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사 없이 동작과 표정으로 표현할 때는 평상시보다 조금 과장되게 해야 돼. 자, 더 극적인 모습을 만들어보자.”
10월 13일 서울 용산구의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창의재량수업시간. 한 면이 거울로 돼 있고 조명까지 갖춘 연극전용교실에서 예술강사 문지영(42) 씨가 학생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연극배우인 문 씨는 이 학교 1학년 12개 반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연극을 가르친다.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뮤지컬단을 비롯한 여러 극단에서 활동했던 문 씨는 2002년 예술강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린인터넷고와 인연을 맺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기 위해 초중고교와 사회복지시설에 예술가를 파견하고 기자재와 현장 체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간당 4만원씩 받는 강의료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돼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극, 국악, 영화, 무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4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공예, 사진, 디자인까지 분야가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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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가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연극인들의 경우 1년에 잘해야 2, 3편 작업을 하는데 출연료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수입이 형편없거든요.”
초창기에는 예술강사가 직업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문 씨는 강사 연수가 끝나자마자 ‘연극교육강사협의회’를 조직했을 정도로 확신이 있었다. 영국에 갔을 때 초등학교 아이들이 연극강사의 지도로 <햄릿>을 공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원을 받음으로써 예술 발전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고,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므로 예술가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에 연수를 가서 보니 우리의 예술교육이 결코 미국보다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통한 창의교육을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예술강사를 양성하는 러닝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는 문 씨는 예술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연극을 통해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한다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연극이야말로 자신감, 발표력, 창의력을 길러주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교육 보드게임 ‘리치에셋’을 개발한 고명(37) 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1인 창조기업’ 지원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있다.
콘텐츠 1인 창조기업 지원은 전문기술이나 자본이 없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독특한 콘텐츠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난 4월 고 씨의 ‘리치에셋’을 비롯해 37개 아이디어가 선정되어 콘텐츠 제작 및 기술 개발, 저작권 등록 및 거래, 시장조사, 창업교육, 마케팅 및 유통 등 일련의 사업화 과정을 지원받게 됐다.
그동안 창업지원이 정보기술(IT)이나 신기술 등에 치중되고 사업자나 법인이 대상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누구든 아이디어를 문화상품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보스턴컨설팅회사그룹에서 일했던 고 씨는 2000년 벤처 바람이 불 때 온라인게임 회사를 차렸다가 망한 경험이 있다. ‘묻지마 투자’가 만연했던 시절, 외형에만 신경 썼지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큰 빚을 지고 절망하다 생명보험회사에 들어가 재무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빚을 해결한 그는 재무컨설팅의 경험을 살려 금융교육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작은 물건을 살 때는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이 자산 투자는 정확한 지식 없이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하더군요. 금융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금융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제가 잘할 수 있는 게임을 생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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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금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만들 수 있는 보드게임을 선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게임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4년 동안 전 세계의 2백여 가지 보드게임을 연구한 후 바둑, 블루마블, 모노폴리, 마작, 라이프게임, 트레이닝카드게임 등을 결합해 만든 것이 ‘리치에셋’이다. ‘리치에셋’은 은행, 채권, 주식, 땅, 건물, 사업 6개 분야에 간접투자를 함으로써 자산을 획득하면서 결혼, 주택 구입, 자녀 교육, 노후 대비 등 인생의 목표를 실현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투자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운용하는 기본적인 노하우가 게임 속에 다 들어 있다는 게 고 씨의 설명이다.
‘리치에셋’으로 고 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1인 창조기업으로 선정돼 2천만원의 자금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8월에는 ‘이달의 우수 게임상’도 받았다. 또 서울시의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에도 선발돼 7월부터 강북청년창업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금지원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홍보까지 신경 써줘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문화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국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콘텐츠 1인 창조기업 사업이 활성화되면 전 세계에 내놓을 만한 국가정책사업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고 씨는 제품은 만들었지만 아직 홍보와 판매 등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학교, 공공기관에서 학생들의 금융교육 자료로 ‘리치에셋’이 사용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문화로 삶의 질을 높이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희망 대한민국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총 1백57개 사업에 1천3백49억원이 지원되는 ‘희망 대한민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술강사 파견, 공공미술 프로젝트, 소극장·문예회관 상주 예술단체 육성 등 예술뉴딜사업, 생활체육지도자, 문학 창작 지도 등에 8천여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국립문화시설 개관 시간 연장을 통해 예술계 일자리를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청년인턴, 뉴미디어, 게임, 영화, 방송 등 문화 수출 강국을 선도할 콘텐츠산업 전문인력과 핵심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등 문화 분야 일자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노동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앞으로 2백 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3천여 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 박소정 사무관은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예술가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고 문화소외계층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가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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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