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수지 킴 씨는 올해 44살의 혼혈 여성이다. 미군이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혼혈이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 그녀는 거기서 초등학교를 마쳤다. 그녀의 삶은 다른 다수의 혼혈 여성과 마찬가지로 순탄치 못했다. 아버지는 군복무를 마치자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어머니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더 참을 수 없던 것은 항상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그녀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인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혼혈인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못했다. 길을 걸어다니면서도 노골적인 인종 비하성 얘기를 접해야 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친한 친구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러고는 비슷한 처지의 혼혈아들과 몰려다니며 좋지 않은 짓도 했다. 보다 못한 외할머니는 그녀를 미국인 가정에 입양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1979년 미국으로 보내진 후 근 30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됐다.
그녀는 “미국에 처음 간 후에는 한국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게 추억이 돼 고향 땅을 다시 찾게 됐노라”고 회한처럼 말했다.
수지 킴 씨의 경우처럼 피부색이 달라 고통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해외 이주민이 정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런 구태도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게 상당수 사람들의 생각이다.
체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제조업체들의 노동인력은 동남아시아나 구소련연방 출신들로 채워진다. 일부 농촌지역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들과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고 최근 들어서는 남미에서 넘어온 예술가들도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체류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한국 정착 외국인에 대한 지원정책도 체계화되고 발전되고 있다.
법무부 체류정책과의 최남일 씨는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법을 지키는 사람에겐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엄격히 법을 집행하는 쪽으로 외국인 관련 법이 손질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욱 반가운 것은 한국의 개방화 정책에 대한 외국의 평가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엔 미국의 이민정책연구소(MPI)가 선정한 10대 뉴스에 한국의 이민정책이 소개되는가 하면 실제로 체류 외국인에 대한 지원책은 조금씩 관용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부처별로 재한 외국인, 나아가 다문화 가정의 정착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현재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6개 부처와 산하기관의 지원 속에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가 출입국관리, 사회정착 등에 관한 정책을 집행하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노동부는 고용허가와 직업상담, 보건복지가족부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지원사업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여성부는 이주여성 긴급전화센터를 운영하는 등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등 인권 피해 등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주 외국인이 다문화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문화정책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문화 정책의 컨트롤 타워 법무부
법무부는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를 비롯한 정착에 필요한 법체계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으로 재한 외국인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출입국관리법, 체재외국인 관리지침을 통해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등 한국 정착 외국인들을 위한 정책들도 법무부의 머리에서 나온다.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구축 사업과 고충상담 사업이다.
법무부 사회통합과 길강묵 사무관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 등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배우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언어, 문화, 경제, 사회적 편견 등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며 “이에 따라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등 정주 외국인의 조기 사회적응을 위해 전국 14개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국가별 네트워크를 구축,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결혼이민자에 대한 체계적인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 사회 조기적응 및 정착지원을 통한 사회통합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지난해에만 14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형성된 결혼이민자 인적 네트워크는 1만4860명에 달하고 있으며 결혼이민자 대표 211명, 명예출입국관리공무원 110명이 위촉돼 활동을 벌였다.
법무부는 올해에는 국가별, 지역별 결혼이민자 대표를 선정하는 등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간담회, 설명회, 만남의 장 등을 마련, 재한 외국인 사회통합 시책을 더욱 곤고히 할 방침이다.
또한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응 고충상담 목표 건수도 올해에는 4722건으로 늘려 잡았다.
고충상담 사업은 결혼이민자들이 고충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키 위해 실시되고 있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고충상담은 지난해에만 4399건에 이를 정도로 재한 외국인들에게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앞으로 고충상담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전국 11개 지역에서 오는 10월까지 정부합동 고충상담을 실시하고 상담자의 편의를 위해 주말과 소외지역인 농촌상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여성전문가를 집중 배치해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고충상담을 실시하고 취업,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외국인 근로자 노동분야와 유학생 학교생활 상담, 보건 및 의료 상담, 한국어 교육 상담 등 맞춤형 고충상담도 실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가족부, 다문화 가정 지원에 올인
보건복지가족부는 결혼이민자 가족 지원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우선 결혼이민자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관계 증진을 위해 추진하는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사업의 올 예산이 작년보다 무려 7배가량 늘어난다. 이에 따라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가 작년 38개소에서 80개소로 확충되며 결혼이민자 방문교육 사업비가 지난해 23억원에서 올해는 182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찾아가는 한글교육 및 아동양육지원 사업이 대폭 강화된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농어촌지역 등 상대적으로 이민자 가족 지원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결혼이민자가 입국단계부터 결혼, 자녀양육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한국어·가족·문화이해 교육, 자녀양육 지원, 가족관계 상담, 배우자 교육, 멘토링 및 후원가족 매칭 등을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실시한다.

특히 올 사업 중 ‘찾아가는 한글교육 서비스’, ‘찾아가는 아동양육지원 서비스’ 등 방문교육사업 추진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현장 방문사업은 이주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데 한글교육에는 6000명, 아동교육에는 1만여명이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생활정보 제공과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생활을 위한 결혼이민자 한국 생활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있다.
