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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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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일하고 있는 황인학(51) 산업본부장은 기업 관련 규제개혁의 일인자다. 규제개혁, 산업정책, 기업정책, 미래산업 등 4개 팀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그는 22명의 소속 본부원과 함께 지난해 1백30건, 올해 1백82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뽑아냈다. 황 본부장은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기업이 상품 경쟁을 한다면 국가는 제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처럼 나라도 잘 되려면 제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제도나 규제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그동안 필요한 법령들을 만들기만 했지 한 번도 정리하지 않았던 것. 그래도 황 본부장은 우리나라 규제개혁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규제들을 많이 개선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축소,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한시적 규제유예제도 도입 등은 황 본부장이 꼽는 성공적인 규제개혁 사례다.
 

경제학자로 알려진 그이지만 이젠 법, 행정 관련 준전문가나 다름없다. 과제 발굴에서 보고서 작성, 제도에 반영시키는 일까지 규제개혁의 전 과정에 앞장서다 보니 여러 분야에 통달해서다. 환경 및 건설교통 관련 부담금, 토지 이용 및 공장입지 등 다양한 규제개혁 성과로 지난 7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 국민포장을 받은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법령에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열거하는 방식인 ‘포지티브 시스템(사전규제)’입니다. 앞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사후규제)’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황 본부장은 2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90) 교수의 강의를 잊지 못한다. 노스 교수에게서 “좋은 제도를 만드는 나라는 부강해질 수 있다”고 배운 그는 ‘제도는 경제인들이 반응하는 기회의 집합’이라는 정의를 신념으로 삼았다.

“규제개혁과 법 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특히 법률,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 분야의 규제개혁이 이뤄져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제고의 견인차가 됐으면 합니다.”

 

 

지식경제부 박동일(40) 서기관은 지난 2월부터 경기 과천시 정부종합청사가 아닌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전전략’과 관련된 국무총리실 산업정책관실에 파견됐기 때문이다.

광화문으로 오기 전까지 그의 직함은 지식경제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1년 동안 규제개혁을 위해 일했던 박 서기관은 지난 7월 말 규제개혁 유공 공무원으로 포상받았다. “혼자 그 공을 다 인정받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는 그는 여러 관공서에서 관행적으로 요구해온 20개의 인감증명 사무제도를 폐지했다. 그동안 경우에 따라 인감증명이 꼭 필요하지 않은 때도 불필요하게 요구하다 보니 국민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돼 왔던 것이다.

박 서기관은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 있는 규제가 발견되면 관련 부서에서 전문가 의견과 내부 토론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게 된다”며 “인감증명 사무 폐지 역시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조그만 어려움부터 풀어주는 노력이 선행된다면 국민에게 자연스레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19년째 환경부에 몸담고 있는 김영훈(45) 정책총괄과장은 “환경부 업무상 각종 규제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1990년대 고도성장 단계에서 규제를 통해 어느 정도 환경개선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무조건 규제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과거의 규제가 현재 환경기술 발전과 환경수준 제고에 기여했듯이 현재의 규제도 미래 환경기술 발전과 환경수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게 다듬어야죠.”

그의 이런 마인드 덕분에 지난 1년 반 동안 몸담았던 물환경정책과에서 규제개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동안 기업들에게 ‘마(魔)의 벽’으로 여겨졌던 상수원 상류 입지규제를 개선한 것이다.

그간 상수원 상류지역의 입지규제 방식은 원칙적으로 입지를 금지하거나 예외적으로 오폐수를 배출하지 않는 경우에만 입지가 허용됐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들의 입지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기업 경쟁력의 한계로 작용해왔다. 김 과장은 해당지역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한 요구사항을 수렴한 뒤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검토 끝에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8월부터 녹색성장정책 총괄 업무를 담당하게 된 김 과장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도 변화하지 않고 정체돼 있으면 국가 미래성장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주요 먹을거리인 녹색산업 분야의 성장에 역행하는 제도나 규제가 있지는 않은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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