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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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청보리밭엔 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청보리는 소가 가장 좋아하는 풀이다. 청보리는 사람이 먹는 보리와는 다른 종류로, 가축 사료로 개발된 보리를 말한다. 반추동물인 소는 매일 일정량 이상의 조사료(粗飼料·건초와 같은 섬유질이 많은 사료)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사료 생산기반이 취약해 많은 농가에서 볏짚과 배합사료 위주로 소를 먹이고 있다. 조사료에 비해 배합사료의 이용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사료값도 같이 올라 축산농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양질의 조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소가 좋아하는 청보리를 개발,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국립식량과학원은 소가 먹기 좋도록 거친 까락을 매끄럽게 만든 ‘매끈보리’와 까락을 퇴화시킨 ‘삼차망’을 개발해 축산농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청보리의 까락 형태별로 소가 먹는 양과 체중 증가를 비교했는데, 소의 1일 섭취량은 삼차망 12.9킬로그램, 매끈까락 11.8킬로그램, 일반까락 11.3킬로그램으로 삼차망을 가장 잘 먹었다. 1일 체중 증가에서는 삼차망 1.5킬로그램, 매끈까락 1.4킬로그램, 일반까락 1.1킬로그램으로 역시 삼차망을 먹였을 때 체중이 가장 많이 늘었다. 또 청보리를 먹였을 때 소의 고기 품질도 좋아져 1등급 판정이 50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늘었다.
이에 따라 까락을 없앤 청보리 품종 ‘영양’ ‘우호’ ‘유연’의 재배면적도 계속 늘고 있다. 2008년 2만4천4백28헥타르에서 지난해에는 3만3천7백94헥타르로 늘었고, 2012년에는 10만 헥타르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2012년이면 정부의 보리 수매가 중단되기 때문에 그동안 식용 보리를 심던 농민들이 청보리 재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국립식량과학원 맥류사료작물과 박태일 박사는 “우수한 청보리 품종을 재배하면 식용 보리를 생산할 때 소득의 78퍼센트 수준을 보전할 수 있다”며 “청보리 재배는 축산농가와 상생하는 길이며, 겨울철 유휴농지를 푸르게 만들어 국민정서 함양과 대기정화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수확량과 사료가치가 높은 청보리 보급으로 조사료의 자급률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 78퍼센트이던 조사료 자급률은 2008년 81퍼센트, 2009년 84퍼센트로 올랐고, 2012년 90퍼센트를 목표로 한다. 박태일 박사는 “2012년까지 수입 배합사료를 2백30만 톤 줄임으로써 5천6백47억원의 외화 절감 효과가 있고, 종자산업 활성화로 2백2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사료 수입대체를 위한 품종 개발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에서도 시행됐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청보리, 호밀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월동 사료작물로, 사료로서의 가치나 가축 생산성 면에서 청보리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기존 품종은 추위에 약해 한강 이남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고 여무는 시기가 벼 이앙시기와 중복되기 때문에 농가에서 기피했고, 이를 개량한 신품종은 국내 종자생산 기반이 없어 채종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 때문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추위와 습해에 강하고 가축이 잘 먹으며 기존 품종보다 수확시기가 15일 정도 빠른 10가지의 신품종을 개발했다. 현재 전남 장흥과 강진, 미국 오리건 주에 채종단지를 조성하고 4백12개 농가에서 시범재배를 하고 있다. 또 종자생산 보급을 위해 5품종에 대한 통상실시권(법률 등에 의해 정해진 범위에서 특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을 5개 업체와 체결해 국내외 종자생산 기반을 확충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지희정 박사는 “2014년이면 2천4백 톤의 종자가 공급돼 1백 퍼센트 자급이 가능하다”며 “국내 종자산업 활성화와 조사료 수입대체 효과가 연간 1백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료용 옥수수도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품종이 나왔다. 그동안 국산 사료용 옥수수는 수량이 적고 품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어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사료비를 줄일 우수한 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개발해달라는 축산농민들의 요구가 많았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07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광평옥’은 1헥타르당 수량이 19.5톤으로 수입종보다 13퍼센트가 많고, 수확기까지 잎이 마르지 않아 사일리지(작물을 베어 젖산 발효한 사료) 제조에 유리하다. 또 현재 재배되고 있는 사료용 옥수수 품종 중에서 흑조위축병에 가장 강하다. 광평옥의 현장 실증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이 입증되면서 국산 품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광평옥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가 98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올해 광평옥 종자 보급량을 71톤으로 늘리면서 3백72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4백31억원의 농가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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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여왕 장미는 전 세계적으로 2만 종이 넘는 종류가 있지만 지금도 계속 새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장미의 품종 개발에는 5~8년이 걸리기 때문에 개발비가 적지 않게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장미 한 송이에는 약 14원의 개발비가 포함돼 있다. 
장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꽃이지만 외국 품종을 수입해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로열티 부담이 컸다. 이렇게 외국으로 새는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장미연구사업단을 만들어 2000년 ‘핑크레이디’ 등 5품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백37종의 국산 장미 품종을 개발했다. 2006년 2퍼센트에 그치던 국산 장미 재배면적도 지난해 13퍼센트, 올해는 18퍼센트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005년 대비 11억4천만원의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다.
장미는 일본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는데, 국산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 장미 전체 수출액 중 국산 품종의 비율은 2007년 13퍼센트에서 2009년엔 35퍼센트를 차지했다. 또 수출가격도 2009년 한 송이당 국산 품종은 5백45원, 외국 품종은 5백42원으로 국산 품종이 더 비싸게 받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2003년부터 7품종을 일본에 품종등록 출원해 현재 ‘러블리 핑크’ 등 3품종이 등록됐다. 또 네덜란드, 에콰도르 등에 현지 시험재배를 통해 해외에서 로열티를 획득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장미뿐 아니라 국화도 품종 국산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국화시장의 60~70퍼센트를 차지하는 백색 대국은 국내 육성 품종이 없어 그동안 일본에서 품종을 수입해 사용해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006년부터 일본산 백색 대국을 대체할 수 있는 ‘백마’를 육성해 보급하고 있다. 백마는 선명하고 광택 있는 순백색에 꽃잎 수가 3백 장 내외로 풍성하며 절화 수명이 오래가 30일 이상 감상할 수 있다. 또 생육이 왕성하고 연중 재배가 가능하며 동시 개화하고 수확기간이 짧아서 경영이 유리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백마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재배면적은 2006년 1.18헥타르에서 지난해 35.6헥타르로 크게 늘었다. 세계 최고의 국화 생산국인 일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아 지난해 백마의 대일 수출은 전체 국화 수출의 25퍼센트를 차지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백마의 기술적 가치가 3백75억원, 파급 효과가 1천9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품종 국산화는 과일 분야에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딸기는 국내 생산액이 7천억원에 달하지만 일본 품종을 많이 사용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수출에도 애로가 있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딸기연구사업단을 발족해 2003년부터 로열티를 경감하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국산 딸기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국산 딸기 품종인 ‘매향’ ‘설향’ ‘수경’ 등은 일본 품종보다 달고 수량도 많이 달려 농가소득과 수출도 크게 늘어났다. 이제 딸기 국산 품종의 보급률은 56.4퍼센트에 달하고 수출액도 지난해 1천9백19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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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