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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동안 오염과 악취에 시달리던 서울 청계천이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울산광역시의 태화강도 마찬가지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울산 시민과 시, 정부의 단합된 노력으로 수질이 4, 5급수에서 1급수로 향상됐을 뿐 아니라 수변에 환경친화적인 둔치와 숲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국토의 대동맥이자 젖줄인 4대강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쉬는 생명력 넘치는 수변공간(Waterfront)으로 다시 태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수변공간은 국토해양부가 4대강살리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문화가 흐르는 4대강’ ‘21세기 녹색 르네상스를 위한 문화 실크로드의 구현’이라는 기본계획을 현실화한 공간이다. 수변공간이 조성되는 곳은 4대강 주변 2백15개소로 총연장이 9백29킬로미터에 이른다.

4대강 강변은 그동안 무분별한 농경지 개발과 관리 소홀로 크게 훼손됐다. 낙동강 본류의 경우 전체 둔치 면적의 58퍼센트를 농경지나 비닐하우스가 차지해왔다. 금강 둔치는 65퍼센트, 영산강의 경우는 67퍼센트가 농경지나 비닐하우스로 이용돼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섭 연구위원은“하천 둔치가 농경지로 바뀌면서 농약, 비료, 퇴비 등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질과 토질을 악화시켰다. 또 자연하천 주변의 수림대가 사라지고 도로, 주차장, 운동장 같은 인공시설이 들어서면서 완충지대로서의 수변공간 기능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대강 수변공간 설계의 기본방침은 친환경적이고 인간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4대강 수변공간은 강이 흐르는 유역의 특성에 맞게 특화된다.

우리나라의 중심을 흐르는 한강의 수변공간은 ‘현대적 감성공간’으로, 백제문화권을 흐르는 금강은 ‘역사의 부활공간’으로, 철새들이 찾아드는 낙동강은 ‘자연과 사람이 숨쉬는 공간’으로, 예향(藝鄕) 광주와 나주를 지나는 영산강의 수변공간은 ‘멋과 맛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는 10월부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수계별로 ‘수변 생태공간 및 지역명소(경관거점)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사업은 4대강에 환경과 사람이 조화롭고 행복한 수변 생태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새로운 명소로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추진본부는 지방자치단체, 각 지역의 생태·문화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4대강의 수계별로 특색 있는 지점 36곳을 지역명소 36경으로 선정했다. 이어 국토해양부와 각 지방국토관리청은 이들 36경과 수변 생태공간 계획을 알리기 위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9월 13일 낙동강 유역 12경을 시작으로 14일 한강 8경, 15일 영산강 8경, 16일 금강 8경이 발표됐다. 이들 36경은 강이 흐르는 유역의 특성에 따라 생태, 역사, 지역문화 등을 강조하는 경관거점으로 조성된다.

이때 각 거점을 중심으로 강마다 형성돼 있는 생태하천, 습지, 갈대 군락지 등의 자연과 문화·역사자원은 최대한 그대로 활용된다. 다만 유실되거나 소실된 부분은 보완하거나 보강하고 자전거길, 쉼터, 전망대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친환경 조성방식이 적용된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은“지역명소를 중심으로 수변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변 생태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6경이 모두 조성되면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을 펼친 선진국들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젖줄이자 관광명소인 런던의 템스강이 대표적이다. 템스강변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는 시민들의 운동코스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뉴욕의 브롱스 지역은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그린웨이, 자전거 네트워크 등 다양한 수변공간을 확충해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돕고 있다. 최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수변공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물을 기반으로 하는 수변공간이 늘어나면 일반 공원에 비해 단위면적당 신체운동을 하는 주민의 비율이 17배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은 “4대강의 수변공간은 주민의 활발한 신체운동을 유발하고 이로 말미암아 건강 개선과 의료비 지출 감소 등 가구당 실질소득을 높이는 구실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 이동수단인 자전거의 이용이 활성화되고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수변 관광코스가 개발되면 한국적인 문화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임승빈 교수는 “4대강 수변공간은 앞으로 삶의 터전 가까이에서 자연을 접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쾌적하고 매력적인 어메니티(Amenity)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변공간 조성은 생태환경과 지역문화를 아우르는 사업인 만큼 지속적으로 장단점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 느긋하게 추진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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