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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우등생 농작물로 풍년 농촌”






 

우리나라 대부분 농가의 주 수입원은 여전히 벼농사다. 하지만 과거에는 우리 벼가 폭우나 태풍에 잘 쓰러지거나 병충해에 약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약점을 개선한 ‘우등생’ 벼가 많이 나와 농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5년 탑 라이스(Top Rice) 최우수상, 2006년 제2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을 받은 ‘동진1호’가 대표적인 예다. 평야가 많고 재배면적이 넓은 남부지역은 논에 직접 볍씨를 뿌려 키우는 직파재배가 가능하다. 직파재배는 생산비가 덜 드는 반면 품질과 수확량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2002년에 개발된 동진1호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단백질 함량이 많고 밥맛이 좋을 뿐 아니라 현미에서 백미로 도정할 때 영양분 손실이 거의 없다. 폭우 같은 기상재해에는 물론 병에도 강하고 이앙재배와 직파재배가 모두 가능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너른 평야지대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생산농가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재배 면적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동진1호의 재배 면적은 2005~2008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병에 강하고 잘 쓰러지지 않는 벼로 알려진 ‘주남벼’도 농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해 재배 면적에서 전국 2위를 차지한 주남벼는 키가 작아 웬만한 폭우에도 끄떡없다. 또 벼에 흔히 생기는 도열병과 줄무늬마름병에도 강하고 수확량이 많아 일반 농가에서 대규모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장점.

2007년 제3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주남벼는 그동안 국내 벼 품종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에 두루 쓰였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0만 헥타르의 농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 개발된 동진벼 대신 주남벼를 재배할 경우 대체효과는 연간 1천1백24억원에 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여운상 연구관은 “주남벼는 병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아 농약 사용과 노동력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보호와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발이 완료된 ‘수원535호’와 ‘수원542호’도 앞으로 농가소득을 높일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다. 다른 품종보다 수확기가 빠르고 키가 작은 수원535호는 기온이 높으면 벼의 낟알이 성숙되지 않아 쌀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한 벼로, 고온에서도 잘 자라고 도열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밀가루와 유사한 특성이 있는 수원542호는 고품질 쌀가루 생산이 가능해 친환경 에너지절약형 벼로 불린다. 쌀을 가루로 만들면 생산비가 덜 들고, 버려지는 부산물이 적어 환경오염 방지 효과도 있다. 이들 벼는 현재 재배 안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지역적응시험을 거치고 있다.

쌀의 대체식량인 콩, 보리, 밀 등의 잡곡도 품질이 한층 개선됐다. 국산 품종 ‘백운콩’과 ‘신팔달2호’를 교배해 만든 ‘대풍콩’은 병과 재해에 잘 견뎌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품종으로, 지난해 제5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특산단지 조성과 종자생산 확대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도록 가공 용도별로 품질을 크게 향상시킨 제면용 금강밀, 제빵용 조경밀, 제과용 우리밀과 재해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 백중밀, 수안밀, 적중밀은 국산밀의 이미지 개선과 농가소득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국산밀의 자급률이 지금보다 10퍼센트 높아지면 농가소득이 2천억원 늘어나고, 7백50억원의 수입밀 대체효과와 1천8백60억원의 이산화탄소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 기능성을 한껏 높인 컬러 보리도 유망하다.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다량 함유한 자색보리와 청색보리에는 암과 노화, 당뇨 예방에 좋은 성분이 많다. 멜라닌 색소가 든 흑색보리는 자외선을 흡수하고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등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효과가 있다. 본격적인 기술 보급을 앞둔 이들 컬러 보리는 보리국수, 즉석 죽, 스프, 식빵 등의 원료로 활용돼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식용보리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가공용 보리 소비량은 약 3만7천 톤, 농가소득은 약 2백71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꽃이 피는 시기가 늦어 잎이 많이 달리고 재배하기가 쉬운 ‘남천들깨’도 농업기술 개발의 결실 중 하나. 남천들깨는 재배 안정성이 높고 크기가 균일해 다양한 포장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 몸에 노화를 일으키는 과산화지질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키가 작아 자연재해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겨울에도 잎이 빨리 자라는데, 전체 재배 면적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경남 밀양시에서 가장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마늘농사도 씨마늘이 필요 없는 마늘 품종이 개발됨에 따라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마늘의 원산지인 중앙아시아의 꽃 피는 마늘을 이용해 우리나라 기후 풍토에 맞는 ‘대주’라는 마늘 품종을 만들어냈다. 6쪽마늘인 대주는 씨마늘이 필요 없어 생산비가 적게 든다.

전체 마늘 재배 면적의 50퍼센트를 대주 마늘로 재배할 경우 씨마늘 구입비를 연간 1백16억원 절약함과 동시에 1백10억원의 소득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버섯 가운데 수출량이 가장 많은 팽이버섯의 세계화를 위해 개발된 백색팽이 ‘백아’는 맛이 좋고 일본 품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국내 소비량이 가장 많은 느타리도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컬러 버섯으로 탈바꿈해 해외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느타리버섯은 항균, 항암, 항에이즈바이러스, 항세균, 심장혈관장애 예방, 신경섬유 활성화, 비만 예방 등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랑느타리는 이러한 기능성 성분 함량이 더 많다고 한다. 한편 국내 소비는 적지만 외국에서 많이 재배되는 만가닥버섯인 ‘해미’도 또 다른 수출 품목으로 보급될 계획이다.
 

밀이나 쌀처럼 전분이 많은 고구마도 참살이 붐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7, 8월에는 저온 피해로 생산량이 뚝 떨어지는 게 흠. ‘고구마 멀칭 재배법’은 바로 이러한 저온 피해를 줄이면서 고구마를 평소보다 이른 7, 8월에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고구마 묘를 심고 비닐을 덮은 다음 비닐 위쪽을 흙으로 덮어 놓았다가 한두 주 뒤에 구멍을 뚫어 비닐 밖으로 고구마 순을 꺼내주는 이 재배법은 전국 주산지에 보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재배 안정성이 높으면서 기계이앙처럼 노동력과 생산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직파재배 기술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기술의 조기 확산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범사업도 벌이고 있다.

시범사업 지역은 2008년 10개에서 지난해 53개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백44개로 증가할 예정. 일명 ‘무논점파 재배법’으로 불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앙재배를 할 때보다 35.3퍼센트의 노동시간과 22.8퍼센트의 생산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직파재배 면적을 10만 헥타르로 늘릴 경우 연간 4백89억원의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렇듯 새로 개발된 우수 품종과 재배법을 이용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많아졌다. 영농기술의 과학화와 선진화가 가져다준 우리 농촌의 놀라운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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