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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친환경 재배기술 수출 “이것이 녹색성장”






 

 

국립농업과학원 강충길 박사는 최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에 다녀왔다. 철원군의 논 6.5헥타르에 피복한 자연분해 비닐이 제대로 잘 분해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 강 박사팀이 개발한 자연분해 비닐은 피복 6개월 후 90퍼센트 이상 분해됐고, 1년 후인 현재 99퍼센트 정도 분해돼 손으로 만져도 농토와 구분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부터 철원군과 연구협약을 맺어 보급한 자연분해 비닐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보이자 올해는 경기 양평, 경북 청송, 충북 괴산에서도 앞다퉈 강 박사에게 보급을 요청했다. 2006년 시작해 여러 번 실패를 거친 끝에 성과가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 박사는 한국잡초학회, 유럽잡초학회, 아시아태평양잡초학회에 잇따라 성공 사례 발제자로 초빙되는 등 나라 안팎의 관심도 뜨겁다.

자연분해 비닐은 말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비닐이다. 기존 폴리염화비닐(PVC)은 농토에 남아 환경을 오염시키고 경관을 훼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일본, 미국 등 해외 기업들도 자연분해 비닐과 같은 친환경 농자재 개발에 주력하는 추세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자연분해 비닐은 해외 제품에 견줘 분해 속도는 물론 잡초발생 억제 효과가 우수해 수출 전망도 밝다고 강 박사는 말한다.

“기존 PVC는 잡초 억제 효과가 81.8퍼센트인데 자연분해 비닐은 97.7퍼센트다. 국내 연간 제초제 시장이 4천억원인데, 바다 사막화에 해를 끼치는 제초제를 거의 안 써도 된다는 얘기다. 밭은 물론 논에 피복해도 효과가 좋다. 벼의 초기 활착을 촉진하고 이앙 스트레스를 감소시킬뿐더러, 수생식물 보존에도 이롭다는 게 입증됐다.”
 

미생물비료로 최대 70% 생육 촉진 효과
자연과 사람에게 다 같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유기농업 관련 기술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이상엽 박사팀이 2008년 최초로 개발해 같은 해 해외 수출 길을 연 ‘미생물 비료’가 그 예다. 미생물 비료는 유산균, 광합성균, 효모 등 토양에 서식하는 유용한 미생물을 분리해 개발한 화학비료 대체재.

이 미생물 비료를 상추, 배추, 감자 등에 사용하면 10~70퍼센트의 생육 촉진 효과는 물론 각종 식물병에 대한 면역력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산균 비료를 강원 화천의 토마토 농가에 사용해 수확량이 15퍼센트 늘자 올해는 전남 담양 오이 농가, 딸기 농가 등에 확대 적용했다.

이상엽 박사는 “발효식품 제조, 항균물질 생성 등 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미생물 기술을 농업 분야에서도 적용하고 있다”면서 “2011년에는 2009년 미생물 비료 시장 규모(50억원)의 두 배인 1백억원대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세계 최초 토양전자지도 구축
그런가 하면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참여해 만든 ‘흙토람’은 농업 분야의 ‘대동여지도’로 불린다. ‘흙토람’ 사업은 외환위기로 국가적 어려움을 겪던 1998년 청년 실업자 일자리 창출방안의 하나로 추진됐다. 그후 6년 만에 세계 최초의 토양전자지도를 구축하는 개가를 올리게 된 것. 여기엔 농촌진흥청이 40여 년간 조사한 토양 분석 정보가 녹아 있다.

흙토람은 축척 1:5천의 정밀 토양지도로, 한국 토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첨단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계해 만든 결실이다. 각 지역 토양의 세세한 특성을 알고,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보물지도’.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영농지도를 위해 흙토람을 시금석으로 활용하고 있다.

흙토람은 단순히 땅의 성분만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물의 재배적지, 토양 개량 방법, 작물별 비료 종류와 적절한 비료량, 물 관리 방법 등을 담고 있다. 흙토람 연구진은 세계토양지도 작성 작업에 공동 참여하는 등 토양지도 구축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연구 책임을 맡은 홍석영 박사는 “흙토람은 적절한 비료량을 추천하므로 2012년에는 25퍼센트 정도 화학비료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국가지리정보시스템과 연계해 농경지 토양 종합관리망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염생식물 연구·식물 바이러스 진단 키드 등 개발·수출
해안가와 간척지 등 염분이 많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퉁퉁마디, 나문재 등 60여 종의 염생식물 연구도 활발하다. 올 초 새만금 간척지 약 3천 제곱미터에 염생식물 전시포를 조성했고, 향후 염생식물 자원을 식품, 의약, 미용 분야 등에 응용한 첨단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유전자 분리기술을 활용해 손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식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이미 수출에 들어갔다. 농산물 수출 농가의 걱정을 덜어주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잔류농약 기준치 등 수출 대상국 기준에 맞는 농약 안전관리 지침을 제시해, 연 1백억원 이상의 수출 증대 효과를 올리고 있는 등 우리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 예측기관인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는 미래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올라간다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50년에 평균기온이 2도 정도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중부지방이 제주도 정도로 따뜻해지니 우리나라 ‘작물지도’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형호 박사는 ‘한반도 기온 상승에 대비한 과수재배지 변동 예측기술’을 2년째 연구하고 있다. 향후 우리 농가소득과 농업 경쟁력을 좌우할 사안이다. 과수는 육종재배에만 15년이 걸리는데, 만약 기온 예측이 어긋난다면 공든 연구가 허사가 된다. 과수재배지 예측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수재배지 변동 예측기술은 기온 상승이 과수의 품질과 생산성에 미칠 영향은 물론, 기온 상승이 꽃 피는 시기와 수확기에 몰고 올 자연재해까지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일부 지역의 과수적지 분포도, 꽃 만개기 분포도 등을 구축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미래 과수 재배적지 예측도를 시골 구석구석에서도 볼 수 있도록 30제곱미터 단위의 고해상도 지도로 제공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벼 적응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충근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에 벼 생육기간 단축, 고온 피해를 일으켜 향후 벼 수확량이 연간 3.3퍼센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벼 품종과 재배기술을 연구하고 ‘벼 작황 예측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신철 박사팀이 연구하고 있는 ‘벼 병저항성 작품 육종소재 개발 프로젝트’는 이상기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저항력이 강한 유전자를 연구해 환경친화적 벼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앞서 우리나라가 제시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즉 BAU(Business As Usual·통상적 경제성장 규모를 토대로 한 배출전망치) 대비 30퍼센트 감축안을 지키기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및 저감기술 개발’이 그 대표적 예. 이 기술은 향후 국가 기후변화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뿐 아니라 저탄소 농업기술에 활용될 전망이다.

농업 기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도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열쇠다. 우리나라 농업 기계에서 사용하는 석유 등 화석연료는 연간 1백97만5천 킬로리터. 여기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6천3백만 톤에 이른다.

국립농업과학원 박석호 박사팀이 2012년 ‘농업기술 효율 향상 및 이산화탄소 저감기술’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농업 기계 사용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각각 10퍼센트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0퍼센트만 절약해도 국가적으로 연간 2천9백61억원(화석에너지 2천5백81억원, 이산화탄소 처리 비용 3백80억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박석호 박사는 “연료 절약형 에코드라이빙 시스템을 적용하고 콩, 유채 등 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기술이 2013년 실용화 단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근 <환경규제 강화와 녹색 보호주의>라는 보고서를 낸 삼성경제연구소 도건우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정책을 표방하면서 실제로 자국의 미래 성장동력인 녹색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녹색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친환경·기후변화 기술 개발은 이러한 무역장벽을 뚫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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