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추석을 앞두고 누군들 마음이 설레지 않으랴.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떡집을 하는 김대희(36) 씨 마음은 요즘 어느 때보다 들뜨고 분주하다. 새벽 4시. 쌀을 씻어 찜통에 안치거나 쌀가루를 시루에 찐다. 오전 7시. 첫 떡이 나온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해 밤 10, 11시까지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떡을 판매하는 김 씨에게 추석명절은 대목이다.
“얼추 반년 장사를 추석에 하는 것 같아요. 선물로도 많이 나가고, 맞벌이가 흔해 송편을 사서 먹는 가정이 많다 보니 송편을 찾는 사람들로 떡 만들기에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대목을 맞아 신이 날 만도 한데 김 씨는 “요즘은 적은 액수에도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5천원어치 떡을 팔아도 이것저것 떼고 나면 실제 4천원에 파는 것과 다름없다”며 “카드 수수료에다 각종 세금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 챙기기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게다가 사람들의 입맛이 갈수록 까다로워져 수입쌀을 사용하면 금방 떡이 맛이 없다며 발길을 끊는다”고 떡집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경제가 살아난다는데, 우리처럼 작은 규모로 장사하는 사람들도 신났으면 좋겠어요. 둘러보면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데 다들 살맛 나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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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신나는 세상, 시장마다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이 신명 나는 대한민국. 이 같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전통시장 전용상품권 발행 등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 △저소득 맞벌이 가정을 위한 영·유아 무상보육과 차상위계층 보육비 지원 확대 △서민과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상 6월 발표) △대학생들에게 미래를 선사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7월 발표) △서민과 영세사업자를 위한 감세안(8월 발표) △집 없는 설움을 없애주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조기확대(8월 발표) 등 서민과 중산층,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가운데 핵심은 9월 17일 발표된 미소(美少)금융이다. 제도권 금융기관 접근이 어려운 서민과 영세사업자를 위해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원 금액을 2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이 정책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소액서민금융재단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가는 시작”이라며 “우리나라 현대사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에 의한 직접 서민금융을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미소금융에 의미를 부여했다.
“서민들이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라도 푸근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이 대통령은 다음 날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해서도 수차례 보금자리주택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미소금융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친서민 정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9월 21일자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서도 “스스로 일어서려는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자활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중도실용 서민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모토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앞으로의 국정운영 중심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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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서민과 중산층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경기회복세로 대기업, 중견기업에는 점차 봄바람이 불고 있으나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서민층에게는 아직도 찬바람 부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6월 기준으로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만7천명이 감소했다. 또 지난 8월 28일 발표된 ‘2009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가구의 실질 소득과 소비가 3분기 연속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표방 후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월 24일 대통령의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이 40퍼센트대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국정지지도의 흐름은 31.1퍼센트(7월 26일)→36.1퍼센트(8월 9일)→39.7퍼센트(8월 16일)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의 올해 예산 중 복지 부문 비중은 29.2퍼센트로 역대 정부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감세와 추경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해 31조3천억원을 추가 지출했다. 재정부담 해결이 과제다. 올 연말까지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가 5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8월 24일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서 서민, 중산층 및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와 더불어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 방안을 담았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김낙회 조세기획관은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조세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는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 비판한다. 누구는 그렇게 돈을 풀다가 나라 곳간이 비는 게 아니냐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고 국가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석연 법제처장은 “우리의 헌법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며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은 바로 이 같은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따뜻한 통치”라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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