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물가 안정 - 서민이 OK할 때까지 “물가를 잡아라”

제목 없음 제목 없음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주부 서모(35) 씨. 3세, 10개월 된 딸 둘을 두고 있다. 미술 강사로 일하다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했는데, 2008년 하반기부터 남편의 사업이 잘되지 않아 매달 빠듯하게 가정을 꾸려왔다. 한참 입맛이 돋는 큰딸, 그리고 분유를 먹는 둘째 딸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늘어나 걱정이 컸다.

그러나 요즘 들어선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지난 연말에 비해 생필품 물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 그러다 보니 올 초 계획했던 지출 규모보다 10퍼센트 정도 덜 쓰고 있다고 한다.

“분유 8백 그램 1통 값이 지난해보다 1천원 가까이 떨어졌어요. 첫째가 좋아하는 과자값도 좀 내렸고, 세제나 주방용품들도 대형마트와 백화점끼리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떨어진 것 같아요.”

이처럼 올해 소비자물가는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5월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퍼센트 상승했다.
 

유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시장의 동요를 억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퍼센트대 상승률에 그친 것. 물가가 정점이던 1월의 3.1퍼센트보다 0.5퍼센트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3월의 2.3퍼센트보다는 높아졌으나, 이상 저온으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강세 및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강세 등을 고려하면 매우 안정적인 물가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반적인 물가 기조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석유류 제외)도 4월 1.5퍼센트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2.5퍼센트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내려갔다.

올해 1월 정부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물가 안정 방안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생필품 판매가격 정보 제공에 따른 가격 안정세가 눈에 띈다.

3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밀가루, 세제, 라면 등 서민들이 주로 구매하는 1백여 개 생필품 중 절반 정도가 지난해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예컨대 식용유(9백 밀리리터)는 올해 1월 전후로 16.7퍼센트, 치약은 22.6퍼센트 값이 내렸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을 운영 중인 대형 유통업체 11개사를 대상으로 20개 주요 생필품의 판매가격을 1주 단위로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www.tgate.or.kr)에 제공하고 있다.

4월부터는 전국 1백여 개 유통업체 80개 생필품으로 확대했다. 소비자로선 유통업태별, 브랜드별로 가격 정보를 비교할 수 있어 저렴한 제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유통업체 간에는 가격경쟁 구도도 잡혔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들은 불황을 겪으면서 가격에 민감해진다”며 “불황을 경험한 뒤엔 가격의 탄력성이 커지므로 업체마다 ‘가격파괴’ 영업 카드를 뽑아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경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이 생필품가격 정보 공개와 관련해 소비자 의견을 조사했더니 20~60대 소비자 3백69명 중 42.5퍼센트가 가격경쟁에 따른 대형마트의 생필품 가격인하 효과를 실감했다고 답했다.

생필품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정부의 후속 조치는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불시에 제과업체 4곳을 점검해 업체들이 스낵, 캔디, 초콜릿 등 과자제품 대리점과 도매상은 물론 일반 소매점에 대해서도 제품별 판매 하한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신학기만 되면 학부모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교복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으로 대리점의 가격 인상, 메이저 교복업체의 담합 등을 감시하고 각 시도별 교육청 또한 교복 물려입기와 공동 구매 노력을 펼친 결과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주요 교복업체들은 신학기를 앞두고 출고가를 최대 10퍼센트 정도 인하했다. 대전 지역의 한 유명 브랜드 대리점은 지난해보다 30퍼센트 낮춰 판매했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등 대학 관련 기구들이 등록금 담합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45개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최근 이상저온으로 농산물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정부 비축분을 조기 방출(수산물 2천8백6톤)하고, 민간 비축분 출하에 호응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한편 올해 2월부터는 가격 인상으로 말미암은 소비자 피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상담센터(전화 1372)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우수 상담사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품목별, 유형별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 기업들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2분기에도 소비자물가가 2퍼센트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김영훈 사무관은 “봄 작물 출하가 본격화해 농산물 가격이 점진적으로 안정되는 가운데 환율안정 효과까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 물가는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유재영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