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3월 18일 이른 아침,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차관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민들이 아직 새벽 단꿈에 빠져 있는 시간에 이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경제와 금융상황을 점검하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위기론과 관련한 우리 경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장관급 라인은 이미 하루 전 긴급 회동을 마친 터였다.
새 정부의 첫 금융점검회의를 마친 최 차관은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제·금융 정책 책임자들은 앞으로 경제상황을 하루 단위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또 매주 한 번씩 경제금융 시장상황 점검회의도 열겠다고 했다. 정부가 앞으로는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경제팀이 비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전 7시부터 거시경제점검회의
이틀 후인 20일 오전 7시, 이명박 대통령은 거시경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직전 짧은 모두발언에서 ‘어려움, 불안, 위협, 걱정’ 등의 단어를 동원,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대통령이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실제로 위기가 닥쳤거나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손을 놓고 있으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대통령은 “해외 변동사항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경제를 하나하나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미국 경제가 어려워 달러 가격이 하락하는데 우리는 달러가 상승하는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 경영에 다소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위협을 주는 요소가 있으며 특히 물가가 대폭 상승하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 장관들이 협력해 매일매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의시간에서도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이 대통령의 우려와 경제부처 장관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전 7시 15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예정됐던 종료시간 오전 9시를 훨씬 넘겨 10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정부 경기 대응책에 대한 이 대통령과 경제장관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대전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업무 보고에 대통령이 지각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0여건 규제개혁 대상 검토
그만큼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의 폭이 깊고 진지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직접 물가를 잡겠다고 선언하던 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기획재정부 등 주요 규제 관련 부처 차관들이 간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규제완화.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상반기 중 경제단체에서 정부에 건의한 1664건을 포함해 2000여건의 규제가 개혁대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 및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시장불안 요인별 파급 경로와 영향을 철저히 파악해 사전적·예방적 조치를 마련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도 정부의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외환당국은 앞으로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실물경제 상황, 증시 주변여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추가인하 등 각국의 적극적인 시장안정 및 경기대응 노력 등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우리 금융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 물가상승 및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지속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시장안정을 위한 필요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자리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최중경 제1차관은 “정부가 외환시장의 급변동에 대해 경고를 했다”며 “환율과 금융, 주식시장은 급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만일 그럴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그러나 “정부의 기대는 외환시장이 시장의 수급과 실물경제 상황, 대외여건 등의 재료를 스스로 반영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는 시장은 좋지 않고 한 방향이 아닌 양 방향 모두 열려 있는 시장이 건강한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지난 수년간 고평가된 원화가치의 정상화 측면도 일부 있다고 밝혀 급변동하지 않는 점진적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거의 실시간으로 매일 확인하는 중이다. 이 대통령은 유가와 환율 그리고 주가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시간대별 보고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3월 21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있었던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오늘 세계 원자재 값이 안정세라서 떨어지는 추세로 왔다고 하고, 기름 값도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이 같은 추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모르지만 관련 내용을 시간별로 보고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국 주가도 그저께 내렸는데 어제는 오르는 등 등락 폭이 심하다. 환율이 며칠 급상승하다가 요 근래 안정세로 가고 있다”며 “오늘 다소 안정된 경제 속에서 이야기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내) 주가도 안정적 상승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환경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면서도 지나치게 국민들이 위축되면 안 된다”며 “항상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늘 보면 일을 사전에 예비하는 것은 부족하고 일이 터졌을 때 수습하는 능력은 조금 더 있다”며 “사실 경제적 또는 경쟁력으로 보면 그것은 매우 역행적인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예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등에 철저한 사전예방을 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지침”이라며 “환경파괴 뒤 복구노력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듯이 경제도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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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