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 입 베어 물면 싸하고 시원한 우리 무, 씹을수록 달콤한 우리 배추의 진가를 확인하는 행사가 저 멀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사흘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대형할인점 Big-C 광장에서는 한국산 채소를 원료로 하는 김치 시식행사가 열렸다.
베트남 사람들이 배추김치, 갓김치, 물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행사장에서 직접 만들게 한 다음 집에 가져가 숙성시켜 먹도록 한 이 행사는 농촌진흥청이 한국농수산식품협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코리아 푸드 2009’ 행사의 하나. 준비한 김치 재료가 첫날부터 행사 시작 30분 만에 모두 동이 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손바닥만한 길이의 자그마한 베트남 무에 비해 어른 팔뚝만한 길이의 장대한 우리 무는 그 맛과 크기에서 거의 ‘경탄’의 대상이 됐다.
농촌진흥청의 베트남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는 이 행사를 위해 베트남 농업과학원 채소연구소 포장(圃場)에서 김치 재료로 사용된 배추, 무, 갓 등을 직접 재배했다. 베트남 KOPIA는 현재 국내에서 육종해 판매되고 있는 채소종자 10개 작물 50여 개 품종을 열대 지역인 베트남에서의 환경 적응 능력을 검토하기 위해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
2009년 5월 하노이에서 문을 연 베트남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문을 연 ‘제1호 KOPIA센터’다.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의 농업·농촌개발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해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기아를 해결하고자 KOPIA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케냐, 파라과이, 브라질 등 모두 6개국의 대표적인 농업연구기관에 KOPIA센터가 설치돼 농촌진흥청의 베테랑 농업기술 인력이 소장으로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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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외농업기술팀 전희 기획총괄팀장은 “KOPIA센터를 해외에 개설한 것은 일차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지원을 통해 그들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고 기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인도적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더불어 그들에게 구매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한국의 공산품 소비시장을 확대한다는 간접적인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가치가 1퍼센트 향상될 때 매출액이 1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년가량 운영된 베트남 KOPIA센터에서는 우리의 농업기술 가운데 우수한 육종과 재배기술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식량자원전쟁이 가속화하는 국제적 조류에 대응해 옥수수, 밀, 콩 등과 바이오에너지 작물인 자트로파를 우리나라와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해 식량과 바이오에너지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KOPIA센터가 설치된 나라마다 전수를 원하는 한국의 농업기술이 서로 다르다. 베트남이 한국의 우수한 채소 육종과 재배기술에 관심 있다면, 필리핀은 과일파리를 없애 부패를 억제하는 열대 과일 신선도 연장기술에 관심이 많다. 미얀마는 한국의 콩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에, 케냐는 가축의 인공수정기술, 브라질은 버섯 재배기술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에도 모두 4개국에 KOPIA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김재수 농촌진흥청장과 캄보디아 찬 사룬 농림수산부 장관 등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캄보디아 KOPIA 개소식이 열렸다. 농촌진흥청은 조만간 아프리카의 콩고공화국에도 KOPIA센터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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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진흥청의 지원활동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벼를 개발한 우리나라가 1977년 주식인 쌀을 완전 자급하게 되자 개발도상국들이 기술 이전을 요청했고, 1972년부터 지금까지 기술 전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훈련생 수는 약 3천5백명에 달한다. 이들 중 많은 훈련생들이 자국의 농업 발전을 이끄는 정부관료, 연구자,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업기술 분야에서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한국은 지난 4월 15, 16일 필리핀 따가이따이에서 다자 간 농업기술협력협의체인 ‘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 이니셔티브(AFACI)’ 출범을 주도했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AFACI 초대 공동의장으로 추대됐다.
농촌진흥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는 7월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 이니셔티브(KAFACI)’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케냐 등 10개국이 참여하며, 2014년까지 25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아프리카와의 교류 강화를 위해 4월 28일 서울 aT센터에서 ‘아프리카와의 농업기술 확대 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기존의 원조가 부패와 빈곤의 심화를 가져온 ‘죽은 원조(Dead Aid)’라면 우리의 농업기술 지원은 스스로 잘살겠다는 의식을 개발도상국가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는 새로운 국제무역환경에서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농업기술 협력은 그들의 농업 발전을 도와주고 우리 농업 역시 세계무대를 배경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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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