문화부, 다문화 사회의 문화정책 기반 조성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실질적인 문화정책 기반 조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지난해 11월 전담요원 5명으로 구성된 다문화정책팀을 신설했다. 다문화정책팀에서는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 문화체험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왔는데, 앞으로는 보다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다문화 정책을 펴게 된다.
먼저 문화부는 기존의 차별 배제, 동화주의 입장을 넘어 문화 다원주의에 입각한 문화다양성 존중과 문화향유권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 관련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주민 문화 전용공간 확충 등 지역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와 함께 이주민의 한국 문화 조기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은 내국인과 이미 한국 사회에 적응한 해외 이주민을 문화 멘토로 활용하는 한편 이주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는 ‘다문화정보 포털사이트’도 구축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특히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자문회의를 통해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우리 사회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다문화 정책을 적극 시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 구하세요? 노동부에 맡기세요
노동부는 외국인 고용에 필요한 관련 법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노동부는 3D 업종 등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을 위해 고용허가제를 시행 중이다.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체계도 구축하는 이점이 있다. 현재 고용인원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매년 국내 인력수급 동향과 연계한 적정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 및 업종, 송출 국가 등을 결정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취업기간 3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취업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재고용할 수 있다. 단 체류기간 만료일 전까지 사용종속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재고용 신청가능기간도 확대돼 체류기간 만료일 90일 전부터 체류기간 만료일 전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고용허가제에서는 또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체결 시 반드시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했다. 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 신탁 등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해 외국인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론 금지되지만 사업체의 휴·폐업, 사용자의 근로계약해지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3회에 한해 다른 사업장으로 이적을 허용하는 융통성을 부여했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들도 국내법에 따라 권익이 보호된다는 사실은 외국인 노동자나 국내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관계법에 따른 산재보험, 최저임금, 노동3권 등 기본적인 권익을 외국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받게 돼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들이 아직도 넘쳐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여성 폭력, 여성부가 책임집니다
여성부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정부에서 관할하던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사업 대부분을 보건복지가족부에 넘겨줬지만 이주여성 긴급전화를 운영하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으로부터 이주여성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주여성 긴급전화 1366’은 지난 2006년 7월 한국 사회에 이주해 있는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피해 예방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같은 해 10월 전용상담전화 ‘1577-1366’으로 개편된 이후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1366’은 베트남어·중국어·영어·러시아어·몽골어·태국어 등이 가능한 상담원이 배치돼 365일 상담에 임하고 있으며 모든 상담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신원이 보장된다.
상담의 종류는 ‘체류상담’, ‘여성상담’, ‘노동상담’ 등 3가지다. 또한 올해부터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남성을 대상으로 다문화와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 등 인권의식 고양을 위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이주여성 폭력피해자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전문통역상담원을 양성·배치할 계획이다.
| 다문화축제 홍보대사 박미선 씨 인터뷰
“다문화 가족도 정겨운 우리의 이웃”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글 | 이상택 기자 “피부, 언어, 인종이 다르다고 배타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선입견도 없어져야 하구요. 무엇보다 그들도 우리 이웃이라는 생각을 우리 스스로가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올해의 ‘다문화축제’ 홍보대사로 최근 위촉된 방송인 박미선(41) 씨는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좀 더 따뜻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지난 2006년부터 KBS 1TV의 ‘러브 인 아시아’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주민의 삶을 따뜻하고 열린 시선으로 담아내 시청자들로부터 ‘감동의 전령사’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박씨는 “홍보대사로 위촉돼 영광”이라며 “더 열심히 하란 의미로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는 5월 11일 개최되는 다문화축제에 초대되는 등 앞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며 특히 그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러브 인 아시아’를 진행하기 전에는 사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이 없었어요. 솔직히 남의 일 같았구요. 하지만 프로를 진행하면서 그들과 대화도 나눠보고 실제로 부딪쳐 보니 우리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구요.” ‘러브 인 아시아’를 3년째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너무 많이 울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 초 방송된 러시아 입양소녀의 사연을 소개할 때는 한편으론 감동스럽고 한편으론 안타까워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러시아에서 너무 못살아 국내에 입양된 소녀의 사연이 소개되는데 러시아 엄마가 울면서 자신이 우는 건 슬퍼서가 아니라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와락 쏟아지더라구요. 아마 저도 한 가정의 딸이자 엄마여서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가 잘살고 있는지 가끔 생각이 나요.” 그러면서 그녀는 다문화 가족들을 만나면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해외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부터 고쳐야 할 것 같아요. 그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니만큼 함께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말만 잘해도 사회 적응이 빠르던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과 문화 등을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많이 생겨 함께 동화하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해요.” 프로그램을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러브 인 아시아’만큼은 꼭 계속 진행하고 싶다는 박미선 씨. 그녀와 인터뷰하면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종, 문화, 종교와 상관없이 다문화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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