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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개발도상국에 ‘고기 잡는 법’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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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자통에 따른 마고소양의 경지에 오른 것이죠.”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스승도 없이 경제발전을 이뤄낸 한국(無師自通)이 이제 다른 나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위치에까지 올랐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만의 성공적인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실패담까지 개발도상국 등에 전수해주는 KSP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정책자문 사업으로, 또한 대표적 국가브랜드 사업으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2004년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시작한 KSP사업은 올 들어 11개국으로 확대됐다. 정부의 관련 예산도 2004년 10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5배 늘었다. 또한 중점지원국 제도를 도입해 이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매년 지원 수준을 높여왔다.

이렇듯 우리 정부가 수업을 성실하게 챙기다 보니 ‘수강생’ 국가들의 참여도와 성취도도 높다. 베트남 등 그간 한국에 경제발전 경험 전수를 요청한 국가는 우리 정부의 정책 컨설팅 결과를 자국 정책에 속속 반영하고 수시로 후속 컨설팅을 요청해왔다.

정부는 KSP사업을 시행한 이후 지난해까지 15개국 1백34개 과제에 대해 정책 컨설팅을 시행했다. 베트남은 2004년 수출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6년 5월 한국수출입은행과 유사한 베트남개발은행을 설립했다. 또 수출신용보증기구의 운영과 신용보증기금 설립, 수출보험제도 도입 등에 대한 컨설팅을 우리 정부에 추가 의뢰했다.
 

자본시장 발전을 꾀해온 인도네시아엔 2005년 채권시장 기반 조성을 위한 전문딜러제도 도입, 표준화된 채권발행 시스템 구축, 채권시가 평가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자본시장 발전 5개년 계획’에 이 같은 정책 컨설팅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해 실행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전용공단인 특별경제자유구역(Special Economy Zone) 설립을 제안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08년 12월 나보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지난해엔 나보이 경제특구 운영에 대한 컨설팅도 끝마쳤다.





 

소비자 금융시장 활성화를 희망했던 알제리는 신용카드 도입과 운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컨설팅을 토대로 2008년 전자결제 시스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아제르바이잔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필요한 서비스·농업, 무역구제 제도 관련 법령 정비 방안 등을 제안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2008년 WTO 가입 협상 때 한국 정부의 조언 내용을 활용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과 노하우 전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제프리 삭스 교수는 2007년 3월 서울에서 열린 공적개발원조(ODA) 회의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바람직한 발전 모델’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2006년 10월 한·아프리카 장관급경제회의에서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카베루카 총재는 “아프리카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노하우”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경제발전 경험 공유를 요청한 바 있다.

올해도 이에 따라 기존의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3개국을 중점지원국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전통적 자원부국, 아프리카·남미 등 지역별 경협거점국가, 절대적 경제지원이 필요한 최빈국을 중심으로 16개 지원 후보 대상국을 선정하고, 회신이 있는 10개 안팎의 국가를 선별해 KSP사업을 전개한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와 함께 그간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중 우수 사례를 모듈화(정리)해 사업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20개, 2012년까지는 1백여 개의 대표적 경험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정책 혁신 및 실패 사례, 민간기업의 생산성 향상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대상국의 수요와 만족도를 고려한 ‘국별 수요지도’도 작성해 대상국 상황에 맞는 적합한 정책을 제안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우수 컨설턴트도 육성한다. 국제적으로 명망이 있고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전직 고위관료나 국제기구 종사자 등의 전문가 그룹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스타 컨설턴트’로 배출한다는 것.

KSP를 통한 정책 제안은 물론, 정책 제안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운영 기법이 ‘원스톱’으로 일괄 지원될 수 있도록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유·무상 원조단체와의 연계 시스템도 강화한다. 이렇게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KSP사업을 대상 국가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Fee for service)으로 재편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국에도 ‘특별과외’를 해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주형환 대외경제국장은 “국제사회에 결초보은(結草報恩)한다는 의미에서 참전국 지원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며, 그 일환으로 KSP사업에서 참전국을 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전국인 터키에는 이미 2008년에 클러스터 및 산업고도화 정책 모델과 산업협력, 지역발전 등에 대해 도움을 준 바 있다. 올해 선정한 KSP 16개 지원 후보 대상국에도 6·25전쟁에 참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가 포함돼 있다. 지원 후보국엔 없지만 KSP사업을 원하는 참전국에 대해서는 경제정책 전반을 최소 3년간 포괄적으로 컨설팅해주는 ‘중점지원 국가’에 포함시킬 방침.

기획재정부 허경욱 차관은 지난 2월 26일 2010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모듈화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한국 고유의 경제발전 모델을 통해 한국의 수원국(受援國)들이 진정한 잠재력을 깨닫고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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