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홀몸노인이 수화기만 들면 전화가 걸리는 전화기가 있습니까? 뉴스에서 봤는데 전화기만 들면 자동으로 연결돼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외국인 친구가 부당한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난해 가을에 사채를 썼어요. 원금 1천6백만원을 빌리고 이자만 4천만원 넘게 지불했습니다. 그런데도 원금을 갚지 않는다고 매일처럼 전화해서 심한 욕을 합니다. 가게로 찾아와 협박도 하고요. 제가 여기로 전화한 걸 알면 매장당할 수도 있어요.”
하루에만 6천 통.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부 대표 민원전화 110콜센터엔 이처럼 갖가지 민원을 호소하는 전화벨이 끊이지 않는다. 110콜센터에 이처럼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것은 3백17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업무를 통합 상담 안내하는 ‘정부 대표’ 콜센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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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여권 발급처럼 자주 물어보는 민원은 바로 해결해드릴 수 있는데, 사연이 길어지는 복잡한 민원들은 그렇지 못해요. 일단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는지 귀 기울여 들은 뒤 해당 부처나 과에 문의해 다시 연락을 드리죠.”
2007년 110콜센터 개소 때부터 일해온 전문상담사 임민정(28) 씨는 하루 9시간씩 수십 명의 민원인들을 응대하면서도 지친 내색이 없다. 오히려 국민의 도우미가 됐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크다.
“최근 제 아버지 또래의 민원인이 2년 전 받지 못한 임금 체불 문제로 문의하신 게 생각나네요. ‘계속 당하고 있는 것만 같고 내가 무지해서 알아보지도 못해 정말 답답했는데 열심히 들어주고, 또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어요.”
1백16명의 110콜센터 전문상담사들은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한 후 민원인에게 가장 적합한 정부 부처 및 해당 기관으로 여러 번의 중계를 거친 뒤 해결책을 찾아낸다.
임 씨는 “개개인의 서로 다른 상황에 맞춰 이를 서민정책과 연결하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110콜센터는 이런 서민과 정부를 이어주는 ‘소통의 징검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앞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초등학생부터 ‘무료 양로원을 소개해달라’는 82세 홀몸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난 3년간 전국에서 4백90만명이 110콜센터에 생활 민원과 정부 업무에 대해 문의했다. 정책 제안이나 제도 개선 건의도 많다. ‘게임 사이트에서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매매하는 일은 불법을 부추기는 행위이므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등 귀담아 들을 만한 정책 제안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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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콜센터 안효수 기획담당관은 “주민등록증 제3자 교부 시 문자메시지 통보,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제안된 내용 중 일부는 제도 개선 참고 항목으로 채택돼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민들의 작은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데는 ‘국민신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범정부 온라인 민원접수 창구로 불리는 국민신문고는 우리나라 모든 행정기관의 민원 시스템이 통합 연계된 홈페이지로 정부에 대한 모든 민원, 국민 제안, 정책토론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올해 4월 말 현재 3만5천5백6건의 신청 민원 중 32.9퍼센트가 국민 제안으로 집계됐다. 그중 2백13건의 제안이 채택돼 정책화 단계를 밟고 있다.
국민들의 불편함을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이동신문고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졌다. 지난해 28개 지역에서 실시돼 2백70여 건의 민원 접수와 2백40여 건의 현장 합의, 1천여 건의 상담 안내 등 총 1천5백 건의 상담 실적을 거뒀다. 올해 1월 전북 익산, 김제, 진안을 시작으로 지난 4월 강원 횡성, 태백, 정선, 영월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민원 해결 사례는 2004년 기능 조정으로 폐쇄된 KBS 영월방송국이 국민권익위원회의 현지 중재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활동과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
KBS 영월방송국은 영화 <라디오스타>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간 영월군청과 KBS 간의 의견 차이로 폐쇄 이후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현장 행정활동을 주축으로 하루 한 곳 민원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1일 1현장’ 원칙도 실천하고 있다. 최근 철도와 방음벽으로 30년간 갇혀 있던 전북 전주의 행치마을에 통행교량을 설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1일 1현장은 올해 간부 직원의 현장 확인을 5백 회 이상 늘려 국민의 고충과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나갈 예정이다.
글·김민지 기자
110 정부 민원안내 콜센터 110.go.kr
국민신문고 epeople.go.kr
국민권익위원회 acr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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