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반도체업계의 기술력은 ‘나노공정’으로 불리는 회로 미세화의 기술력으로 대표된다. 이 때문에 업체마다 회로를 더 미세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년 전 2010년 세계 반도체업계 3위를 목표(현재 업계 7위)로 반도체 신기술라인을 증설하려 했지만 당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및 구리에 의한 상수원 오염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이 회사가 입지한 경기 이천시는 배출시설 설치제한지역 및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구리 등 24종의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의 입지를 금지하고 있었다.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려면 전도율이 높은 구리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과거에는 회로 배선 물질로 알루미늄을 사용했으나 회로가 점점 미세해지면서 알루미늄의 저항이 커져 전도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신기술라인 증설은 구리 배출을 막는 무방류시설을 설치해야만 가능했다. 무방류시설을 설치할 경우 8백억원의 투자비와 매년 91억원의 운영비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서 고급인력의 충원이 가능하고 부지,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에는 8천7백억원이 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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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막대한 비용 투자에 큰 부담을 느낀 하이닉스반도체는 결국 뜻을 접었지만 올 들어 구리 폐수배출시설 입지제한 규제가 개선돼 제품의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구리 등 3종 물질을 검출한계 미만으로 배출하는 시설은 무방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증설이나 입지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재경실 홍보팀 김재순 대리는 “50나노급 D램 제품까지는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40나노급 제품부터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써야 한다. 그런데 구리 배출 관련 규제가 완화돼 무리 없이 40나노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규제완화 덕에 생산라인에서 40나노급 제품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돼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향상, 회사의 성장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냉장기계 제조업체인 세대산전도 규제개혁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이홍근 사장은 2005년 공장을 확장하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장 용지가 설비 증축이 되지 않는 농업진흥지역(농지)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규제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행정기관을 오가다 용도변경이 행정착오였다는 사실을 2008년에 밝혀냈다. 고양시는 이를 원상 복구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농지로 남겼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국경위)가 공동 운영하는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을 찾아 고충을 털어놓았다. 4년을 끌었던 이 문제는 같은 해 7월 국경위가 “불가피한 경우 농지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후 바로 해결됐다. 현장 공무원들의 협조로 허가는 일주일 만에 났다.
이 사장은 “대부분의 기업인이 농지 관련 규제로 골치를 앓는다. 현장 공무원들이 움직여 기업의 애로를 해결한 우리 회사의 사례가 많은 기업인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모든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합리적 규제가 적용돼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세계화 추세에 맞지 않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후 이 같은 규제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 일류국가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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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축인 국경위는 지난 2년 반 동안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며, 경제·사회적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독점하던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사업, 신용카드 배송업무를 민간에게도 개방하는 등 11개 업종의 진입장벽을 개선했으며 35개 업종의 규제개혁은 올해 안으로 완료할 예정이다.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개선함으로써 창업과 투자도 활발해졌다. 아이디어만으로 간편히 창업할 수 있는 재택 창업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의 구축으로 관련 기관을 방문하거나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집에서 온라인 창업이 가능해졌다. 창업 절차도 10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해 소요 기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은행의 창업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지난해 1백26위에서 올해 53위로 껑충 뛰었다.
종전에는 48개월이 걸리던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도 6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산업용지 공급가격 인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의 종전 입지규제를 총량·배출규제로 전환하고,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공장과 대형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도권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우리 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활기차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전통시장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 0.4퍼센트 포인트 인하, 중소기업 가업승계 시 상속 공제율 2배 확대, 외국인 근로자의 최장 5년 고용 허가 등이 그것이다.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신속협상(Fast Track)’ 프로그램을 도입해 올해 5월 말까지 27조원을 지원하는 한편 한시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는 ‘보증운영 비상조치’도 실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기업들의 규제개혁에 대한 만족도가 최근 3년간 4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그동안 기업인과 근로 현장의 고충을 살피고 소소한 문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서민과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규제개선, 미래성장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진입장벽 제거 등을 통해 어느 분야에서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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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 02-6050-3366 regulation.korch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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