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의 절단면이 사건 발생 55일 만에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첫눈에 들어온 천안함의 정면 모습은 길이 88미터에 너비 10미터, 높이 23미터의 웅장함 그대로였다. 뱃머리에 새겨진 772라는 숫자가 이 함정이 바로 천안함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걸음을 몇 발자국 옆으로 옮기자 처참한 절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간이 해군 초계함 천안함 승조원들이 머물던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피격 당시의 현장이 연상돼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절단면 사이로 드러난 내벽과 선실의 모습도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선실 바닥이 있어야 할 곳은 허공이었다. 선실 내벽과 직각을 이뤄야 할 바닥은 종잇장처럼 휘어져 선실 내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마치 휴지조각처럼 휘어지고 접혀 있는 각종 보강재들은 사고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이 천안함을 강타했는지 보여줬다.
선체의 하부를 이루고 있는 강철판이 휘어지고 뜯겨진 모습은 그동안 제기됐던 내부 폭발 등 각종 논란을 일축하고 외부 폭발임을 확신하기에 충분했다. 천안함의 왼쪽 하부는 선체 외벽이 안으로 꺾여 들어와 있었다. 함체의 아주 넓고 큰 철판이 급격한 각도로 내부로 휘어진 모습은 선체 왼쪽 아래에서 아주 강한 외부 충격이 있었음을 입증했다.
또 절단면에 늘어져 있는 수백, 수천 가닥의 전선과 케이블 뭉치들은 찢기고 끊겨 있었지만, 이들을 감싸고 있는 비닐 피복은 녹거나 그을린 자국 없이 깨끗했다. 함수에서 33미터 떨어진 선체의 오른쪽 측면은 주변부와 달리 함체 외벽이 안으로 조금씩 둥그렇게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어뢰가 선체 부근에서 폭발하면서 생긴 충격파에 의해 강철로 만든 외벽이 안으로 밀려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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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천안함은 그동안 끝없이 제기됐던 암초에 의한 좌초설이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었음을 증명했다. 뱃머리부터 꼬리까지 함체의 바닥은 인양을 위해 체인을 연결했던 부분을 제외하고는 손상된 곳 없이 깨끗했다. 함미 하부 끝부분에 달린 스크루의 상태 역시 인양 도중 훼손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해저에서 긁힌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절단면 공개 현장에 참석한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천안함 선체 하단에서 안으로 엄청나게 큰 각도로 위쪽으로 휘어졌다”면서 “이것을 보고 암초 충돌이나 선체피로로 인한 파괴라고는 더 이상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글·채현식(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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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