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선진국의 목소리가 일방적이던 국제사회에서 신흥국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금융 쇼크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기침체 극복 과정에서 입지를 다진 다국적 협의체가 G20이다. G5, 혹은 G7 등과 달리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참여한 G20로 세계의 권력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세계 권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은 미국 피츠버그에서 9월 24, 25일 열린 이번 3차 G20 정상회의다. 향후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되고,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지각변동의 증거다.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는 선진국들이 신흥국들의 도움 없이는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1980년대만 해도 G7이 차지하는 세계경제 비중은 80퍼센트였다. 여기에 러시아가 참여한 G8이 탄생하면서 세계경제는 G8이 이끌었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부상하면서 G8의 비중은 5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이 고전하는 동안 한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위기에서 훨씬 빨리 벗어나 세계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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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국가들은 피츠버그 정상회의 마지막 날 발표된 정상선언문에 ‘G20가 국제 금융협력을 위한 최고의 경제협의체(Premier Forum)’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경제협의체였던 G20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경제협의체가 된 것이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세계의 지도자들이 국제 경제문제를 조정하는 회의를 G8에서 G20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세계의 권력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증거”라고 전했다.
1백86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G20 위상 역시 높아졌다. G20로의 권력 이동은 10월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서 입증됐다. IMF·세계은행 제64차 합동 연차총회에 이틀 앞서 회의를 개최한 IMFC는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결정을 환영한다”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IMF의 24개 이사국 모임인 IMFC는 IMF 총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IMF의 핵심조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날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세계경제가 ‘G20 체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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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온 IMFC의 공동선언문 세부안은 3차 G20 정상회의 선언문과도 흡사하다. IMF의 출자금 분담비율(쿼터) 개혁과 관련해 G20 정상회의의 합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IMFC도 G20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이 보유한 쿼터 가운데 5퍼센트를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2011년 1월까지 쿼터 개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경기 부양책으로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해서도 IMF가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 출구전략의 원칙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G20 정상회의 합의를 반영한 것이다.
내년 11월 의장국으로서 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한국은 세계 권력 이동의 상징인 동시에 G20로의 권력 이동을 통한 가장 큰 수혜자가 되고 있다.
먼저 한국은 아시아와 신흥국 통틀어 맨 처음 이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는 미국(1차 워싱턴·2008년 11월)-영국(2차 런던·2009년 4월)-미국(3차 피츠버그·2009년 9월)-캐나다(4차·2010년 6월 개최 예정) 등 선진국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는 무엇보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탈출하고 있는 모범국가로 꼽혀온 결과다. 또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출구전략 등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각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G20 내 한국의 지위가 어떠한지는 피츠버그 회의장에서 드러났다. 당시 이 대통령과 함께한 피츠버그 회의 참석자들은 전보다 훨씬 많은 정상들이 이 대통령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G20의 위상과 더불어 한국의 지위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은 10월 4일부터 IMFC 회의, 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잇따라 열린 터키 이스탄불의 분위기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에는 각국의 면담 요청이 쇄도하면서 우리 대표단원끼리도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권력중심이 된 G20, 이를 통해 새로운 국제 리더로 부상한 한국 모두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G20의 부상은 국제 논의의 중심이 서방에서 아시아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회원국들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시아권, 신흥경제권의 통합된 목소리 내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게 필요한 국제 공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경제위기가 해소될 경우 경제 분야로 영향력이 국한된 G20의 대표성과 영향력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느냐도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세계의 중심은 G20로 결정됐다. 이제 아시아국가, 그리고 신흥국가로서 처음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게 될 한국이 각국 간에 얽힌 문제를 잘 풀어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의 위상도, 나아가 G20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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